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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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전기의 학자 이언적(李彦迪, 1491~1553)이 『중용(中庸)』 제20장의 ‘구경(九經)’에 대하여, 주석한 경전주석서다.

개설

이 책은 이언적의 『중용』을 주석한 것이다. 이언적은 16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일찍이 조한보(曺漢輔)와의 사이에 벌어졌던 태극논쟁(太極論爭)은 주자성리학(朱子性理學)을 조선에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아울러 지치주의(至治主義)의 이론적 체계를 확립한 학자이기도 하다.

『대학(大學)』과 『중용』에 담긴 지치주의 이념을 군주(君主)에게 진헌하고자 저술된 책이 바로 이언적의 『대학장구보유(大學章句補遺)』와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이다. 이언적은 수기(修己)의 도(道)에 속하는 조목에 있어서 『대학』이 『중용』보다 더 체계적이고, 자세한 반면에 치인(治人)의 도(道)에 해당하는 조목은 『중용』이 『대학』보다 더 구체적이라고 하여, ‘표리(表裏)의 관계’로 파악하고, 이 둘을 함께 보아야만 제왕위치(帝王爲治)의 규모가 갖추어 진다고 하였다.

특히 『중용구경연의』는 송(宋)나라 진덕수(眞德秀)의 『대학연의(大學衍義)』와 명(明)나라 구준(丘濬)의 『대학연의보(大學衍義補)』를 모방하여, 당시의 군주였던 명종(明宗)으로 하여금 이제·삼왕(二帝三王)의 지치(至治)를 실현시킬 목적으로 저술된 책으로, 이는 이황의 『성학십도(聖學十圖)』와 이이의 『성학집요(聖學輯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은 저자가 유배지 강계에서 저술하다가, 마지막 4장을 끝내지 못한 미완성의 책인데, 1570년(선조 3) 선조가 이언적의 유고를 찾아 간행하도록 명하여, 1583년(선조 16) 유성룡(柳成龍)에 의해 간행되었다.

이 책은 본집·별집에서 편집체제의 차이점을 보이는데, 본집은 ‘주자(朱子)’·‘정자(程子)’ 등으로 존칭을 쓴 데 비해, 별집은 ‘주희(朱熹)’·‘정이(程頤)’ 등으로 이름을 썼으므로, 이는 특히 임금에게 올리기 위하여 간행한 것이 아닌가 한다.

구경이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수신(修身)·존현(尊賢)·친친(親親)·경대신(敬大臣)·체군신(體群臣)·자서민(子庶民)·내백공(來百工)·유원인(柔遠人)·회제후(懷諸侯)의 9조목으로, 『대학』의 8조목과 표리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전주석사에서 『대학』 8조목의 해설은 진덕수가 『대학연의』에서 상세히 설명하였으나, 치국평천하의 조목을 해설하지 않았는데, 이것을 구준(丘濬)이 『대학연의보』에서 다시 보충하였으나, 배천(配天)·경천(敬天)의 일을 또 빠뜨리게 되었다. 이 책은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위 두 책을 참고하여 지은 것이다.

서지 사항

29권 10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4주쌍변이고, 반엽광곽은 22.6×16.3cm이다. 1-행 18자의 유계, 상하화문어미를 갖추고 있고, 크기는 35×21cm이며, 국립중앙도서관, 성균관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중용』에 나오는 구경의 뜻을 명확히 하고, 이를 정치에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여러 경전과 학자들의 이론을 모아, 1553년(명종 8) 유배지 강계에서 집필했으나, 수신·존현·친친 3조목만 완성하고, 나머지는 미완성으로 남겼다. 1583년(선조 16) 손자인 이준이 저자가 남긴 3조목에 관한 글을 본집으로 하고, 체천도(體天道)·외천명(畏天命)·계만영(戒滿盈) 등을 별집으로 하여 간행했다.

책머리에 저자의 자서가 있다.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 진덕수가 만든 『대학연의』, 구준이 만든 『대학연의보』를 본떠 만든 이 책은 저자의 『대학장구보유』·『구인록(求仁錄)』 등과 표리를 이루는 것으로 주자성리학을 정치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키는 이념구조를 살필 수 있다.

『중용』의 ‘애공문정장(哀公問政章)’에서 공자가 말한 구경조목의 차서는 수신, 존현, 친친, 경대신, 체군신, 자서민, 내백왕, 유원인, 회제후이다. 그는 이 구경지목(九經之目)이 유본급말(由本及末)하며, 유근급원(由近及遠)하여, 대학의 팔조목과 더불어 표리가 되기 때문에 제왕위치의 규모가 갖추어졌다고 확신하였으며, 구경 중에서 수신을 ‘위천하국가지본(爲天下國家之本)’으로 삼고, 존현 이하의 제조목을 군주의 ‘위천하국가지요(爲天下國家之要)’로 보았다. 또한 이상적인 군주상은 『중용』의 구경을 잘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유가에서 이른바 성군명왕은 성(誠)을 통해, 구경의 도를 행하여, 민심을 감동시켜, 나라를 평안케 하는 것이 이상적인 군주라고 피력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경학사상은 인(仁)을 핵심으로 하는 유교적 학문에 그 기초를 두고, 집권층인 훈척(勳戚)들의 가렴주구를 비판하고, 현실의 개혁을 통하여, 이상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비록 시대적 한계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민중의 권익을 옹호하고 있었던 당시 사림파의 정치적 입장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 책의 권수에 자서·중용구경연의 목록, 중용구경연의 별집 목록이 있다. 권1에 총론위치지도(總論爲治之道), 권2∼7에 수신, 권8∼12에 존현, 권13∼17에 친친, 그리고 별집 권1∼5에 체천도, 권6∼8에 외천명, 권9∼12에 계만영편이 수록되어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조선 성리학의 정착초기에 나온 저술로, 조선조 유학사의 중요한 저술의 하나로서 가치가 있다.

참고문헌

  • 권정안 외, 『朝鮮朝 儒學思想의 探究』, 여강출판사, 1988.
  • 목민기념사업회,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철학(哲學)과 정치사상(政治思想)』, 박영사, 1994.
  • 안병주 외, 『儒學原論』, 성균관대 출판부, 1992.
  • 유승국, 『한국의 유교』,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76.
  • 조창렬, 「晦齋의 『中庸九經衍義』에 관한 考察」, 『한문고전연구』 제10권, 한국한문고전학회,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