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도경(地球圖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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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저자 미상의 천문지리서.

개설

『지구도경(地球圖經)』은 조선 말기 저자 미상의 천문지리서이다. 광무 2년(1898)에 편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중국과 조선항목의 연혁기사에 1880년(고종 17)을 ‘지금(至今)’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편찬연대는 이 무렵으로 추정된다. 편찬자가 박영교(朴泳敎)라는 설이 있으나, 서ㆍ발문이 없어, 확인할 수 없다.

서지 사항

3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사본이다. 종로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체재는 지도와 그 해설을 수록한 도경(圖經)의 형태로 편찬되었다. 내용으로는 천ㆍ지ㆍ인 3책으로 나누어, 먼저 지구도법(地球圖法) 이하 지구 동서남북 반도(半圖)의 지도를 수록하고, 이어 천문과 세계지리 지식을 소개하였다.

천문지식으로는 지원론(地圓論), 지형타원론(地形橢圓論), 지체대소론(地軆大小論), 경위선장단론(經緯線長短論), 지전론(地轉論), 지역일행성론(地亦一行星論), 지위론(地位論), 지질론(地質論), 지세론(地勢論), 지중론(地重論), 지기론(地氣論), 지방론(地方論), 지광론(地光論), 지영론(地影論), 지성론(地聲論), 지변론(地變論), 지산론(地産論), 지국분계론(地局分界論), 한서주야론(寒暑晝夜論), 지구통행론(地球通行論), 역법론(曆法論), 각국교법약론(各國敎法略論), 만국정체약론(萬國政軆略論), 각국문자약론(各國文字略論) 등을 소개하였다.

세계지리는 3책에 걸쳐 아세아주전도(亞細亞洲全圖)에서부터 남흑도군도급태양고도전도(南黑道群島及太洋孤島全圖)에 이르기까지 93개의 지도와 이에 해당하는 경문(經文)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문 해설은 위치, 연혁, 인구, 풍속, 교법, 정체, 문자, 무비, 토산, 재용, 통상, 속지 등의 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만국산고저도(萬國山高低圖), 만국강장단도(萬國江長短圖), 각국기호도(各國旗號圖)가 부가되어 있다.

『지구도경』의 저자로 알려진 박영교는 본관이 반남(潘南)이고, 할아버지는 제당(齊堂)이며, 아버지는 판서원양(元陽), 어머니는 전주이씨로 윤행(潤行)의 딸이다. 동생이 영효(泳孝)이다.

1878년 음보(蔭補)로 금성현감(金城縣監)을 지내고 1881년 정시문과에 병과로 급제하여 수찬(修撰)이 되었으며, 통리기무아문주사(統理機務衙門主事)를 거쳐 승지(承旨)가 되었다. 1882년『지구도경(地球圖經)』을 저술하였으며, 1883년에는 전라도암행어사가 되어, 활동한 뒤 다시 승지에 임명되었다.

1884년 12월 4일 아우 영효와 김옥균(金玉均)ㆍ홍영식(洪英植) 등 개화당(開化黨)이 일으킨 갑신정변에 함께 가담, 우정국(郵政局)개국 축하연을 계기로 사대당(事大黨) 요인들을 타도하고 정권을 장악하여 도승지(都承旨)가 되었다.

그러나 청군(淸軍)의 개입으로 3일 만에 정변이 실패로 돌아가자, 김옥균ㆍ박영효ㆍ서광범(徐光範)ㆍ서재필(徐載弼) 등은 일본으로 망명하였으며, 자신은 홍영식과 더불어, 끝까지 왕을 호위하다가, 사대당에 의해서 살해되었다. 1894년 12월 죄명이 효주(爻周: 사실 조사에서 잘못을 정정하여, 표(×)로 표시하던 것으로 죄 없음을 의미)되고, 복관(復官)되었다. 시호는 충목(忠穆)이다.

조선 후기 이래로 조선시대의 사회는 안으로는 봉건체제의 낡은 틀을 깨뜨리고, 자본주의의 근대사회로 나아가려는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 변화가 일고 있었고, 밖으로는 무력을 앞세워 통상을 요구하는 구미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 위협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중인 출신의 지식인과 양반 관료들 사이에서는 조선사회의 사회경제적 모순을 깨닫고, 세계역사의 발전방향에 따라서, 사회를 이끌려는 개화사상이 형성되었다. 이 사상에 따라 내외정치를 개혁하려고 결집된 정치세력이 개화파이다.

김옥균ㆍ박영효(朴泳孝)ㆍ서광범(徐光範)ㆍ홍영식(洪英植)ㆍ서재필(徐載弼) 등의 양반 출신 청년지식인은 19세기 중엽 박규수(朴珪壽)ㆍ오경석(吳慶錫)ㆍ유홍기(劉鴻基), 호는 대치(大致)) 등의 사상과 그들로부터 받은 서구사회에 관한 문명서적을 통해서, 실학사상의 긍정적 요소와 세계정세의 흐름 및 자본주의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조선사회의 개혁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개항 이후 이들은 민씨정권의 개화정책에 참여하면서, 점차 김옥균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개화사상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하려는 하나의 정치세력 즉, 개화파를 형성하였다. 그런데 개화파 안에서는 개혁의 궁극적 방향을 같이하면서도, 실현방법에서 입장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김홍집(金弘集)ㆍ어윤중(魚允中)ㆍ김윤식(金允植) 등의 온건개화파는 부국강병을 위해, 여러 개혁정책을 실현하되, 민씨정권과 타협 아래 청나라에 대한 사대외교를 종전대로 계속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방법으로 수행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급진개화파는 청나라에 대한 사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고 민씨정권도 타협의 대상이 아닌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다. 『지구도경』은 이런 시대적ㆍ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여, 만든 것이라고 본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서구의 천문과 지리지식을 쉽게 전하려는 목적에서 편찬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지리서의 체재와 내용과는 달리 서양 지리학의 연구성과를 수용하여 편찬되었다. 그리고 서양지리 소개서로서는 1886년 박문국에서 간행한 『만국정표(萬國政表)』와 함께 이른 시기의 것이다.

참고문헌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38- 개화와 수구의 갈등』, 탐구당.
  • 박은숙, 『갑신정변 연구』, 역사비평사, 2005.
  • 신용하, 『한국 개화사상과 개화운동의 지성사』, 지식산업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