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번(薛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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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지원군 파병을 알리는 명의 칙서를 가지고 조선에 온 명의 관리.

개설

명은 임진왜란 직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의 출병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명은 일부 잘못된 정보와 조선이 일본군을 안내하여 명을 침략한다는 소문 때문에 양국 모두에 대한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이 명에 지원을 요청한 뒤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선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실제로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음을 파악하게 된 명은 1592년(선조 25) 7월 우선적으로 요동(遼東)에서 구원군을 파견했다. 이후 명은 9월 초에 조선에 사신을 파견해 대군(大軍)을 편성해 출동할 것임을 알렸다. 당시 만력제의 칙서를 가져와 명 대군의 출동을 알렸던 사신이 바로 설번이었다. 그는 또 의주에서 하루만 머물고 바로 귀국했다. 그리고 병부(兵部)에 조선의 입장을 변호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 설번의 보고 등으로 인해 명은 조선에 대한 의심을 풀고 지원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었다.

활동 사항

선조는 설번이 광동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그를 칙사로 파견한 것이 아직도 명에서 조선과 일본의 관계를 의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선조와 함께 이 문제를 논의했던 좌의정윤두수(尹斗壽) 역시 명에서 굳이 설번을 칙사로 파견한 목적에 의문을 가졌다(『선조실록』 25년 8월 28일).

설번이 임진왜란 당시 했던 가장 큰 역할은 칙서를 받은 조선의 태도를 자세하게 보고하면서 명 조정의 의심을 해소시킨 일이었다. 설번은 조선에 칙서를 전달한 뒤 단 하루만 의주에서 머물고 바로 귀국했다. 설번은 귀국과 동시에 병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설번은 보고서에서 조선의 군신(君臣)들이 황제의 뜻을 확인하고 감격하여 울지 않은 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황제의 군대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것이 큰 가뭄에 비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고도 표현했다. 또 군신들이 애처롭게 호소하는 태도와 이들이 힘들게 떠돌아다니는 상황을 직접 보니 조선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알렸다.

또한 조선이 존망이 달려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황제의 뜻이 선포되자 충성스러운 마음을 일으켜 전세를 회복하고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명에서는 조선의 이러한 마음을 도와 정병(精兵)을 파견해 협공한다면 일본군을 모두 소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선조수정실록』 25년 9월 1일).

명의 출병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추가로 대군을 편성해 출동하는 일도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설번의 보고서가 명의 출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보고서에서 표현된 조선 군신들의 태도와 상황 등은 명에서 조선의 곤란한 상황을 파악하고 조선에 대한 의심을 해소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참고문헌

  • 『기재사초(寄齋史草)』
  • 『명신종실록(明神宗實錄)』
  • 『양조평양록(兩朝平壤錄)』
  • 『연려실기술(燃黎室記述)』
  • 『정한위략(征韓偉略)』
  • 『재조번방지(再造藩邦志)』
  • 『상촌선생집(象村先生集)』
  • 한명기, 『임진왜란과 한중관계』, 역사비평사, 1999.
  • 김경태, 「임진전쟁 강화교섭 전반기(1593.6~1594.12), 조선과 명의 갈등에 관한 연구」, 『한국사연구』166, 한국사연구회, 2014.
  • 손종성, 「임진왜란시 대명외교 - 청병외교를 중심으로」, 『국사관논총』제14집, 국사편찬위원회, 1990.
  • 이현종, 「16세기 후반기 동아(東亞)의 정세」, 『한국사』12, 국사편찬위원회, 1977.
  • 조원래, 「4. 명군의 참전과 전세의 변화」, 『한국사』29, 국사편찬위원회, 1995.
  • 최소자, 「임진란시 명의 파병에 대한 논고」, 『동양사학연구』11, 동양사학회, 1977.
  • 최영희, 「임진왜란 중의 대명사대에 대하여」, 『사학연구』18, 한국사학회,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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