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한집(補閑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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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려 후기에 문신 최자(崔滋, 1188~1260)가 엮은 시화집(詩話集)이다.

개설

『보한집(補閑集)』은 상·중·하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권(上卷)에는 고려 태조의 문장을 비롯한 역대 이름 있는 학자들의 언행과 누각·정자·역사(驛舍) 등을 소재로 한 시 등 52화(話), 중권(中卷)에는 이인로(李仁老)· 이규보(李奎報) 등의 선배 문인들의 일화와 시문 평론 46화, 하권(下卷)에는 21품(品)에 걸친 모범적 시구와 함께 자신의 문학론과 승려·기생의 작품 등 49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병품 중에서도 용졸한 것을 가장 낮게 보아 이르기를, 용렬한 말과 옹졸한 글귀는 얕고 쉬워 말할 것조차 못 된다고 단언하였다. 한편 시와 그림 양자가 일치한다는 관점을 보였다.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시와 그림은 한가지일 뿐 아니라, 상외(象外)의 세계까지 포착하는 점에서도 양자는 같다고 하였다.

이 책에서 여러 작가의 구체적인 작품을 서로 비교하여, 논한 자리에서는 이규보의 작품을 가장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본다. 이것은 시론과 창작, 양면에서 모두 이규보를 추숭(追崇)하였던 최자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의 초간본은 최자가 서문을 쓴 1254년(고종 41)경에 간행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해지는 것이 없다. 『성종실록(成宗實錄)』의 기록에 이극돈(李克墩)·이종준(李宗準) 등이 다른 시화류와 함께 간행한 사실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도 전하는 것이 없다.

다음으로 1659년(효종 10)에 엄정구(嚴鼎耉)가 간행한 각본(刻本)이 있고, 활판본으로는 1911년에 조선고서간행회에서 『파한집(破閑集)』 등과 합철하여 낸 것이 있다. 그 뒤에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보한집』은 이인로의 『파한집』을 보충하면서, 이규보의 문학관을 수용한 비평서다. 우선 그 이름에서부터 『파한집』의 속편임을 자처하고 나섰다. 『고려사(高麗史)』에는 『속파한집(續破閑集)』으로 기록되어 있다. 『파한집』의 간행으로 자칫하면, 소멸되기 쉬운 작품을 모아놓은 것은 다행이지만, 수록된 범위가 넓지 않으니 보완하라는 당시의 집권자 최이(崔怡)의 명을 받고 책을 짓는다고 했다.

과연 『보한집』은 『파한집』에 없는 자료를 적지 않게 수록하고, 이인로 이후 최자 시대에 이르기까지 새로 나온 시도 다수 포괄해 취급 범위를 넓혔다. 그러나 『보한집』은 단순 자료집이라기보다 일정한 문학관을 반영하고 있는데, 최자는 이인로와 이규보의 논쟁을 의식하면서, 이규보의 노선을 자기 나름대로 발전시키고자 했다.

서지 사항

3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사주쌍변(四周雙邊)이고, 반엽광곽(半葉匡郭)은 21.7×15.6cm이다. 11행 21자의 유계(有界), 상하화문어미(上下花紋魚尾)를 갖추고 있고, 크기는 33.8×20.6cm이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본래 이인로가 엮은 『파한집』을 보충하는 입장에서 저술한 것이다. 그래서 『속파한집』이라고도 하였다. 최자는 자서(自序)에서 이인로가 고금의 여러 명현의 좋은 문장을 모아서, 책으로 엮어 『파한집』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당시의 실권자인 최이가 『파한집』이 너무 소략하니, 보완하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서 산일된 나머지의 그들을 모아, 이 책을 만들었다고 편집경위를 밝히고 있다. 최이의 속보(續補)지시는 당시의 문인·문학 우대책의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보한집』은 양에서 『파한집』의 배가 되고 내용도 더 다채롭다.

권상에는 고려 태조의 문장을 비롯한 역대의 명신들의 언행과 누정(樓亭)·역원(驛院)을 소재로 한 시 등 52화(話), 권중에는 이인로·이규보 등의 선배 문인들의 일화와 시문평 46화, 권 하에는 21품(品)에 걸친 모범적 시구의 예시와 함께 자신의 시문론과 승려·기생의 작품 등 49화가 수록되어 있다.

