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화(羲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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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성진(日月星辰)의 역상(曆象)을 관찰하여 백성들에게 시간을 일러준 중국 고대 신화 전설상의 인물.

개설

『상서(尙書)』「요전(堯典)」의 ‘사중성(四中星)’ 단락에는 요임금이 당시 천문 담당자인 희화씨(羲和氏)에게 명하여, 사계절마다의 중성(中星) 즉, 남중하는 별을 관측하여 시간을 바로잡았다는 역상 신화가 수록되어 있는데, 각 계절마다 다른 인물이 설정되어 있다.

이 경수인시(敬授人時)의 시간을 다루는 인물을 통칭하면 희화씨이고, 나누면 춘하의 희씨(羲氏)와 추동의 화씨(和氏)이며, 사계절마다 담당하여서는 봄에는 희중(羲仲), 여름에 희숙(羲叔), 가을에 화중(和仲), 겨울에는 화숙(和叔)이 맡는다.

① 봄의 희중은 해 돋는 우이(嵎夷)의 양곡(暘谷) 즉, 해 돋는 골짜기를 맡아, 춘분을 뜻하는 일중(日中)의 중춘(仲春)을 다스리고, 이때의 중성은 조성(鳥星)이다.

② 여름의 희숙은 남쪽의 남교(南郊)를 맡아, 하지를 뜻하는 일영(日永)의 중하(仲夏)를 다스리고 이때의 중성은 화성(火星)이다.

③ 가을의 화중은 서쪽의 매곡(昧谷) 즉, 어스름한 골짜기를 맡아, 추분을 뜻하는 소중(宵中)의 중추(仲秋)를 다스리고 이때의 중성은 허성(虛星)이다.

④ 겨울의 화숙은 삭방(朔方)의 유도(幽都)를 맡아, 동지를 뜻하는 일단(日短)의 중동(仲冬)을 다스리고 이때의 중성은 묘성(昴星)이다.

내용 및 특징

여기에 등장하는 네 종류 별자리는 사계절마다 남중하는 별자리여서 희화씨가 나서서 이를 관측하여 계절의 시간을 정하였다는 뜻이 된다. 조성은 후일 남방 주작 별자리로 불리고, 화성은 동방 청룡의 심장 별자리인 심대성(心大星)을 지칭하며, 허성은 북방 현무의 중심인 허수(虛宿) 별자리이고, 묘성은 서방 백호의 중심 별자리인 묘수(昴宿)를 일컫는다.

또 여기에 수록된 일중, 일영, 소중, 일단의 표현이 1년 동안 태양의 변화를 뜻한다고 보면, 각기 일중은 낮 길이가 중간이라는 뜻이어서 춘분이 되고, 일영은 해가 긴 하지가 되고, 소중의 소(宵)는 밤이라는 의미여서 밤 길이가 중간인 추분을 뜻하고, 일단은 해가 가장 짧은 동지를 뜻한다. 반면에 이들이 하루 동안 태양의 변화를 뜻한다고 보면, 일중은 해가 중천에 떠오르는 오전이고, 일영은 해가 길게 늘어지는 오후이며, 소중은 어두워지는 저녁이며, 일단은 해가 없는 밤이 된다.

전체적으로 태양이 동녘 우이의 양곡 골짜기에서 떠서, 남쪽 들판의 남교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저녁이면 서녘의 어두운 매곡 골짜기로 지고, 밤 동안 북방의 어두운 유도로 들어가 쉰다는 매우 『산해경』적인 태양 일주 신화를 장치하고 있다. 양곡과 매곡은 모두 『산해경』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또한 『산해경』에는 희화씨가 태양의 어머니라는 십일(十日) 신화가 실려 있다. 곧 동남 바다 바깥과 감수(甘水)의 사이에 희화씨의 나라가 있는데, 어떤 여자가 있어 이름을 희화라 하고 바야흐로 감연(甘淵)에서 태양을 목욕시키고 있다 하였고, 그 희화는 바로 제준(帝俊)의 처이며 10개의 태양[十日]을 낳은 태양 어머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산해경』적인 희화의 태양 신화가 『상서』「요전」의 역상 신화에도 연결되어 있다. 권근(權近)이 지은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발문에서 요임금이 희화에게 명하여 사시의 질서를 짓도록 하였다는 언급은 이러한 희화 신화의 전승을 잘 보여준다.

참고문헌

  • 『국조역상고(國朝曆象考)』
  • 『서운관지(書雲觀志)』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김일권,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