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

sillokwiki
Silman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17년 12월 22일 (금) 01:19 판 (XML 가져오기)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동: 둘러보기, 검색



1489년(성종 20)년 윤호(尹壕)·임원준(任元濬)·허종(許琮)이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약방문을 지어 만든 책.

개설

『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는 성종(成宗)의 명을 받은 윤호, 임원준, 허중이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약방문을 써서 1489년 을해자본(乙亥子本)으로 간행한 책이다. 구급방서로는 가장 완비되어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질병을 중풍과 두통 등 127종으로 나누어 그 치료 방문을 모아 엮었다. 어디에서도 이 책만 있으면 치료할 수 있도록 방문마다 한글로 언해를 덧붙여 놓았다. 모두 8권인데 원간본은 전하지 않고, 을해자본의 복각인 중간본만 전한다. 따라서 원간본은 을해자로 되었으며, 지방에서 복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편찬/발간 경위

성종 이전에 의약서로는 백과대사전격인 『의방유취(醫方類聚)』 와 『향약제생방(鄕藥濟生方)』, 『구급방(救急方)』 등이 있었다. 그러나 취사(取捨)가 정밀하지 못하고, 상략(詳略)이 적당하지 못하여 이용에 불편한 점이 있다고 판단한 성종은 즉위 후 이를 보완하여 민간의 이용에 편리하도록 의서(醫書)의 편찬을 구상하였다. 그리고 1489년 내의원(內醫院) 제조(提調)윤호 등에게 의서를 편찬하게 하였다.(『성종실록』 20년 5월 30일) 이때 성종은 많이 인쇄하여 전국에 전파하게 하였으나, 모든 고을에 반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윤호의 말에 따라 각 도의 관찰사로 하여금 이 책을 인쇄하여 반포하게 하였다.

한편 당시 성종이 이 책의 편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이 책 편찬 후 윤호와 임원준, 허종을 비롯하여 편찬에 간여한 이들에게 골고루 상을 하사하였다는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성종실록』 20년 9월 21일)

서지 사항

8권 8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종의 명에 따라 각 지역에서 이 책을 간행하였다. <임진왜란(壬辰倭亂)> 전 간행된 『고사촬요(故事撮要)』에 따르면 원주·전주·남원·합천·곤양·해주 등에 책판이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는 중간본이 전하고 있는데, 완질이 아니라 권1, 권2, 권3, 권6, 권7의 5권만 전한다. 원본은 을해자본의 복각본이나 매우 희귀할 뿐만 아니라, 전질이 현존하지 않는다. 현재 권1은 서울대학교 일사문고, 권2는 김영탁(金永倬), 권3은 동국대학교, 권7은 김완섭(金完燮)이 각각 수장(收藏)하고 있다. 권6은 통문관(通文館)이겸노(李謙魯)씨의 소장본(所藏本)이 있는데 영본(零本)으로 그나마 앞부분 5장, 뒷부분 1장이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이 책은 희귀한 언해본 의약서로서 의약서 인쇄문화사 연구는 물론, 우리 국어사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구성/내용

『구급간이방언해』는 모두 8권이지만, 현재 전하는 중간본은 다섯 책이다.

권1은 표지에 ‘구급간이방 전(救急簡易方 全)’이라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후대에 와서 써 붙인 것으로 보인다. 앞에 허종의 서문이 나오고 목록이 권1부터 권8까지 127항에 걸쳐 나열된 후에 권1의 본문이 나온다. 권2는 본문부터 시작되는데, 이중 장51이 낙장이다. 권2는 권1에 비해 매우 낡았으며, 모두 을해자본의 복각본으로 자체(字體)가 고르지 못하고 자획(字劃)도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 권2의 장90과 장91은 서체가 다르고 방점 표기도 나타나지 않는 점으로 보아 후대에 보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권1의 앞에 총 목차가 수록되어 책의 내용은 알 수 있다. 권1은 ‘중풍’ 등 ‘풍(風)’, ‘한(寒)’, ‘서(暑)’, ‘습(濕)’으로 생기는 질병과 그에 대한 치료방을 15개 부문에 수록하였다. 권2는 ‘두통’ 이하 14개의 부문으로 질병을 구분하여 수록하였다. 권3은 ‘구창(口瘡)’에서 ‘야타소변(夜多小便)’까지 17개 부문, 권4는 ‘퇴산(㿗疝)’에서 ‘물입이(物入耳)’까지 12개 부문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권5는 ‘고독(蠱毒)’에서 ‘수족렬(手足裂)’에 이르는 14개 부문, 권6은 ‘골경(骨鯁)’에서 ‘치반흔(治瘢痕)’까지 22개 부문으로 구분하였다. 권7은 ‘부인문(婦人門)’으로 ‘임신중풍(姙娠中風)’에서 ‘유즙부하(乳汁不下)’까지 13개 부문으로 나누어 부인과에 속하는 각종 질병 및 처방을 수록하였다. 권8은 ‘소아문(小兒門)’으로 20개 부문의 소아 관계 질병을 다루었다.

