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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9일 (토) 23:14 기준 최신판



왕과 왕실 가족의 일상생활과 권위 유지에 필요한 여러 물산을 조달·공급하는 일.

개설

공상은 진상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흔히 구분해서 사용하였다. 진상은 대전(大殿)과 왕비전(王妃殿)에 봉진(奉進)하는 경우에 사용하였고, 공상은 태상왕(太上王)·상왕전(上王殿)이나 그 밖의 각전(各殿)에 봉진하는 경우에 사용하였다.

공상은 본래 왕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 공급을 뜻하였다. 그러나 왕실이 곧 국가라고 인식하였기 때문에 국가에서 사용하는 것을 왕실의 사용으로 인식하기도 하였다.

제정 경위 및 목적

공상제는 국가 재정 체계 안에서 왕실이 소비하는 물품을 조달하는 제도였다. 이를 위하여 1392년(태조 1) 새로 관제(官制)를 정할 때 전공아문(專供衙門)이 설치되고 겸공아문(兼供衙門)이 정해졌다(『태조실록』 1년 7월 28일). 전공아문은 공상만을 전담하는 아문으로 고려의 제도를 계승한 것이었고, 겸공아문은 국용(國用)의 조달과 더불어 공상을 겸하는 아문이었다.

조선왕조 초기에는 고려말의 사장고를 계승한 5고(庫)·3궁(宮)과 내부시 등이 과도기적으로 조선 왕실의 사장고로서 사적인 공상을 담당하였다. 이와 더불어 상의원·복흥고·유비고 등의 사장고가 새로 설치되었고, 침장고·유우소·상림원·사옹방 등의 전공아문이 설치되기도 하였다. 그 후 사장고는 혁파되었다가 다른 아문에 합쳐지는 등의 변천을 거듭하였으며, 1445년(세종 27) 국용 전제의 시행으로 상의원을 제외한 모든 아문이 기능을 상실하고 전공아문이 되었다(『세종실록』 27년 7월 13일). 이후 세조대의 관제개혁과 뒤이은 『경국대전』의 성립으로 공상제가 완비되었다. 이로써 공상은 일부 사장고를 제외하고는 전공아문 및 겸공아문을 통하여 운용되어 국가 재정에 포괄되었다. 공상아문 역시 『경국대전』의 성립으로 제도화되어 사장고인 내수사, 전공아문인 상의원·사옹원·내자시·내섬시·사도시·사온서·사포서·사축서, 그리고 그 밖에 다른 겸공아문들로 정착되었다. 이 가운데 내수사는 왕실의 사유지와 노비를 관장하는 사재(私財) 관리 기구였으며, 다른 아문들은 공납제와 소속 국유지에서의 생산 등과 관련된 기구였다.

내용

조선전기에는 공상을 전담하는 기구가 설치되지 않은 채 사장고와 더불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여러 전공아문과 겸공아문에서 공상을 운용하였다. 이에 따라 공상이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다해져 민생의 피폐를 가져오게 되었다. 공상의 재정적 비중을 구체적인 숫자로 표시할 수는 없지만, 전체 재정의 절반에 달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사옹원이 담당한 진상과 공상, 각 아문이 수취하는 공물은 사실상 공상을 위하여 운용된 제도였으므로 국가 재정의 비중은 더욱 컸다. 이렇게 명확한 구분 없는 공상아문의 난립과 왕실 재정의 과다한 비중은, 왕실이 곧 국가라는 인식 하에 전제 왕권을 정점으로 한 정치 구조와 상업이 분화하지 못한 당시의 경제 구조를 잘 말해 준다.

변천

공상아문은 왕실 사재 관리 기구인 내수소(內需所)의 성립(『세종실록』 5년 2월 5일)과 1445년의 국용 전제 시행으로 성격이 크게 변화하였다. 조세를 수취하여 왕실의 소비물품을 마련하였던 수조지가 국용전으로 흡수되면서 사장고의 기능도 상실되었다.

조선후기에 들어 공납제가 대동법으로 변화되면서 공상아문은 대동상납미(大同上納米)·포(布)·목(木)·전(錢)을 통하여 필요한 물산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일부 진상은 여전히 존속되었고, 또 공상을 전담하는 아문도 설치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조선후기에도 왕실 재정은 국가 재정의 과다한 비중을 차지하여 조선전기의 폐해를 극복하지 못하였다.

참고문헌

  • 송수환, 『조선전기 왕실재정 연구』, 집문당, 1996.
  • 田川孝三, 『李朝貢納制の硏究』, 東洋文庫, 1964.
  • 오정섭, 「고려말·조선초 각사위전을 통해서 본 중앙재정」, 『한국사론』 27, 1992.
  • 박도식, 「조선전기 공납제 연구」, 경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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