주문작해(朱文酌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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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 정경세(鄭經世)가 『주자대전(朱子大全)』 중에서 긴요한 부분의 글만을 뽑아 엮은 유학서다.

개설

이 책은 1622년(광해군 14)에 정경세가 편집하고, 1648년(인조 26) 이만(李曼)이 간행했다. 주자(朱子)의 저작집인 『주자대전』은 분량이 방대하여 학자들에게 널리 보급하기가 어려웠으므로, 긴요한 부분을 뽑아 만들었다. 송준길(宋浚吉)이 권말에 쓴 발문에 의하면, 이황의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를 참조하여 장기간 노심초사 끝에 이룩한 것으로, 주자의 글을 뽑은 책들 중에서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앞에는 총목록이 있다.

본문에 간혹 다른 학자의 견해를 인용한 주(註)나 '신안'(臣按)이라 하여, 편자의 견해도 덧붙였다. 경연(經筵) 강의를 정리한 흔적이 보인다.

편찬/발간 경위

숭유배불(崇儒抑佛)의 통치이념으로 건국된 조선은 초기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주자대전』 등의 주자서(朱子書)들이 간행·보급되었으며, 이로 말미암아 주자학과 관련된 연구서들이 편찬되고 간행되기 시작하였다. 정경세(鄭經世)도 평소 “주자의 글은 일성(日星)처럼 빛나고, 하해(河海)처럼 광대하여 의리와 문장이 찬란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여겼을 뿐 아니라, 나아가 평생토록 주자서를 매우 좋아하였다. 그 결과 이황의 학맥을 이은 정경세는 1622년에 『주자대전』의 거의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대체(大體)와 관련되어, 수용에 절실하거나, 학문에 관계되어, 수용에 절실한 내용들을 정선(訂選)하여 『주문작해(朱文酌海)』를 편찬하였다.

이 책에서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저자가 1622년에 방대한 『주자대전』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용이하도록 편찬한 절요서(節要書) 형태의 선본(選本)이다.

둘째, 저자는 『주자대전』의 ‘사(詞)’와 ‘부(賦)’ 및 ‘시(詩)’를 제외한 거의 전 영역을 대상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치쳬(治體)와 관련되거나, 일상에서 수용해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전부 또는 일부분을 발췌하여 이 책에 수록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의 편성체제는 1차적으로 『주자대전』의 체제를 따르고, 2차적으로 『주자서절요』의 편차방식을 따르고 있어, 저자가 퇴계의 도통(道統)을 계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이 책의 문헌학적의 편집수록은 보존과 선취 및 산거(刪去)·조합(편집)·교정·보완 등의 다양한 편집방법을 사용하여 저자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다섯째, 1622년에 편찬된 이 책은 1648년에 참판이만에 의하여, 처음으로 영남관찰영(嶺南觀察營)에서 목판본으로 간행되어 유통되었으며, 1653년(효종 4)년에 동춘당(同春堂) 송준길이 유통본에다 ‘발문’만을 새로이 더 새겨 붙여서, 중인된 판본들이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유통되다가, 1847년(헌종 13)년에 상주(尙州)의 우산서원(愚山書院)에서 간기가 수록된 중간본이 새로이 출현되면서, 다시금 후학들의 보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섯째, 이 책은 기호학파의 주자서와 관련된 저술의 탄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학풍은 국가적 학풍으로 이어져, 정조의 주자서와 관련된 연구 저술을 탄생시킨 토대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1686년(숙종 12)년에 송시열(宋時烈)에 의하여, 『주자서절요』와 『주문작해』가 합편된 『절작통편(節酌通編)』으로 새롭게 탄생되면서, 숙종 대를 비롯한 여러 조대(朝代)의 경연진강(經筵進講)의 교재로 활용된 바 있다.

끝으로 이황 학파의 적통을 계승한 저자의 학문은, 그의 사위인 송준길을 통하여, 퇴계학이 기호학파 속으로 깊숙이 전파되는 가교적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특히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과 송준길 및 송시열 등과의 학문적 교류를 통하여, 조선의 성리학이 실천적인 예학(禮學)과 실학(實學)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서지 사항

16권 8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사주쌍변이고, 반엽광곽은 22.4×16.4cm이다. 10행 18자의 유계, 상하화문어미를 갖추고 있고, 35.5×23.5cm이며, 규장각, 장서각, 국립중앙도서관, 국사편찬위원회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정경세가 1622년(광해군 14)에 편집하고, 1648년(인조 26)에 이만이 발간하였다. 그 뒤 송시열이 1653년(효종 4)에 발(跋)을 썼다. 내용은 봉사(封事)·주차(奏箚)·의장(議狀)·서(書)·잡저·서(序)·발 등으로, 그 중 잡저 부문에 학술적인 내용이 많다. 예를 들어, 순전상형설(舜典象刑說)에서는, “성인의 마음은 물(物)에 감동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 본체가 광대허명(廣大虛明)하여 천하의 근본이며, 물에 감동되었을 때에는 희로애락이 각기 느끼는 바에 따라 응하여, 모두 절도에 맞으므로, 천하의 달도(達道)가 된다.”고 하여, 요순(堯舜)을 모범으로 삼고 있다.

또한 관심설(觀心說)에서는 불교의 심학(心學)이 마음을 객관적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이 마음 외에 다시 다른 마음을 둔 것으로 되어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본래의 마음을 보존하고, 회복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인설(仁說)에서도 천지에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사덕(四德)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덕이 있으며, 또한 인(仁)은 사랑의 이치이므로 사랑을 떠나서는 인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체제는 권1·2 봉사(封事), 권3 주차(奏箚), 권4 의장(議狀), 권5 주장, 권6 사면(辭免), 권7·8 서(書), 권9 잡저, 권10 서(序), 권11 기(記), 권12 발(跋), 권13 명(銘)·잠(箴)·찬(贊), 권14 비문(碑文), 권15 행장(行狀), 권16 행장·사실연보(事實年譜) 등으로 되어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저자가 조선의 성리학이 실천적인 예학(禮學)과 실학(實學)으로 발전하는 기틀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참고문헌

  • 강문식, 「趙翼의 학문 경향과 『朱書要類』 편찬의 의의」, 『한국문화』 제39집, 규장각 한국학연구소, 2007.
  • 강문식, 「宋時烈의 『朱子大全』 연구와 편찬」, 『한국문화』 제43호, 규장각 한국학연구소, 2008.
  • 권용인, 『愚伏 鄭經世의 「朱文酌海」에 관한 硏究』, 청주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