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당白虎幢은 사신四神 혹은 사수四獸 중의 하나인 백호白虎를 그려 넣은 당幢이다. 당幢은 휘장 내지 개蓋의 모양과 비슷하게 만든 의장용 깃발의 일종이다. 개는 일산日傘 모양을 닮은 의장용 덮개인데, 당은 개와도 비슷하지만 크기가 개보다 약간 작다. 청색, 홍색, 백색의 3색 모시[저사苧絲]로 네 층의 휘장[첨幨]을 만든 다음, 휘장의 윗부분에 평직平織 방식으로 짠 푸른색의 얇은 비단[청초靑綃]을 덮어 씌우고, 거기에 백호를 그려 넣는다. 덮어 씌운 푸른색 비단 아래쪽의 4개 모서리에는 교룡蛟龍 혹은 뿔 없는 용의 머리 모양을 한 장식물[이두螭頭]을 만들어 붙이고, 그로부터 장식용 술인 유소流蘇를 사방으로 네 줄 드리운다. 네 층 휘장의 꼭대기에는 금으로 도금한 둥근 꼭지[금정자金頂子]를 붙인다. 네 층의 휘장을 기다란 장대에 다는데, 장대에는 선명한 붉은 색 칠[주칠朱漆]을 하고 하단을 쇠로 장식하며, 장대 윗부분에는 용머리 장식을 만들어 붙이고, 용의 입에는 둥근 고리를 만들어 단다. 휘장 꼭대기의 둥근 꼭지에 가죽 끈을 꿴 다음, 그 가죽 끈을 용의 입에 달린 고리에 꿰어서 휘장과 장대를 연결한다. 당에는 백호당 외에도 청룡당靑龍幢, 주작당朱雀幢, 현무당玄武幢이 있는데, 이들은 휘장의 위쪽을 덮어 씌운 푸른색 비단에 청룡, 주작, 현무를 각각 그려 넣은 것이다. 세종대의 『세종실록오례의世宗實錄五禮儀』, 성종대의 『국조오례서례國朝五禮序例』, 정조대의 『춘관통고春官通考』 등 역대 국가 전례서에도 청룡당, 백호당, 주작당, 현무당의 그림과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거의 동일한 내용이다.
백호당은 국왕의 대가의장에서 행렬 오른쪽 가장자리의 중간 부분 쯤에 현무당과 함께 짝을 이루어 배치된다.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5개의 가서봉哥舒棒, 5개의 금등자金鐙子, 1개의 은장도銀粧刀, 1개의 금장도金粧刀의 다음에 백호당과 현무당이 각각 1개씩 위치하며, 그 맞은편인 행렬 왼쪽 가장자리에는 주작당과 청룡당이 1개씩 나란히 움직인다. 백호당, 현무당의 뒤로는 1개의 은립과銀立瓜, 1개의 금립과金立瓜, 1개의 은립과가 차례로 뒤따른다. 법가의장에서도 행렬 오른쪽 가장자리의 중간 부분에 3개의 가서봉, 3개의 금등자, 1개의 은장도 다음에 백호당, 현무당이 1개씩 위치하며 그 맞은편인 왼쪽 가장자리에는 주작당과 청룡당이 나란히 움직인다. 백호당, 현무당 뒤로는 1개의 은립과, 1개의 금립과가 차례로 따른다.
백호당에 그려 넣는 백호는 천상의 4대 신수神獸 겸 성수聖獸 중의 하나로, 오행五行 중 금金을 관장하고 오방五方 중 서방을 주재하며 계절 중 가을을 다스리는 신령이다. 또한 서쪽 하늘의 수호신으로서 ‘서방칠수西方七宿’를 통솔하는데, 서방칠수는 서쪽 하늘의 7구역에 포진한 별자리들을 말한다. 백호는 백색으로 상징되며 정의正義·위엄威嚴·용맹勇猛·권선징악勸善懲惡의 화신인 데다 귀물鬼物들을 굴복시키고 재앙을 물리치며 풍년을 불러오는 능력으로 인해 양陽의 신수神獸를 대표한다고 생각되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