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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2일 (금) 01:17 기준 최신판



조선시대 역관들의 중국어 학습을 위하여 발행한 중국어 학습 교재.

개설

『노걸대(老乞大)』는 조선시대 역관들의 중국어 학습을 위하여 사용한 여행이나 실무에 필요한 실용 회화책이다. 고려 말에 저술된 듯 하지만, 저자와 간행연대는 알 수 없다. 『노걸대』의 ‘노’는 상대를 높이는 접두어로써 우리말의 ‘00씨’, 영어의 ‘Mr.00’와 비슷하고, '걸대'는 몽골인이 중국인을 가리켜 부르는 ‘kita(i)’를 한문의 음을 빌려 표기한 것이다.

총 48장 106절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은 3명의 고려 상인이 특산품인 말과 인삼, 모시 등을 싣고 중국의 북경(北京)으로 가서 팔고, 그곳의 특산품을 사서 돌아올 때까지의 내용을 담았다. 완전히 회화체로 되어 있으며, 말을 사고파는 법이나 북경에 도착하여 여관에 드는 방법, 조선의 특산물인 인삼을 소개하는 방법 등을 중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어를 배우는 가장 기본서로, 역과시(譯科試)에도 채택되었다.

편찬/발간 경위

『노걸대』는 고려 말에 편찬되어, 조선 초기에 간행된 원본이 지금까지 전해지는데, 책 이름이 처음 기록에 나오는 것은 1423년(세종 5) 『세종실록(世宗實錄)』이다. 사역원(司譯院)에서 『노걸대』 등의 서적이 판본이 없어 배우는 자가 전사(傳寫)를 해야 한다며, 주자소(鑄字所)에서 인출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였다.(『세종실록』 5년 6월 23일)

한문본으로는 『노걸대』ㆍ『중간노걸대(重刊老乞大)』와 1763년(영조 39)에 내용을 새 실정에 맞춰서 펴낸 『노걸대신석(老乞大新釋)』이 있다. 한글본으로는 각각의 『노걸대』와 『중간노걸대』 원문에 두 종류의 한자음인 정음과 속음을 달고 우리말로 번역한 언해본이 있다. 그 가운데 『노걸대언해(老乞大諺解)』는 최세진(崔世珍)이 번역했다고 하나 원본은 전해지지 않고, 중간본과 1944년의 영인본만 전해진다. 『신석노걸대언해(新釋老乞大諺解)』는 『노걸대신석』의 저자가 같은 시기에 펴냈는데 고려가 조선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언해본은 중세 한국어 연구 자료로 자주 쓰인다.

서지 사항

총 1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는데, 책 크기는 세로 29.6cm, 가로 20.3cm이다.

구성/내용

『노걸대』의 저자와 정확한 편찬 시기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원(元)나라 때 북경 지역 중국 아이들이 언어를 학습하던 원본을 성종(成宗) 때에 남경(南京) 관화(官話)로 수정한 산개본(刪改本)이 있다. 또 청(淸)나라 때 북경 만다린으로 수정한 신석본(新釋本)이 있으며, 이것을 아어(雅語 : 속어)로 수정한 중간본도 존재한다. 『노걸대』는 여러 판본에 따라 106장면, 93(92)장면, 107장면, 111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모본의 줄거리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학습의 도움을 주기 위한 구성이었다는 점에서 한어교재로 이용된 훌륭한 회화교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순전히 한자로만 기술된 책과 개별 한자에 정음(正音) 및 속음(俗音)의 두 가지 중국어음을 한글로 달고, 각 문장 혹은 구절 아래 국역을 부기한 언해본(諺解本)으로 나눌 수 있는데,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여러 번 수정·간행되었다. 또한 몽고어와 일본어, 만주어로도 번역 및 간행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여러 문헌에는 여러 가지 간행본들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고 『노걸대』로만 언급되어 있다. 또한 한어학습용 간행본들은 책의 제목 자체가 『노걸대』로만 쓰인 것들이 많다.

구체적인 내용은 한 고려인(후기 간행본에서는 조선인)이 중국을 여행하며 여러 가지 경우에 만나는 중국인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행자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중국어 표현과 일반 지식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여관에 머무는 방법, 여관 주인에게 음식을 요청하고 말 먹이를 요구하는 방법, 당시의 물가, 시장에서 거래하는 방법, 의원(醫員)을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방법 등이다. 또한 중국인들이 고려(조선) 사람에게 물어봄직한 사항들, 예를 들면 유학(儒學)을 배우는 과정, 인삼과 같이 전통적으로 유명한 고려 산물에 대한 대화도 등장하고, 당시 중국의 정치·사회에 관한 언급도 나타난다. 이와 같이 이 책에는 여행객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몽고어와 일본어로 번역되었고, 후세에는 만주어로도 번역된 듯하다.

역대의 몇 가지 간행본이 현재 남아 있는 한학서 『노걸대』는 중국어 연구뿐만 아니라, 그 언해본들이 시대별로 남아 있어 중세 국어에서 근대 국어에 이르기까지 국어의 변천 연구에 긴요하게 이용되어 왔다. 이 가운데 『몽어노걸대』와 『청어노걸대』도 몽고어 및 만주어와 국어사연구에 중요한 자료이다. 『왜어노걸대』는 전해지지 않는다.

의의와 평가

이 책에는 상업과 관련된 200여 개 이상의 어휘가 보이며, 상업 속담 역시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또한 고려와 조선의 사역원 번역관들이 중국어를 공부하는 교과서로서 실용성과 과학성의 특징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근대 ‘백화(白話)’를 연구하는 아주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이는 당시의 공용어를 반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대 및 중국어의 변천에 따라 부단한 수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북방 중국어의 대략 400년간의 변천을 반영하고 있으며, 원나라ㆍ명(明)나라ㆍ청나라 각 시대 언어의 면모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대중국어 연구에 보기 드문 진귀한 자료를 보이고,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회화교재로서 『노걸대』가 가지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당시의 구어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조선 상인과 중국인 상인간의 상거래 관습이나 구체적인 생활상의 묘사 그리고 당시 중국의 사회상이 그려진 점 등은 문화사 연구 자료모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참고문헌

  • 『세종실록(世宗實錄)』
  • 『중종실록(中宗實錄)』
  • 『영조실록(英祖實錄)』
  • 송기중,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보이는 역학서서명(譯學書書名)에 대하여」, 『국어학』14, 1985.
  • 양오진, 『노걸대 박통사 연구』, 태학사, 1998.
  • 안병희, 「노걸대(老乞大)와 그 언해서(諺解書)의 이본(異本)」, 『인문논총』35,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1996.
  • 양연승, 「노걸대·박통사리적어법어휘(老乞大·朴通事裏的語法語彙)」, 『동방학지』3, 연세대학교 동방학연구소, 1957.
  • 이기문, 「몽학서연구(蒙學書硏究)의 기본문제(基本問題)」, 『진단학보』31, 진단학회, 1967.
  • 홍윤표·정광, 「사역원 한학서의 판본 연구(1)」, 『한국어학』14, 한국어학회,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