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도 크리스마스 실 도안에는 배경에 황궁우가 등장한다. 화면의 앞 중앙에 아이들 셋이 모여 제기를 찬다. 뒷 배경에 환구단의 황궁우가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김기창 화백의 작품이다. [1] 셔우드 홀은 해주요양병원을 세워 결핵퇴치운동을 위해 노력하였던 인물로 유명하다. [2] 그는 1932년 병원의 운영 자금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하였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실의 도안으로 거북선을 이용하려 하였다. 그 의도가 발각된 듯 일제의 검열에 걸렸다. 거북선을 사용하고 자 한 것은 결핵을 막겠다는 방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거의 누구나 알 수 있듯이 또 다른 뜻이 드러난다. 거북선이 막고자 한 것은 왜병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겨우 일제의 검열을 피할 수 있었던 최초의 도안은 숭례문이다. [3] , [4] 숭례문도 막는다는 것을 표상한다. 공격적인 거북선과는 달리 수세적이다. 하지만 이 문은 단순한 문이 아니었다. 이 문은 이미 조선왕조 이래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표상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바로 그 자리에 등장한 황궁우는 조선 왕조를 계승하여 살아남은 대한제국의 표상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깊은 마음을 헤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