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3-009
목차
환구단을 차지한 조선호텔
Story
환구단은 고종황제와 함께 태어났다. 환구단에서 천제를 지내는 것이야 말로 고종이 황제가 되는 필요충분 조건이었다.[1]
얼마 되지 않아 나라가 멸망의 길을 걷게 되면서, 환구단은 고종과 운명을 함께 하게 되었다.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병합된 다음 해인 1911년 2월에 환구단의 건물과 대지는 모두 조선총독부 소관이 되었다. 1915년에 조선총독부는 통치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물산공진회를 경복궁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1913년부터는 공진회 관람객들이 숙박할 수 있는 호텔을 환구단 일대에 신축하기 시작했다. 철도호텔도 철도 이용객과 외국인의 증가에 따라 서양식 호텔이 필요하였기 때문에 세워진 것이다. 무엇보다 총독부가 환구단을 허물고 그 자리에 철도호텔을 세우기로 한 것은 정치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철도호텔의 건설로 핵심 시설인 환구단은 철거되었고, 철거를 면한 부속 건축물들도 1914년 개관한 호텔의 부대시설로 활용되거나 다른 시설로 이전되는 등의 수모를 겪었다. 환구단의 정문은 그대로 호텔의 정문이 되었고, 제사를 위해 황제가 머물던 어재실은 아리랑하우스로 개명되어 호텔의 음식점 및 연회 장소로 활용되었다. 1923년에는 석고단이 있던 영역에 총독부립경성도서관(조선총독부도서관)이 들어섰다. 이에 따라 1927년에 정문인 광선문을 남산에 있던 일본 사찰 동본원사(東本願寺)로 옮겨 그 정문으로 사용했고, 1935년에는 석고각 역시 장충단(奬忠壇) 앞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위해 건축한 박문사(博文寺)의 종루로 활용했다. 훼철을 면한 석고단은 황궁우와 함께 현재까지도 남아 있지만, 원위치에서 벗어나 철도호텔의 후원으로 옮겨졌다. 대한제국의 상징인 환구단은 일제의 등장과 함께 철저히 분해된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수난은 계속되었다. 1967년에 철도호텔 자리에 웨스틴조선호텔이 착공되면서 황궁우를 중심으로 한 환구단 일대가 사적 157호로 지정되었지만, 이후 각종 명목으로 문화재 지정 면적이 1,505평에서 1,310평으로, 다시 1,070평으로 축소되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구단 정문, 어재실 등 철도호텔에서 사용되던 부속 시설들이 훼손되거나 방매되었다. 국제관광공사의 『조선호텔처리지(1967)』에 의하면, 정부는 팔각정, 석고단, 환구단 외의 호텔 건물 자체는 일본인이 시공한 건물로 문화재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방매된 시설들은 이후 행방이 묘연하다가, 2007년 서울 우이동 그린파크호텔의 재개발 과정에서 정문이 발견되었고, 음식점인 인수각도 변형되긴 했지만 환구단의 건물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문은 우여곡절 끝에 42년 만인 2009년에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전되었고, 2013년에는 일본식 조경으로 지적받던 잔디와 석등을 제거하는 등 복원 공사를 거쳐 일반에 재개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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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009 | 환구단 | isRelatedTo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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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bl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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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 정영효, 「조선호텔’ - 제국의 이상과 식민지 조선의 표상」, 『동악어문학』 55, 동악어문학회, 2010. | KCI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1473854 |
논문 | 김정선. 「조선호텔 벽화와 식민지 근대 벽화의 公的 기능」, 『미술사학연구』 290291, 한국미술사학회, 2016. | KCI |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525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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