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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0:21 기준 최신판



하천의 수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세종 때 제작한 측량 기구.

개설

1441년(세종 23)에 측우기의 제작과 함께 청계천과 한강에 수표(水標)를 제작하여 설치하였다. 조선시대 강우량을 측정하는 데는 측우기를 사용하는 방법 이외에도 하천의 수위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때 수표를 사용하였다. 비가 오면 하천의 수위가 올라가고, 가물면 하천의 수위가 내려간다는 자연현상에 주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내용 및 특징

농업사회에서 강수량은 매우 중요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 이래로 각 문명권에서는 하천의 수위를 측량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였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물가에 비석을 세우고 그 위에 척도를 새겨서 수위의 변화를 측정하고 기록하였는데, 이것이 수칙(水則)이라는 것이었다. 세종대에 제작된 수표 역시 중국의 수칙을 보고 그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서울 한복판에 청계천이 흘렀는데 큰비가 내려 청계천이 범람하면 그 주변에 밀집한 집들은 물론 한양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수위를 측정하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 수표가 제작되어 사용되었다(『영조실록』 7년 6월 13일). 수표는 처음에 나무로 제작되었고 그 위에 척·촌·분의 수치를 새겼다. 나무가 수표의 재료로 사용된 이유는 제작이 간편하고 눈금을 새기기 쉽다는 제작상의 이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무로 만든 수표는 물속에 장기간 잠겨 있으면 썩기 때문에 영구적이지 않은 것이 단점이었다. 나무를 대용할 만한 것으로는 금속재와 석재가 있는데, 금속재는 제작상의 난점과 함께 부식의 염려가 있어 최종적으로 수표의 재료로서 석재, 즉 돌이 선택되었다. 현재 볼 수 있는 수표는 화강암으로 다시 만든 것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수표교(水標橋)는 장통교(長通橋)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리의 서쪽 물 가운데 석표(石標)를 세우고 척·촌의 수를 새겨서 강우량을 측정하게 했다.”고 한다. 이 기록에 따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이 편찬될 당시에는 나무였던 기존의 수표가 돌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세종의 어명으로 제작된 수표는 나무로 제작되어 1441년 8월에 청계천 마전교(馬廛橋 : 현 수표교 자리) 서쪽 물 가운데와 한강에 설치되었다. 마전교에 세운 것은 주척(周尺)을 한강변의 수표는 포백척(布帛尺)을 각각 기준으로 제작하였다. 성종 때 이를 다시 돌로 바꾸어 제작했는데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성종 때 것이 아니라 18세기 전반 영조 때에 손질한 것이다. 세종 때의 것과 달리 척(尺)까지만 표시했는데 앞면에는 20㎝가 조금 넘는 주척으로 1척마다 눈금을 새겨 10자[尺]까지 표시하였다.

현재 세종대왕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는 수표는 높이 약 3m, 폭이 약 20㎝의 화강석으로 된 부정육면체 방추형의 돌기둥이다. 돌기둥의 양쪽 면에는 1척에서 10척까지 눈금을 새겼고, 뒷면의 3척·6척·9척 되는 눈금 위에는 ○표를 파서 수량을 헤아리는 표지로 삼았다. 촌·분까지 정밀하게 새겼던 세종대의 수표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변천

세종 때 제작한 수표는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수표의 역사적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은 현재 세종대왕기념관에 보존되어 있는 보물 제838호인 수표와 서울유형문화재 제18호로 장충단 공원에 있는 수표교이다. 1960년대 청계천을 복개하면서 마전교(수표교)는 장충동 공원으로 옮겨 복원하고 수표는 세종대왕기념관으로 옮긴 것이다. 측우기와 수표에 의한 강수량 측정법은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실시되고 있다.

현재 수표를 이용한 관측 기록도 남아 있는데, 『풍운기(風雲紀)』·『기우제등록(祈雨祭謄錄)』·『천변초출등록(天變抄出謄錄)』이나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일성록』 등의 연대기류가 그것이다. 『풍운기』는 관상감의 관측일지인데,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일성록』 등의 연대기 기록은 『풍운기』를 원본으로 삼았다. 매일 승정원과 시강원 및 규장각 등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해서 집계되었던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확인되는 ‘수표단자(水標單子)’라는 용어는 바로 이를 가리킨다.

참고문헌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풍운기(風雲紀)』
  • 김인덕 외, 『과학문화』, 솔출판사, 2004.
  • 문중양, 『우리역사 과학기행』, 동아시아, 2007.
  • 전상운, 『한국과학기술사』, 정음사, 1975.
  • 周魁一, 『中國科學技術史(水利卷)』, 科學出版社,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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