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문온역이해방(分門瘟疫易解方)

sillokwiki
Silman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17년 12월 22일 (금) 01:19 판 (XML 가져오기)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동: 둘러보기, 검색



1542년(중종 37) 온역(溫疫 : 일종의 열병) 치료를 위하여 편찬한 의학 서적.

개설

『분문온역이해방(分門瘟疫易解方)』은 1542년(중종 37) 김안국(金安國) 등이 중종(中宗)의 명을 받아 온역 치료를 위하여 편찬한 의학 서적이다. 온역이 전국적으로 유행하자 시약(施藥)하기 쉬운 약방문 60여 방과 새로 40여 방문을 합편한 후 모든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언해하였다. 세종(世宗) 대에 편찬한 『벽온방(僻瘟方)』과 중종 대에 편찬한 『속벽온방(續僻瘟方)』을 저본으로 하였다.

편찬/발간 경위

16세기 의서 간행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의서의 다수가 온역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분문온역이해방』 뿐만 아니라, 1518년(중종 13) 『언해벽온방(諺解辟瘟方)』, 1524년(중종 19) 『간이벽온방(簡易辟瘟方)』, 1525년(중종 20) 『속벽온방(續辟瘟方)』 등이 이에 해당한다.(『중종실록』 20년 1월 23일),(『중종실록』 20년 5월 6일) 이는 16세기에 온역 발병이 높아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한 것과 관련이 있다. 더욱이 이전의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의방유취(醫方類聚)』 등의 종합 의서들이 온역을 상한(傷寒)과 크게 구별하지 못하면서 온역 치료에 큰 차도가 없자, 온역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진 결과이다.

김안국의 서문에 따르면 “1542년(중종 37) 여역(癘疫)이 전국적으로 만연하여 멸문(滅門)하는 집안이 속출하였기에 임금이 이를 염려하여 의원을 각도에 파견하여 구료하였으나, 의원의 힘이 미치지 못함을 대비하여 자신 등에게 『벽온방』의 편찬을 명하였다”고 하였다. 의사(醫司) 호군(護軍)박세거(朴世擧), 사맹(司猛)홍침(洪沈), 내의원(內醫院) 정(正)문세련(文世璉), 직장(直長)유지번(柳之蕃), 전의(典醫)이척(李倜), 전직장(前直長)정추(鄭樞), 혜민서(惠民署) 전 직장 홍세하(洪世河) 등이 이 책의 편찬에 참여하였다.

1542년 6월 함경도 온성·종성·경원·부령·경성·경흥·회령 등에 열병이 유행하자 중종은 이 책을 보내어 치료에 사용하게 하였다.(『중종실록』 37년 6월 13일) 이후 명종(明宗) 때 『달학이해방(疸瘧易解方)』등이 간행될 때 많은 참고가 되었다.

서지 사항

총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질은 한지이다. 책의 크기는 세로 30.5cm, 가로 22cm이다.

현재 원간본은 전하지 않고, 일부가 복각되어 서울대학교 일사문고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의 저자 김안국은 박세거 등에게 여러 의서를 수집하게 한 후, 구하기 쉬운 약재와 유행성 열병 치료에 실시하기 쉬운 방법에 대한 내용만을 골라 구초(舊抄) 60여 방(方)에 다시 40여 방을 덧붙였다. 그리고 진양(鎭穰)·불상전염(不相傳染)·복약(服藥)·노복(勞服) 등의 4문(門)으로 나눈 후 약명과 채법(採法)을 더하여 이를 모두 한글로 번역하였다. 또한 ‘기간(旣刊)의 벽온방 2종을 초록하였다’고 하여 온역(瘟疫) 치료를 위해 편집된 두 방서(方書)를 활용하였음을 알려주고 있는데, 하나는 세종 대의 『벽온방』이며, 다른 하나는 중종대의 『속벽온방』이다. 그러나 두 종의 의서 모두 현재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 『속벽온방』의 저본(底本)이 된 『간이벽온방』이 전해지므로, 현존하는 『간이벽온방』과 『분문온역이해방』를 비교함으로써 온역 치료의 기술 변화와 발전을 짐작할 뿐이다.

두 책의 체계와 내용을 비교해 볼 때, 『분문온역이해방』은 『간이벽온방』을 증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제목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간이벽온방』에서 분명하게 다루지 못하여 혼란스러웠던 처방들을 『분문온역이해방』은 ‘체계를 세워 정돈한 점(分門)’이 우선 눈에 띈다. 이를 바탕으로 『분문온역이해방』은 많은 부분에서 『간이벽온방』의 내용을 증보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분문온역이해방』은 진양문(鎭禳門)이라는 기도 등의 주술적 치료법과 상한 치료법에 많은 비중을 두었지만, 『간이벽온방』에 비해 각종 처방전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벽온방』과 『간이벽온방』 외에도 이 책은 『어의촬영요방(御衣撮要方)』·『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등의 순수 국내 의서부터 『청금방(千金方)』·『성혜방(聖惠方)』·『부후방(肘後方)』 등의 중국 의서까지 폭 넓게 인용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은 16세기 중엽의 언어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데, 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의 언해문에는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크기가 작고, 위치나 형태가 다소 일정하지 않은 부분이 발견된다. 둘째, 언해문 한글 받침에는 철저하게 ‘ㆁ’이 쓰이고 있지만, 가끔 ‘ㅇ’이 쓰이기도 한다. 셋째, 언해문의 된소리 표기에는 ‘ㅅ’계가 쓰이는 것이 보통이며, ‘ㅂ’계는 특이한 경우에만 나타난다. 넷째, 언해문의 우리말 표기에는 어말 ‘ㄷ’과 ‘ㅅ’이 구별되어 있다. 다섯째, 언해문의 우리말 표기에는 사이시옷이 뒤에 오는 단어의 첫소리와 함께 쓰이기도 한다. 여섯째, 언해문의 우리말 표기에는 구개음화의 예는 보이지 않는다. 일곱째, 언해문의 우리말 표기에는 어말 유기음은 앞에 오는 말의 받침을 내파음으로 만들고, 뒤에 오는 첫소리를 외파음으로 표기한다. 여덟째, 언해문의 우리말 표기는 체언의 겹받침이나 용언의 겹받침이 모두 연철된다. 아홉째, 언해문의 우리말에 자음 동화한 예들이 없다. 열 번째, 언해문의 우리말 표기에는 보조사 ‘곰’도 쓰이고, ‘식’도 나타난다. 열한 번째, 언해문의 우리말에 15세기 중세어에 보이던 특수교체를 보이던 명사가 교체하지 않는 형태로 쓰인다. 이처럼 이 책은 당시의 언어 형상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국어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참고문헌

  • 『중종실록(中宗實錄)』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 연구원, 1996.
  • 임홍빈, 「『분문온역이해방』 해제」, 『역주 분문온역이해방ㆍ우마양저염역방치료방』,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9.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사, 1961.
  • 홍윤표, 「해제-불문온역이해방」, 홍문각 편,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