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개시(會寧開市)"의 두 판 사이의 차이

2018년 1월 5일 (금) 14:38 기준 최신판

1638년 이후 청과의 교역을 위해 함경도 회령에 매년 개설을 허가한 시장.

개설

명과의 교역이 단절된 청은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기 위해 병자호란 직후부터 조선에 무역시장인 개시 설립을 요구하였다. 이에 조선은 1638년(인조 16) 회령개시를 개설하여 영고탑인(寧古塔人)과 공식 무역을 시작하였다. 회령개시는 매년 20일간 열렸으며, 청과 조선에서는 감독을 위해 관원을 파견하였다. 함경도의 또 다른 지역인 경원 지방에 개설된 경원개시와 함께 북관개시(北關開市)로 통칭된다.

연원 및 변천

명말 누르하치가 여진 사회를 통합하고 후금을 세우면서 청은 명과의 교역이 단절되었다. 후금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필요한 물자 마련을 위해 조선에 국경 부근에 시장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조선으로서는 경제적 손실과 외교적 부담을 무릅쓰고 시장을 설치할 수 없었다. 정묘호란이라는 군사적 충돌이 있은 후 조선은 후금의 요청에 따라 1628년(인조 6) 중강개시(의주개시)를 열어주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후금이 요구한 회령개시는 끝내 설행되지 않았다(『인조실록』 6년 2월 22일). 병자호란이 종료된 1637년(인조 15)에 이르러서야 함경도 지역에도 개시를 설치하자는 안이 수용되어 그 이듬해에 영고탑인을 대상으로 하는 회령개시가 설치되었다.

회령개시에는 점차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게 되었는데, 본래의 대상인 영고탑인 외에도 야춘인(也春人)이 참여하였고 17세기 후반에는 오라인(烏喇人)들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이렇듯 참여 인원이 많아지자 회령개시는 조선에 큰 부담이 되었는데(『효종실록』 7년 12월 11일), 마침내 1660년(현종 1) 청과의 협의 끝에 「교역인마정식(交易人馬定式)」을 정하여 회령개시에 참가할 인원수와 말·소·낙타의 두수(頭數)를 규정하였다. 그러나 정식에서는 청 측에서 동행해오는 통역관에 대한 규정이 없어 이들의 수가 계속 늘어나게 되었고, 개시 참여인원도 다시 증가하게 되었다.

이처럼 청 측의 참여인원이 계속 증가하면서 과도한 접대비용 등 각종 폐단이 야기되자 영조는 개시의 폐단을 조사할 것을 명령하였다. 조사를 바탕으로 1769년(영조 45)에 『함경도회원개시정례(咸鏡道會源開市定例)』를 완성하여 청 관리에 대한 접대비용을 정하고, 이들에게 주는 예단의 규모를 정식화하여 함경도의 부담을 최소화하였다. 그러나 청 관리가 데려오는 수종인의 인원이 계속하여 늘어나 다시 폐단이 제기되자 1851년(철종 2) 『함경도회원개시정례』를 개정하여 수종인원을 규정하였고, 1882년 개시가 철파될 때까지 계속하여 지켜졌다.

절차 및 내용

청은 회령개시가 열린 때에 통역을 담당할 북경통관(北京通官) 2명과 효기교(驍騎校), 필첩식(筆帖式) 각 1명을 파견하여 조선 관원과 함께 시장을 감독하게 하였다. 경원개시가 함께 열리는 시기에는 이 외에 북경통관 2명과 성경필첩식(盛京筆帖式) 1명이 추가로 파견되었다. 이들이 도착하면 조선은 방문을 축하하는 하마연(下馬宴)을 베풀고, 개시의 설행을 공고하며, 청 측에서 조선에서 금지하는 물품을 확인하고 교역의 폐단을 막을 것을 다짐하는 방문을 낭독하였다. 교역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은 조선 측에서 식량과 예단을 제공하였다. 교역을 마친 후에는 상마연을 설행하고 조선 측에서 귀환하는 데 필요한 식량과 말을 제공하였다.

하마연 다음 날은 정해진 물종을 정해진 수량만큼 교환하는 공시(公市)가 개설되었다. 회령개시에서는 소·무명·베·백지·솥·쟁기·소금 등이 주된 교역품이었다. 특히 회령개시에서는 경원개시에서 판매하지 않는 소금이 중요한 상품이었는데, 영고탑 지역은 식염이 생산되지 않았기 때문에 회령개시는 소금 공급 통로로써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었다. 한편 1698년(숙종 24) 이후에는 만주 일대 야철업의 보급으로 솥이 판매품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처럼 영고탑 지역에 중요한 물건들이 회령개시에서는 경원개시보다도 더욱 저렴한 값으로 판매되었다.

공시가 끝나면 사시(私市)가 열렸는데 여기서는 금물을 제외한 자유로운 거래가 용인되었다. 본래 청은 사시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청과 조선 양측 상인의 요구로 조선 측에서는 영조 연간에는 3일간 사시를 여는 것이 공식화되었다. 공시와는 달리 사시에서는 조선 측의 이득이 다소 높았다. 사시가 끝나면 마시(馬市)가 개설되는데, 이 역시 사무역으로 청에서는 금하였으나 암묵적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는 청의 말과 조선의 농우, 함경도 북마(北馬)가 교환되었다. 만주 지역의 토지 개간이 가속화됨에 따라 농우에 대한 수요가 늘어 마시(馬市)는 이후에도 계속 성행하였다.

참고문헌

•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함경도회원개시정례(咸鏡道會源開市定例)』
• 『통문관지(通文館志)』
• 고승희, 「18~19세기 北關開市의 운영과 성격」, 『한국사연구』109, 한국사연구회, 2000.
• 전해종, 「中世 韓中 貿易形態 小考 : 特히 公認貿易과 密貿易에 대하여」, 『대구사학』12·13, 대구사학회, 1979.
• 朱相吉·劉喜濤, 「초기 北關開市와 也春人문제」, 『민족학연구』8, 한민족학회, 2009.
• 최근묵, 「朝·淸貿易小考 : 17世紀 開市를 中心으로」, 『충남대학교논문집』6, 충남대학교,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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