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 신선비
구렁덩덩서(徐)선비, 뱀신랑
설화의 하나. 뱀에게 시집간 딸이 금기를 어겨 생겨난 파탄을 잘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으로 신이담(神異譚) 가운데 변신담에 속한다. '구렁덩덩서(徐)선비' 또는 '뱀신랑'이라고도 한다.
어떤 할머니가 자식을 기원하여 뱀아들을 낳았다. 이웃집의 세 딸이 아이를 구경하러 왔다가 뱀아들을 보고는 셋째딸만이 호감을 보였다. 뱀아들이 자라서 어머니에게 이웃집 딸과 혼인시켜 달라고 해서 어머니가 가서 청혼을 하니, 두 딸은 거절하고 셋째딸이 좋다 하여 혼인하였는데, 첫날밤에 뱀은 허물을 벗고 잘생긴 남자가 되었다.
그 뒤 낮에는 뱀으로, 밤에는 사람으로 지내다가, 얼마 뒤 완전히 뱀 허물을 벗었다. 뱀신랑은 셋째딸에게 뱀허물을 주면서 남에게 절대로 보이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는 과거를 보러 떠났다. 그 사이에 셋째딸의 실수로 두 언니들이 뱀허물을 발견하고는 태워버렸다. 뱀신랑은 허물타는 냄새를 맡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남편을 찾아나선 셋째딸은 밭 가는 사람, 빨래하는 여자나 까치한테까지 길을 물어 마침내 지하세계로 들어가 남편이 사는 곳을 찾아갔다. 뱀신랑은 새 여자와 혼인해 살고 있었는데, 셋째딸은 노래를 불러 남편이 자기를 알아보게 하였다. 셋째딸은 새 여자와 물 길어오기, 호랑이눈썹 가져오기 등의 내기를 하여 이기고, 드디어 뱀신랑과 다시 결합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설화이다.
이 설화는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그 내용도 거의 비슷하다. 각 편에 따라 할머니 대신 과부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아이를 낳기에 부적합한 인물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허물을 벗고는 잘살게 되었다고 끝맺거나 막내딸이 지하세계로 찾아가는 부분이 생략되고, 대신 그냥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다시 만나게 되어 잘 살았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 변이형도 있다.
또한 언니들의 시기심 때문에 뱀신랑이나 막내딸이 죽는다는 비극적 결말로 된 경우도 있다. 결국 완형담보다는 짧아진 변이형이 구전되는 사례가 더욱 많은데, 이는 이 설화가 소멸기로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막내딸이 뱀신랑을 찾아가는 노정기나 시험과정은 매우 깊은 신화적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으며, 이러한 막내딸의 시련은 한국 서사문학의 저층에 뿌리박혀 있는 여성수난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설화는 신비스러운 경험을 통해서 고난을 극복하고 온전한 행복을 향한 투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