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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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년(중종 20)년 김순몽(金順夢), 유영정(劉永貞), 박세거(朴世擧) 등의 의관들이 전염병 치료를 위하여 편찬한 책.

개설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은 중종(中宗) 때 평안도 지역의 전염병이 돌자 이를 치료하기 위하여 의관 김순몽, 박순몽, 박세거 등이 중종의 명에 따라 전염병 치료에 대한 약방문을 모아 엮은 의학서이다. 줄여서 『벽온방(辟瘟方)』이라고도 한다.

편찬/발간 경위

1524년(중종 19) 가을 평안도 전지역에 전염성 열병인 여역이 번져 많은 이들이 피해를 얻었다. 이에 중종은 전염병 치료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치료에 필요한 약방문을 책으로 엮은 후 한글로 번역하여 널리 보급하게 하였다.(『중종실록』 20년 5월 6일)

이 책의 편집에 앞서 조정에서는 『의방유취(醫方類聚)』에 적혀 있지 않은 치역방(治疫方)들을 뽑아 평안도에 보내 치료를 하였고, 벽온(辟瘟 : 전염병을 물리치는 방법)에 관한 약들을 먼저 평안도, 함경도에 보냈다. 또 새로 뽑은 벽온방(辟瘟方)은 승정원(承政院)으로 보내 많은 전례에 따라 번역하여 인출(印出)하였다. 이어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모든 방문(方文)들을 뽑아 최종으로 『간이벽온방』을 엮어 보급하였다.

이후 『간이벽온방』은 의학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였는데, 1612년(광해군 4)에는 관북지방에서 전염병이 발생하여 육진(六鎭)으로부터 남방까지 죽는 이가 수천 명에 이르자, 이듬해인 1613년(광해군 5) 『간이벽온방』을 새롭게 편찬·간행하여 배포하기도 하였다. 이때의 『간이벽온방』은 『신찬벽온방(新纂辟溫方)』이라 하며, 그 내용을 보다 충실히 하기 위하여 광해군(光海君)의 명에 따라 당시 어의이던 허준(許浚)이 참여하여 작업을 하였다.

서지 사항

총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서관과 홍문관 등에서 간행하였다. 책 크기는 세로 32.2cm, 가로 18.7cm이고, 지질은 한지이다.

『간이벽온방』의 저자 박순몽은 허종(許琮)의 문하생으로 1516년(중종 11) 내의원(內醫院) 제조(提調)가 되었으며, 1517년(중종 12)에는 대비이어소(大妃移御所)의 시약의원(侍藥醫員)이 되고, 당상벼슬에 올랐다. 박세거는 1526년(중종 21) 내의원 직장(直長)이 되었고, 2년 후에는 내의원 정(正)으로서 김순몽과 함께 이 책을 편찬하였다.

한편 현재 초간본은 전하여지지 않으며, 1578년(선조 11년)의 을해자(乙亥字)와, 1613년(광해군 5)에 훈련도감자(訓鍊都監字)로 발행한 중간본만이 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만송문고와 규장각에 소장 중이다.

구성/내용

이 책의 권두에는 이정구(李廷龜)의 서문이 있으며, 허준이 왕명을 받들어 편찬하고, 이희헌(李希憲)과 윤지미(尹知微)가 감교(監校)하였다는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계선(界線)이 있으며 반엽(半葉)은 9행 17자씩이다. 주쌍행(註雙行)이며 내향삼엽화문어미(內向三葉花文魚尾)를 이루고 있다. 판심제(版心題)는 『산온방(酸瘟方)』이라 되어 있는데 판수제(版首題)에 임금이 하사하였다는 인기(印記), 즉 선사지기(宣賜之記)가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편찬 목적, 경위, 시기, 저술자 등을 밝힌 「간이벽온방서(簡易辟瘟方序)」와 본문인 「벽온방(辟瘟方)」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본문의 내용은 역병이 일어나는 시기, 기후 및 원인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과 함께 개별적 병의 예방 및 처방법, 환자를 대하는 방법 등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온역(瘟疫 : 전염병)의 원인 및 맥리(脈理), 약명(藥名), 치법(治法), 양법(穰法), 군법(群法), 부전염법(不傳染法), 침법(鍼法), 불치증(不治證), 금기(禁忌) 등으로 나누었으며, 이에 대해 예증을 들어 해설하였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책에서는 먼저 병의 증상을 준 다음 치료법을 주었는데, 증상부분에서는 전염병에 걸리면 나이에 관계없이 처음부터 열이 몹시 나고, 정신을 잃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사망률이 높다고 하였다. 치료부분은 44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치료법과 예방법을 주었다. 특히 예방법을 강조하였는데, 전염병 환자가 생기면 철저히 격리하고, 접촉을 피하며 부득이 접촉해야 할 경우에는 석웅황가루를 참깨기름에 개여 콧구멍에 바르라고 하였다. 또한 환자가 생긴 지역에서는 소독을 하는 한편 일체 의류들과 침구류들은 삶아 빨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각 병의 특징에 따라 치료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약 이름으로 향소산(香蘇散), 십신탕(十神湯),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 도소주(屠蘇酒), 형화구(螢火九), 호두살귀원(虎頭殺鬼元), 신명산(神明散) 등 전염병에 쓰는 약명과 효능, 조제 방법 및 복용법 등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당시에 유행한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하여 나라에서 간행하여 널리 반포한 책으로 의학사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한 1613년 다시 편찬한 한글 자료이므로, 17세기 한국어의 일면을 보여주는 국어사 자료로서의 가치 역시 가지고 있다. 표기법을 예로 들어보면, 연철은 중세국어의 다른 책과 같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분철도 가끔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자음동화의 현상도 표기에 반영되고, 어두에서 유기음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합용병서는 ‘ㅅ계, ㅂ계, ㅄ계’가 다 사용되고 있으나, ‘ㅄ계’에서 ‘ㅴ’이 ‘ㅺ’으로만 나타난다. ‘ㅿ’은 잘 유지되고 있고, 사잇소리는 다 ‘ㅅ’으로 통일되었다. 방점은 다 폐지되었다. 문법에서 중세국어와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어휘에서 ‘소(松), 벗기다, ᄂᆞᄆᆞᆾ, 사ᄒᆞᆯ, 한섯날’과 같은 표기가 보인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당시에는 물론 그 이후 시기에도 전염병 치료의 참고서로 널리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나라에서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떠한 정책을 실시하였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간행 후 널리 반포하였다는 점에서는 의학사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 역시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 사회 및 과학발전의 제한성으로 하여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내용들도 들어 있다는 한계로 작용한다.

참고문헌

  • 『중종실록(中宗實錄)』
  • 김두종, 『한국의학사』, 탐구당, 1966.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연구원, 1996.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사, 19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