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광무 5) 8월 2일에 영돈녕부사 윤용선이 고종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천자의 후궁은 비가 되어야 하며 아들이 친왕이 되었으므로 그 어머니인 순빈 엄씨도 비로 승봉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내용으로 고종의 후궁 순빈 엄씨를 순비로 책봉할 것을 상소한 것이다. 이 상소를 계기로 9월 4일 덕수궁_중화전에서 순비책봉의식을 행해졌다. 엄씨는 1854년(철종 5) 11월 5일 엄진삼의 둘째 딸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5세에 궁녀로 입궁하여 내전상궁이 되었고, 고종의 승은을 입었다가 1885년에 궁궐 밖으로 쫓겨났다. 1895년에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 당하자 곧 바로 고종의 부름을 받아 재입궁 하였다. 고종의 신임을 받던 상궁 엄씨는 아관파천을 성공시키고 고종의 총애를 얻었다. 상궁 엄씨는 러시아공사관 시절 43세에 잉태하였고, 대한제국을 선포한 해인 1897년 10월 20일(음력 9월 25일)에 영친왕_이은을 덕수궁_숙옹재에서 낳았다. 고종황제의 황자를 출산한 후 궁인 엄씨는 종 1품 귀인으로 봉작되면서 공식적인 후궁의 반열에 올랐다. 귀인 엄씨는 3년 후인 1900년 순빈(淳嬪)에 책봉되었다. 같은 해 아들 황자 이은도 4세에 영친왕_이은으로 책봉되었다. 그리고 1901년(광무 5) 9월 4일 덕수궁_중화전에서 순빈이었던 엄씨는 순비(淳妃)로 승봉되어 책봉의식을 거행하였다. 그 후 1903년에 다시 황귀비(皇貴妃)로 진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