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감(經濟文鑑)

sillokwiki
Silman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17년 12월 22일 (금) 01:17 판 (XML 가져오기)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동: 둘러보기, 검색



1395년(태조 4) 판삼사사(判三司事)정도전(鄭道傳)이 편찬한 정치서.

개설

『조선경국전』이 육전체제(六典體制)를 따라, 조선시대의 통치 조직과 통치 이념의 종합적인 체계를 제시했다면, 『경제문감』은 그 중에서 특히 치전(治典)의 내용을 보완한 책이다. 권근(權近)이 주해를 붙이고, 정총(鄭摠)이 서문을 썼으며, 『삼봉집(三峰集』에 수록되어 있다.

서지 사항

2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판본이다. 지질은 한지이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재상제도(宰相制度)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서술하고, 이어 재상의 직책과 진퇴의 자세를 기술하고 있다.

정도전은 당우삼대(唐虞三代)가 재상제도를 이상적으로 구현한 시대로 이해하면서 당시에는 현명한 재상이 실권을 쥐고 제왕을 보필하여, 이상적인 정치를 실현했다고 보고 있다. 한당시대(漢唐時代)에는 초기에 재상권이 강화되었다가, 후기에 약화되어, 군주의 전제권이 강화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하권에서는 대간·위병(衛兵)·감사·수령의 직책을 차례로 논하고 있다. 대간은 어사대(御史臺)를 뜻하는 대관(臺官)과 간관(諫官)을 합한 말로, 먼저 대관은 군주의 이목으로서, 또한 정치를 감찰하고, 탄핵하는 관료로서, 그 지위와 직책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관제도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서술하였다. 간관은 군주와 신하의 실정(失政)을 말이나 글로써 비판하는 직책이라는 중요성에 비추어, 그 지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다만 권한은 재상을 능가해서는 안 되며, 정권이 대간에게 있으면, 나라가 어지럽다고 하여, 대간 기능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위병에서는 문무가 두 어깨처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우리나라와 중국 역대의 위병제를 설명하고, 그 장단점을 절충하여 조선 초기 위병제가 성립되는 과정을 서술하였다. 감사와 수령제도는 한ㆍ당시대를 모범으로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즉 수령은 백성의 부모로서 백성과 국가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봉사해야 하는데, 수령의 임무로서 토지의 개간, 호구의 증식, 학교의 진흥, 예속(禮俗)의 형성, 옥송(獄訟)의 공평, 도둑의 근절, 차역(差役)의 균등, 부렴(賦斂: 조세를 부과하여 거둬들임)의 절약을 들고 있다.

감사는 수령의 비행을 감독, 규찰하고 수령의 치적을 평가하여, 승진과 파면을 결정하는 임무가 있으므로, 그 품질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감사와 수령에 대한 통할권을 재상이 가져 재상 중심의 중앙 집권 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도전은 1397년 『경제문감별집』을 써서 군주의 직책과 그 변천 과정을 논하고 있는데, 두 책을 연관 지어 이해하여야 한다. ‘경국제세, 나라를 잘 다스려 세상을 구제한다.’라는 말에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정도전은 『경제문감』을 씀으로써, 세상을 구제하고자 했다. 그는 옛사람을 숭상했기 때문에 그들 직분 임무의 잘못과 인물의 잘남과 못남을 널리 가려내어 기록했다. 이런 정리 작업을 통해 그가 세우고자 하는 바른 정치 체제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선대 선비들의 학설을 인용하면서, 그 사이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경제문감』에서 주장하는 정도전의 정치 체제 및 통치 철학은 재상을 중심으로 하는 공명정대한 정치, 백성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민본주의, 경제적·물질적 성장과 절약을 강조하는 실용주의, 그리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룩하는 정치 이념이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즉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각자의 자리에 있는 것, 즉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정도전이 제시한 올바른 국가의 모습이었다. 재상은 위로는 음양(陰陽)을 조화하고, 아래로는 많은 백성을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며, 안으로 백성을 평온하고 밝게 다스리고, 밖으로 사방의 오랑캐를 진정시키고, 어루만져 주는 것, 임금이 어질면 어질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임금이 옳으면 옳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한 번 임금을 바르게 하면 나라가 안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임금을 보좌하는 재상의 업무는 임금을 바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태조가 즉위하면서, 교시한 고과법(考課法)도 소개했는데, 이는 중국 고대의 전최법(殿最法)을 인용해 만든 것으로 선(善)·최(最)는 지방 수령(守令)의 근태를 조사해 등급을 정하는 명칭으로 선(善)은 덕의(德義)·청근(淸謹)·공평(公平)·각근(恪勤)이고, 최(最)는 옥송(獄訟)에 억울함이 없는 것, 납세를 독촉하되 백성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것, 부역을 균등하게 차출하는 것, 농토를 개간하고 뽕나무를 심는 것, 들을 넓히고 토지를 개간하는 것, 수리(水利)를 잘 다스리는 것, 간특함과 도적을 없애는 것, 곤궁함을 구제하는 것 등으로 했다.

의의와 평가

조선왕조 창건에 초석 역할을 했던 정도전은 다방면에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그는 두 번의 유배와 10여 년 동안의 귀양살이를 겪는 동안, 독서와 성찰로 자기 자신을 연마하고, 국가 경영에 필요한 대도를 구상했다. 그리하여 전제(田制) 및 군제(軍制) 개혁은 물론이고, 각종 정치 이론을 정립했다. 『경제문감』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한 정도전의 고뇌에서 나온 저서로서, 시대를 통관하고 국운을 전망하고, 국정을 계획한 지도력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 도현철, 「정도전 『경제문감』의 주자(朱子) 글 원용과 그 의도」, 『실학사상연구』 10,11권, 모악실학회, 1999.
  • 조항덕, 「『경제문감(經濟文鑑)』에 나타난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의 정치사상(政治思想)」, 『한문고전연구』 14, 한국한문고전학회, 2007.
  • 한영우, 『정도전사상의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