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합(類合)"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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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8일 (월) 15:47 기준 최신판



이 책은 기본적인 한자를 수량· 방위 등으로 유별(類別)하여, 각 한자마다 한글로 새김과 독음을 붙여 만든 한자 입문서다.

개설

이 책은 『훈몽자회(訓蒙字會)』 서문에 의하면, 조선 전기에 한문을 배우는 데는 먼저 『천자문(千字文)』을 읽고, 다음 『유합(類合)』을 읽었다고 한다. 『유합』은 한자를 의미에 따라, 유별한 책으로 『천자문』보다는 훌륭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으나, 한편 요긴한 한자가 많이 빠지고, 내용이 충실치 못한 점이 있어, 선조 때 유희춘(柳希春)이 이것을 증보·수정한 것이 『신증유합(新增類合)』이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은 『천자문』과 함께 조선 전기에 널리 사용된 한자 입문서로 새김과 독음이 이루어진 시기는 확실하지 않다. 최세진(崔世珍)의 『훈몽자회』에 새김이 인용된 일이 없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16세기 이후의 일로 추정된다. 최세진에 의하면, “『유합』은 『천자문』을 익힌 뒤에 배우는 책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으나 누구의 손으로 된 것인지 모른다.”고 하여 서거정(徐居正)의 저작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성종 때의 거유(巨儒) 서거정이라는 설과 이것을 부인하는 설이 있어 확실하지 않으나, 『천자문』과는 달리 조선에서 만들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으며, 『훈몽자회』와 함께 고어(古語)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이 『유합』에는 여러 가지 판본(板本)이 있어, 『신증유합』 외에도 안심사판(安心寺板)·무신판본(戊申板本)·무교판본(武橋板本) 등이 현재 남아 전해지는데, 가장 오래 된 것은 『신증유합』이며, 무신판본과 안심사판은 각처에서 널리 간행된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한자는 1,515자인데, 의미내용에 따라 수목(數目)·천문(天文)·중색(衆色) 등으로 유별하고, 4언으로 대구를 만들어 한글로 새김과 독음을 달았다. 새김은 문맥에 의존하여 정한 것이 특이하다. 이러한 편찬방식으로 『유합』은 동음어인 새김, 가령 ‘남을’, ‘가지’로 새김이 될 ‘채(菜)·여(餘)·가(茄)·지(枝)’의 혼동을 막을 수 있으므로, 『천자문』보다 훌륭한 입문서로 평가되었다.

현전하는 이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664년(현종 5)의 안성 칠장사(七長寺)판으로 이 책은 아직까지도 책판이 보관되어 있다. 이 밖에 송광사(松廣寺)·선암사(仙巖寺)·안심사(安心寺) 등 사찰판과 근년의 방각본 등 10여 종의 이본이 있는데, 한자의 배열순서와 새김 등이 조금씩 다르다. 즉 칠장사판의 ‘산천계간(山川溪澗), 지조근경화섭(枝條根莖花葉)’이 이본에 따라서는 ‘溪澗山川(계간산천), 花葉枝條根莖(화섭지조근경)’으로, ‘照 비쵤 죠’가 ‘보슬 죠’ 등으로 나타난다.

간기가 ‘무신간판(戊申刊板)’으로 된 방각본은 한자 6자가 더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4언대구를 만들 수 없으므로, 잘못 추가된 것이다. 새김은 대체로 공통되나, 방언에 따라 구개음화 등 음운변화를 보이는 데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두음법칙의 영향을 받아, 어두 첫 음절의 ‘ㄴ’이 ‘ㅇ’으로 나타난 예가 보이고, 원순모음화가 반영된 예(‘불’)도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있어 일관성은 없다.

