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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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기(燕行紀)

조선후기 문신·실학자 서호수가 청나라에 다녀온 후 1780년에 작성한 견문록.

4권 2책. 필사본.

1790년 청나라 건륭(乾隆)의 만수절(萬壽節) 진하부사(進賀副使)로서 연행한 저자가 5월 27일 경성(京城)을 출발해서 7월 15일과 25일에 각각 열하와 북경 도착, 10월 22일 귀환할 때까지의 중요한 사건·대담·견문들을 수록하였다.

저자는 1776(정조 즉위년)에도 연행한 바 있어서 대단히 정밀한 기록이다. 전체적으로는 청나라를 태평 세계라는 우호적인 인상으로 묘사하였다.

권1은 경성 출발에서 열하 도착까지의 기록이다. 조선 역사와 관련되어 있는 만주 일대의 주요지명·연혁·지리적 위치를 집중적으로 고증하고 있다. 아울러 성책·관방 제도와 군대 배치 상황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또 인접한 강대한 부족인 몽고의 풍속·산물도 채록하고 있다.

권2는 열하 출발에서 북경 원명원(圓明園) 도착까지의 기록이다. 황제의 전교나 지방관의 공문 같은 외교 문서를 수록했고, 안남·대만·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몽고·회자(回子)·청해·서장(西藏) 각 부(部)의 위치 및 연혁을 조사했고, 하늘·땅 같은 토번어(土藩語)의 음과 뜻을 채록하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권3은 북경의 풍물과 제도, 만수절 의식들을 기록하였다. 또 유득공(柳得恭)과 함께 당시 청나라 고증학의 대가였던 옹방강(翁方綱)을 찾아가 토론한 내력도 기록하였다.

권4는 연경 출발에서부터 귀국해 국왕에게 복명할 때까지의 기록이다. 사상(私商)들의 규정 외의 무역으로 일어나는 문제점과 이와 연결되는 국내 금점사채(金店私採)현상을 다룬 점이 중요하다.

저자는 소론으로서 관료 가문 출신이지만, 북학파와도 가까웠고 농학을 가학(家學)으로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이용후생을 존중하고 전통적 화이관(華夷觀)을 극복하려는 입장을 잘 보여주는 일기이다. 또한 정조 치세기의 관료 계층의 학문적 풍토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성균관대학교의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연행록선집 燕行錄選集』에 영인해 출판했으며, 민족문화추진회의 『국역연행록선집』에도 번역되어 있다. 원본은 규장각도서, 중경문고(中京文庫),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 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