『보한집』은 다른 어느 시화문헌에서보다도 문학론이 풍요하다. 당시 고려의 한시단(漢詩壇)은 소식(蘇軾)을 배우려는 기풍이 지배적이다. 작시법에 있어서는 어묘(語妙)를 중시한 이인로 계열과 신의(新意)를 보다 중시한 이규보(李奎報) 계열의 주장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 같은 대립적 경향 중에서 사어(辭語)·성률(聲律)의 표현미에 치중한 이인로 쪽보다는 기골(氣骨)과 의경(意境)을 더욱 중시한 이규보 쪽의 입장을 지지, 옹호하고 그의 이론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이 책의 문장은 도(道)의 입문이므로, 도에 어긋나는 말은 글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도문일치론(道文一致論)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글의 기(氣)를 살리고, 독자를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다소 도에 어긋나는 험하고 이상한 표현도 있을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문장을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하였다. 문장은 기(氣)·골(骨)·의(意)·사(辭)·체(體) 등의 여러 가지 요소를 구비하였을 때에 훌륭한 문장이 되며, 그렇지 못하면 문장의 병폐가 된다고 하였다.

『보한집』은 시의 품평 기준을 상(上)·차(次)·병(病) 3등급으로 설정하였다. 상에는 신기(新奇: 새롭고 기이함)를 비롯한 10품, 하에는 생졸(生拙) 등 8품으로 34품을 예시하였다. 이와 같이 품격의 우열을 셋으로 구분하여 기상(氣象)이 잘 나타난 작품을 상품으로 평하고, 사어와 성률의 수사기교가 우수한 시를 버금으로 하고, 그 어느 쪽도 갖추지 못하여 거친 것을 병들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제시는 당(唐)나라 종영(鍾嶸)의 시 3품이나 사공도(司空圖)의 24품에 비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비평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이 책의 전권에 나타난 평어를 검토하여 보면, ‘청(淸)’자 계열이 상품의 평어로 가장 많이 쓰였다. 다음으로 ‘정(精)’자 계열, ‘호(豪)’자 계열이 많다. 기(奇)·장(壯)·화(華)·준(俊)·신(新)·경(警)·고(高)·화(和)·유(幽)·우(優)·주(遒)·간(簡)·경(勁)·굉(宏)·웅(雄)·표(飄)·완(婉)·부(富)·원(圓)·호(浩)·심(深)자 계열도 우수한 시를 일컫는 평어로 쓰이고 있다.

이 책의 병품(病品)은 생(生)·소(疏)·야(野)·졸(拙)·천(淺)·잡(雜)·비(鄙)·미(靡)자 등의 계열을 들고 있다. 그리고 병품 중에서도 용졸한 것을 가장 낮게 보았다. 그래서 이르기를 용렬한 말과 옹졸한 글귀는 얕고 쉬워, 말할 것조차 못 된다고 단언하였다.

의의와 평가

최자는 자기 나름의 시문관과 비평관을 가지고 비평기준과 시품(詩品)을 제시하는 한편, 그에 입각하여 비평을 전개하였다. 그럼으로써 고려시대의 비평문학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당대 최고의 비평가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보한집』이 『파한집』의 속보(續補)를 표방했지만, 이인로보다도 이규보에게 너무 치우친 평가를 하고 있는 점이 하나의 흠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최자가 이규보의 후광에 크게 힘입어 출세한 것과 관련이 있다.

참고문헌

  • 김당택, 「최자의 보한집 저술동기」, 『진단학보』 제65호, 진단학회, 1988.
  • 김주한, 「최자의 평론연구」, 『고려시대의 언어와 문학』, 형설출판사, 1975.
  • 박성규, 「최자론」, 『한국문학작가론』 2, 형설출판사, 1986.
  • 심호택, 『고려중기문학론연구』, 고려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1989.
  • 이향배, 「<補閑集>에 보인 崔滋의 主氣論」, 『시화학』 제3·4집, 동방시화학회, 2001.
  • 전형대, 「여조시학연구」, 서울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