이 책은 의학서로서 우리나라 의학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동시에 언해본으로서 중세국어 연구에 특이한 자료가 된다. 우선 방점과 ‘ㅿ’, ‘ㆍ’ 등이 사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ㅿ’을 가진 어휘는 대개 ‘ㅿ’을 가진 것으로 나타나는데, ‘예/이예’, ‘두/두어’에서처럼 ‘ㅿ’이 없어진 예도 보인다. 한자음에서의 ‘ㅿ’은 ‘’, ‘병’에서처럼 어두에까지 사용되었다. ‘브’, ‘브’에서는 ‘ㅅ’불규칙용언의 활용을 볼 수 있다. ‘ㆁ’자 표기는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으나, ‘ㅇ’으로 표기된 예들도 있다. 이는 복각 상의 문제와 관계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두자음군은 주로 ‘ㅳ’, ‘ㅄ’, ‘ㅶ’, ‘ㅷ’, ‘ㅴ’, ‘ㅵ’, ‘ㅺ’, ‘ㅼ’, ‘ㅽ’ 등의 합용병서가 나타나고, 각자병서는 거의 보이지 않으나 ‘귓것’, ‘귀(鬼子)’란 예에서만 보인다. 자음동화와 관련된 표기는 ‘녀’, ‘움즈겨’, ‘뇨’, ‘옮녀’의 예에서만 나타난다. 음절말 ‘ㅅ’과 ‘ㄷ’의 표기와 관련하여 ‘둏다(好)’가 ‘됻니라’, ‘됻니’ 등의 예가 주목된다. 이 예들은 자음동화와 관련하여 자음동화 되기 전 단계를 보이는 표기라고 할 수 있다. 어두경음화 현상은 ‘허’, ‘흐니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두유기음화 현상은 ‘/왜’, ‘와’에서만 보인다.

‘ㅎ’말음체언의 ‘ㅎ’이 ‘우희’, ‘뒤헤’, ‘고콰’에서처럼 나타나고, 특수어간 교체를 보이는 명사로 ‘곳굼글’, ‘’, ‘몰애’ 등에서 확인된다. ‘ㄱ’탈락 현상도 ‘오’, ‘에’, ‘아니어든’ 등에서 보인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의 경우 활발하게 나타나는데 통사적인 기능과 관련되는 ‘봄과 녀름괏 나 녀름과 왓 예, 분지 미틧 누른 거슬’ 등에서 예를 볼 수 있다.

분철과 연철의 혼란은 주로 체언과 조사의 결합에서 볼 수 있다. ‘녁을/녀긔’, ‘독이/도기’, ‘말을/말미’, ‘입에/이베’ 등에서 이런 혼란을 확인할 수 있다. ‘오/우’ 교체를 보이는 ‘무로피어나/무루피’, ‘머고미/머구미’ 등의 예도 있다.

한편 1446년(세조 12)에 간행된 『구급방언해(救急方諺解)』에서는 동국정운(東國正韻)식 한자음을 썼으나, 이 책에서는 현실 한자음을 사용하고 있음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런 특징들에서 이 책은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의 표기 경향을 보인다고 하겠다.

이 책에 쓰인 약초와 관련된 독특한 어휘나 사물과 관련되는 표기명도 국어사 연구에 이용된다. ‘冬麻子 돌열’, ‘鶴蝨 의오좀플’, ‘車前子 뵈이’, ‘白芨 대왐픐불휘’, ‘茜根 곱도불휘’ 등에서 약초명을 확인할 수 있다. ‘半夏 모롭’, ‘熊膽 고열’, ‘地龍 위/蚯蚓 위’, ‘蝦蟆 두터비’, ‘馬赤 졀다’ 등도 그런 것들이다. 또한 국어에 적당한 이름이 없어 한자 용어를 그대로 풀어쓴 다음과 같은 예들도 있다. ‘穀賊 곡식에 몬내 염근 것’, ‘烏梅肉 홧여름 검게 그려 니’, ‘草霜 솓 미틧 거믜영’ 등의 예가 있다. 이런 약초명이나 사물명 등은 국어 어휘사 연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참고문헌

  • 『성종실록(成宗實錄)』
  • 권용경, 「구급간이방언해」, 『규장각소장어문학자료-어학편 해설』, 서울대학교 규장각, 2001.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연구원, 1996.
  • 안병희, 「중세어의 한글 자료에 대한 종합적인 考察」, 『규장각』3 , 서울대학교, 1979.
  • 유재영, 「이름 표기의 고찰-『구급간이방언해』를 중심으로」. 『국어학논총-선오당 김형기 팔질기념』, 창학사, 1985.
  • 전광현, 「구급간이방언해 해제」, 『구급간이방언해』, 동양학연구소,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