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자취염초방언해(新傳煮取焰硝方諺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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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5년(인조 13)에 이서(李曙)가 화약의 원료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 책.

개설

『신전자취염초방언해(新傳煮取焰硝方諺解)』은 1635년(인조 13)에 이서(李曙)가 무고(武庫)인 군기시(軍器寺)에서 편찬하여 간행한 언해본으로, 염초(焰硝), 즉 화약의 원료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별장(別將)인 관서(關西) 사람 성근(成根)이 중국에 포로로 잡혀갔다 온 사람들과 중국 사람에게 물어서 틈틈이 시험하여 익힌 것을 이서가 정리한 것이다. 『화포식언해(火砲式諺解)』와 합철되어 있으며, 여러 이본이 간행되어 『화포식언해』와 함께 조선 후기에도 널리 활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편찬/발간 경위

과거 염초 제조는 곧 화약 제조를 의미했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염초 제작은 비밀리에 진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말 최무선(崔茂宣)에 의해 염초 제조 기술이 확보됐지만, 그것으로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효율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염초 제작은 지붕 처마 밑이나 화장실 주변의 흙 등 특수한 토양을 채취, 물에 녹인 후 가열해서 결정을 채취하는 과정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여러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군대에 소속된 장인들이 염초 재료 확보를 위해 가정집에 진입, 흙을 퍼가는 과정에서 언쟁이나 소동이 벌어지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였다. 또 권세 있는 양반 가문의 경우 흙 채취를 거부하다가 법적 문제로 비화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였으며, 이에 벼슬살이하는 관료가 자기 집에서 흙 채취하는 것을 거부하면 파직시키는 규정까지 마련될 정도였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을 거치면서 화약이 대량으로 소모되고 재능 있는 염초 장인이 전쟁 중 다수 사망한 탓에 화약이나 염초 확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그동안 부족한 염초를 명(明)나라에서 수입해서 충당했지만, 1634년(인조 12) 명나라가 염초 무역을 중단시키면서 조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해결책은 염초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밖에 없었다. 이런 위기감 속에 조선은 효율성이 더 높은 명나라의 최신 염초 제작 기법을 필사적으로 확보하려고 노력하였는데, 하급 무관인 성근이 중국에 유랑한 조선인이나 명나라 피난민을 일일이 만나며 기술 확보에 결정적 공헌을 하였다.

그리고 이서가 그 결과물을 정리하여 1635년 『신전자취염초방언해』를 편찬하였다. 이 책의 서문에서 이서는 “기존 방법에 비해 새로운 염초 제조 기술은 노력은 절반 정도지만 성과는 백 배나 나오는 방식”이라며 이 기술에 대하여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서지 사항

『화포식언해』와 합철되어 있는데, 『신전자취염초방언해』는 그 가운데 총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장서각과 서울대학교 가람문고에 소장되어 있으며, 규장각에는 1796년(정조 20)에 군기시에서 중간된 중간본을 소장하고 있다.

이 책은 3가지 이본이 전하는데, 모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원간본은 안춘근 소장본으로 『화포식언해』와 함께 한 책으로 묶여 있으며, 책의 끝에 최명길의 발문과 간기 ‘崇禎八年八月日刊(숭정팔년팔월일간)’가 적혀 있다.

중간본인 두 번째의 책은 1685년(숙종 11)에 중간되었다는 간기와 감교관(監校官)의 이름이 더 적혀 있다. 즉 ‘숭정팔년팔월일간 후오십년을축정월일중간 감교관부사과김익찬(崇禎八年八月日刊 後五十年乙丑正月日重刊 監校官副司果金益粲)’으로 되어 있고, 『화포식언해』와 필사본인 『매화법(埋火法)』과 합철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서문은 없고, 원간본과 동일한 최명길의 발문이 있다.

세 번째 책은 1685년판의 복각본으로 1796년에 간행되었다. 『화포식언해』와 함께 1698년(숙종 24)에 역관인 김지남(金指南)이 지어 간행한 『신전자초방언해』의 중간본인 1796년판까지 덧붙여 합본되어 있다. 판식과 판광이 1685년판과 동일하여 복각본임을 알 수 있다. 중간본은 책의 끝에 보이는 발문에도 차이가 있는데, 이전 본과 비교해 볼 때 몇 글자가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성/내용

『신전자취염소방언해』는 서문 없이 바로 자초법(煮硝法)에 대한 본문부터 시작된다. 본문은 ‘취토(取土 : 흙 모으기)’, ‘취회(取灰 : 재 받기)’, ‘교합(交合 : 섞기)’, ‘사수(篩水 : 물 거르기)’, ‘오수(熬水 : 물 달이기)’, ‘재련(再煉 : 다시 달이는 법)’, ‘삼련(三煉 :세 번째 달이는 법)’, ‘예초(刈草 : 풀 베기)’, ‘교수(膠水 : 아교 넣기)’, ‘합제(合製 : 섞어 찧기)’의 10절(節)로 나뉘어 있다. 각 절마다 한문 원문을 먼저 싣고 이에 대한 언해문을 뒤이어 실었다.

이 책의 표기법은 『화포식언해』와 대동서이하다. 다만 문법적으로는 통사적인 구성에서 문장의 종결형에서 ‘–이다’가 통합되어, ‘라’, ‘밋믈이라’, ‘법이라’처럼 쓰이고, 근대 국어의 일반적인 활용의 특성으로 나타나는 의도법 접미사 ‘-오/우-’가 쇠퇴하며, ‘이시-’와 ‘잇-’의 공용에서 후자로 통일되고, 상대존대법에서 새로운 졸결접미사가 쓰이며, ‘-겟-’,‘-앗-’ 등의 시제접미사가 나타나는 등 많은 근대국어로서의 문법적 특성을 보인다.

어휘로는 ‘근’, ‘냔’, ‘ᄃᆞᆯ’, ‘돈’, ‘되’, ‘말’, ‘명’, ‘번’, ‘步’, ‘셤’과 같은 명사, ‘아흔닷’, ‘쳔’, ‘열’, ‘석’, ‘구’ 등과 같이 고유어와 한자어로 된 수사가 함께 쓰인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화약 제조 기술을 자세히 보여 준다는 의의를 가진다. 또한 현재 전하는 중간본은 근대국어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중간본의 언해문은 간행 경위와 표기 특징 등으로 볼 때 중간 당시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18세기말의 국어 사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 『숙종실록(肅宗實錄)』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연구원, 1996.
  • 이기문, 「십육세기 국어의 연구」, 『문리논집』 4, 서울대, 1959.
  • 정호완, 『역주 화포식언해ㆍ신전자취염소방언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13.
  • 최두환, 『화포식언해-역주해』, 해군사관학교, 1997.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사, 1961.
  • 황문환, 「신전자취염소방언해에 대한 국어학적 고찰」, 『장서각』 4,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