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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2일 (금) 01:20 기준 최신판



1882년(고종 19) 여성 교육을 위하여 박문호(朴文鎬)가 편찬한 책.

개설

『여소학언해(女小學諺解)』는 호산(壺山)박문호가 1882년 부녀자들에게 필요한 글을 모아 언해한 6권 6책의 필사본으로 여성용 교육서다.

편찬/발간 경위

박문호의 문집인 『호산집(壺山集)』의 부록 권1에 나오는 연보의 임오년(37세 때) 4월 조에 ‘여소학성(女小學成)’이라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책이 1882년에 편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지 사항

총 6권 6책이며, 지질은 한지이다.

박문호의 『여소학언해』 친필본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그의 후손이 필사한 것으로 보이는 두 이본만이 남아 있다. 하나는 1987년 아세아문화사에서 출판한 『호산집』의 제4책에 영인되어 있는 ‘여소학’의 저본이 그것이며, 호산의 후손이 소장하고 있다. 또 하나는 홍윤표의 소장본이다. 이 두 이본은 거의 차이가 없으며, 필체까지도 동일하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홍윤표 소장본은 한문 원문에 주서(朱書)로 점을 찍어 놓고, 그 난상에 한글로 구결을 써 놓았으나, 아세아문화사 영인본은 그러한 좌점(左點)과 구결이 없다는 점이다. 이 두 이본은 그 필사년이 각각 다르다. 아세아문화사영인본은 1915년에 필사한 것으로 보이고, 홍윤표 소장본은 1932년에 필사한 것으로 보인다.

구성/내용

이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여소학제사(女小學題辭)」에서 저자는 여성 교육의 중요성과 당시 여성들의 사치하고 치산(治産)하는 풍속을 지적하며, 누이동생의 출가를 계기로 부덕을 가르치기 위해 성현의 말씀을 모아 책을 저술하였다는 것과 처음 저술한 책이 화재로 소실되는 바람에 다시 썼다는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그 저작 동기와 경위에 대해 밝히고 있다. 끝부분에 있는 “임오 츈삼월에 호산은 쓰노라”라는 기록은 그 저술 연대가 1882년임을 알려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문의 한 자 한 자마다 아래에 한글로 음뿐만 아니라 석(釋)을 달아 놓고 있는 점이다. 부녀자를 대상으로 하는 문헌 대개의 경우 한자음만을 달아 놓는 것과 매우 큰 차이이다. 그것도 규범적인 것이 아니라, 문맥에 따라 다르게 달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원문에는 한자와 그 석음을 달았지만, 언해문은 순수히 한글로만 썼다. 또한 물명(物名)은 다른데 글자의 새김은 같은 한자의 목록인 「자훈방언동이고(字訓方言同異考)」를 책의 끝부분에 붙여 놓은 점도 특징적이다. 이와 같은 형식은 도쿄대학[東京大學]본 『백련초해(百聯抄解)』와 거의 동일한 형식이 되는 셈이며, 이러한 형식의 언해방식은 대개 부녀자를 대상으로 한 문헌에서 흔히 발견된다.

내용은 인륜의 차례(敘倫), 가르치는 법(說敎), 남녀 분별(明別), 여덕(女德), 여례(女禮), 여공(女功), 고사(古事) 편으로 크게 나는 후, 여덕(女德)편에는 처신하는 법, 부모・시부모・ 남편 섬기는 법, 자식 기르는 법, 형제간의 우애하는 법, 일가에 화목하는 말, 어른 섬기는 법, 남에게 접대하는 말, 세간 사는 말 등에 대해 썼다. 여례(女禮)편에는 비녀하는 예, 혼례・상례・ 제례와 산 사람 섬기는 예에 대해 썼으며, 여공(女功)편에는 길쌈, 의복, 음식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고사(古事)편에는 효녀・효부・열녀의 고사와 현처(賢妻)・현모(賢母)・현부인(賢婦人)의 고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인용된 문헌은 『주역(周易)』·『좌전(左傳)』·『국어(國語)』·『사기(史記)』·『내훈(內訓)』·『예기(禮記)』·『여계(女誡)』·『소학집해(小學集解)』·『모시(母詩)』·『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소학언해(小學諺解)』·『오륜행실(五倫行實)』·『안씨가훈(安氏家訓)』·『논어(論語)』 등 고거제서(考據諸書)가 대단히 많다.

이 책에 쓰인 한글표기는 19세기 말의 회인군 지역어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한글로 표기되어 있는 한자의 석음과 언해문은 19세기 말의 충청도 방언을 반영하고 있어서, 국어사적인 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 책에서 어문학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기상으로는 ‘직하여, 식히면, 끗희, 것치’에서처럼 어근의 기본형을 지키려는 재분석을 한 의도가 보이며, 받침의 ‘ㅅ’과 ‘ㄷ’은 ‘ㅅ’으로 통일되었다. 자음동화가 반영되어 있으며, 어말자음군의 단순화 현상이 일어났으며, ‘ㅗ, ㅜ’로 변한 표기가 많다.

음운면으로는 ‘어:’가 ‘으’로 바뀌고, 고설모음화 현상이 많다. 원순모음화 현상이 나타나고, 의도적으로 그것을 이탈하려는 표기가 보이며, ‘ㅣ모음 역행동화’와 전설모음화 현상도 많이 나타난다. ‘ㄷ, ㅌ’뿐만 아니라, ‘ㅎ’의 구개음화 현상도 보인다.

문법면으로는 주격조사 ‘가’가 활성화되고, 격조사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 문장의 종결형에서도 서술형에서 ‘-니라’가 ‘-니다’로 바뀌고, 의무형에서도 ‘-다’가 축소되고, ‘-ㄴ가’와 ‘-냐’가 많이 쓰였다. 부정문이 ‘체언+아니ᄒᆞ-’형이 많이 쓰이며, 명사형 접미사가 ‘-음’은 줄고, ‘-기’가 늘었으며, ‘-음’ 명사형 대신에 ‘관형형+것’의 형태가 쓰였다. 사동사ㆍ피동사의 파생은 줄고, ‘-게 ᄒᆞ다’와 ‘-어 지다’가 많이 쓰였다. 시제접미사가 ‘-엇-, -겟-’으로 자리잡으며, 현재진행을 나타내는 접미사 ‘-ᄂᆞ-’가 ‘-ᄂᆞᆫ’으로 나뀌었다.

어휘면에서 ‘쟝은’과 같은 한자어가 많이 쓰이며, ‘잘은 적우리와, 반편이, 노ᄂᆞ주어, 적겨’와 같은 충청도 방언이 많이 ᄂᆞ타나며, ‘ᄂᆞ수되, ᄂᆞ수되’와 같은 궁중어도 쓰이고, ‘어실미넌, 허여즈미’와 같이 의미가 불분명한 어휘도 있고, ‘좀ᄉᆞ람한틔도, 일를’과 같은 희귀한 것도 쓰였다. 그 외에도 특이한 예가 많이 보인다.

이 책은 필사본이므로, 오자가 많을 수가 있으므로, 자료를 이용할 때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조선 말 여성들의 생활 규범과 풍속 등을 파악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또한 그 한글 표기를 통해 19세기 말의 언어 사실을 파악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저자의 생활 터전이었던 충북 지방의 방언이 반영되어 있어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참고문헌

  • 이상규, 「『여소학』 해제」, 『역주 여소학언해』1ㆍ2ㆍ3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14.
  • 이수봉, 「여소학연구(女小學硏究)」, 『호서문화』6, 1988.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정음사, 1961.
  • 홍윤표, 「『여소학』 해제」, 『여소학』, 홍문각, 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