서지 사항

1권 1책(2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사주단변이고, 반곽은 19.0×17.0cm이다. 6행 6자의 유계, 내향2엽화문어미를 갖추고 있고, 크기는 29.0×19.0cm이며, 규장각, 국립중앙도서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등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천자문』과 함께 조선 초기부터 널리 읽혀 온 1책의 목판본 한자 입문서다. 편저자 및 편찬 연대 미상이며, 한국에서만 쓰이는 속자 ‘남(娚)’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사람에 의해 편찬된 것으로 추정된다. 4행 6자로 한자를 배열하고 한자 밑에 한글로 석과 음을 달았다. 총 1,512자의 한자가 ‘수목, 천문, 중색’ 등의 의미 내용에 따라 유별되어 4자씩 대구(對句)를 이루고 있다. 사찰에서 간행된 것을 중심으로 10여 종의 이본이 전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합』 중에서 간행 연대가 분명하면서, 가장 오래된 책은 ‘강희 3년(1664년) 6월(康熙三年六月日)’이란 간기를 가진 판본이다. 1664년(현종 5)에 간행되었으며, 그 판목이 경기도 안성의 칠장사(七長寺)에 보관되어 있다. 곳곳에 석을 빠뜨리고, 음만 달아 놓은 글자가 260여 개에 달하는데, 이는 판목에서 그 석이 달린 부분을 깎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그 석을 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석과 음을 모두 달지 않은 한자도 66자에 달한다.

특히 “강희 39년(1700년) 경진 6월에 남해 망운산 영장사에서 쓰다(康熙三十九年庚辰六月日南海望雲山靈藏寺書列).”란 간기가 있는 판본은, 1700년(숙종 26)에 간행된 것으로서, ‘서열(書列)’이란 표현으로 보아 복각본(覆刻本)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남부 동남 방언의 동부 지역 방언을 반영한 예들이 나타난다.

독일에 간 책도 있는데, 이 책에는 여느 조선 간행본과는 달리 한자 오른편에 한자 새김을, 한자 왼편에 한자음을 달아 놓았다. 몇몇 한자는 새김을 달지 않은 것도 있으며, 연달아 나오는 두 한자의 새김이 같은 경우에는 대개 새김을 한 번만 달거나, ‘동(同)’자로 표기하고 있다. 군데군데 ‘ㆁ’(옛이응)을 쓰고 있으나, 이는 ‘ㅇ’과 다르지 않다.

합부선은 연이어진 한자가 낱말을 이루는 경우에 그은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당시 조선의 유합을 외국인이 정리한 것으로 외국인에게는 19세기 초 한국어 학습 자료요, 한자 학습 자료이며, 우리에게는 한자 새김(훈)과 한자음, 국어 어휘 등 당시 국어 양상을 살피는 소중한 자료이다.

이 자료는 부족한 국어사 자료를 보충해 주는 구실을 할 것이며, 국어사 연구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모본과 대조 고찰하여 『유합』의 오자를 살피면, 간행 당시 외국인의 한글 글꼴의 인식력과 정서력을 살필 수 있을 것이며, 오자를 통하여 한글 글꼴 개발의 문제점을 알고, 오독하게 되는 글꼴의 잘못을 미리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선조 때 유희춘(柳希春)에 의하여 불교를 숭상하는 내용이 있고, 자수가 적다고 하여 수정· 증보되어, 『신증유합』이 만들어졌다. 오늘날의 이본은 조선 초기의 『유합』을 손질한 것으로 추정되며, 새김은 『신증유합』보다 오랜 어형은 보이지 않으므로, 근대국어의 자료로 이용된다.

참고문헌

  • 김남경, 「영남대 도남문고본 『유합(類合)』의 국어학적 고찰」, 『민족문화논총』 제54집, 영남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2013.
  • 김동택, 「『天字文』, 『類合』, 『訓蒙字會』의 어휘분류 체계 대비」, 『어문학』 통권 제52호, 한국어문학회, 1991.
  • 석주연, 「유합」, 『규장각소장어문학자료(어학편 해설)』, 태학사, 2001.
  • 안병희, 「신증유합 해제」, 『신증유합』,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소, 1972.
  • 이응백, 『국어교육사연구』, 신구문화사, 1975.
  • 홍윤표, 「유합(칠장사판)」, 『국어사 문헌자료 연구(근대편 1)』, 태학사,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