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 (김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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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18년 9월 20일 (목) 06:30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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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2018, 『인문콘텐츠』 50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

김 현[1]



국문 초록

최근 수년 사이 한국의 인문학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디지털적 방법으로 인문학 연구를 수행하려는 시도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인문학이 무엇이며, 그것이 현대의 인문학 활동에 왜 필요한지를 논하는 원론적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우리의 교육 연구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쉽지 않은 일’로 생각하며, 그 길에 들어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세계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과 씨름하는 가운데 유용한 지식을 찾아가는 실천적인 노력이 전제될 때에만 그 세계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가 당장 그 과실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미래의 인문학을 이끌어갈 우리의 후학들이 미래의 인문학이 요구하는 연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 더 중요한 과제이다. 필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소통과 협업에 의한 인문학 지식 탐구의 방법을 알려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관점을 세우고, 다음과 같은 단계적 수행 절차를 제안하였다. 그 첫 번째는 ‘서버’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그들의 저작물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위키’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협업 가능한 데이터를 만드는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데이터가 인간이 읽는 글의 형식을 취하겠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컴퓨터도 읽을 수 있는 명시적 데이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컴퓨터가 우리 지식의 외연을 넓히고 엄밀성을 강화하는 협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일들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기본적인 교육 과제이다.

주제어: 디지털 인문학 교육, 협력 연구, 지식의 데이터화, 데이터의 시각화, 미래 인문학


Ⅰ. 머리말

2013년, 『인문콘텐츠』 29호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시론’ 난에 필자는 「디지털 인문학 -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2] 학회 회원 중 많은 분들이 이 글의 취지에 공감하였고, 디지털 인문학의 방법론에 입각한 인문콘텐츠의 연구를 육성하기 위한 학회 차원의 노력이 전개되었다. 2014년부터 시작된 한국연구재단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 지원 사업’과 2015년의 디지털인문학협의회의 창립도 본 학회의 그러한 노력의 결실로 이루어진 일이다.[3]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학회 회원들 사이에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제고되었고, 디지털 인문학을 표방하는 학술연구도 양적으로 신장되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 - ‘디지털 환경에서의 인문학의 전회’ - 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종래에 연구 자료의 정리나, 연구 결과물의 보급 차원에서만 디지털을 유효성을 생각했던 시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디지털적 방법으로 인문학 연구를 수행하려는 시도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인문학이 무엇이며, 그것이 현대의 인문학 활동에 왜 필요한지를 논하는 원론적 논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우리의 교육 연구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쉽지 않은 일’로 생각하며, 그 길에 들어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인문학의 세계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면 되는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과 씨름하는 가운데 유용한 지식을 찾아가는 실천적인 노력이 전제될 때에만 그 세계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가 당장 그 과실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미래의 인문학을 이끌어갈 우리의 후학들이 미래의 인문학이 요구하는 연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분야에서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대학의 교육 현장에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이 어떠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하며, 그 교육의 첫걸음을 내딛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Ⅱ.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출발점

필자는 지난 수년간, 인문학 분야의 연구자, 교육자들로부터 그들이 관심을 두는 일에 어떻게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여러 번 받아왔다. 대체로, ‘지금 이러한 일을 하려는데, 어떤 소프트웨어를 쓰면 되고, 그 사용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는가?’ 하는 식의 질문이다. 질문자가 얻고자 하는 답을 곧바로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대부분의 경우 나는 질문에 바로 답하는 것을 주저했다. 아무리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들 그 처리의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인문학 연구의 결과를 내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찾거나,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들이 전산처리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이미 확보했거나,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데이터 프로세싱을 시작했을 때 그들이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자신의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하고 부실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인문학 공부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아니라, ‘인문학적 함의를 충실히 담아내는 데이터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보과학 분야에서 이른바 데이터 처리를 논할 때, 그 출발점에서 흔히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다. “Garbage in, garbage out.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여기서 ‘쓰레기’라고 하는 것은 내용적 가치를 평가하는 표현이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체계적이고 균형적으로 정리된 데이터를 제공해야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말과 글로 표현해 오던 인문학적 지식을 디지털 환경에서 데이터로 다룰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얻고자 하는 새로운 지식이 나 혼자만의 자료 정리와 비판적 사고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그 자료를 데이터화 하고, 컴퓨터의 도움을 빌어서 정리하고 분석하려 할 필요가 없다. 자료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고, 서로 관련이 있는 것들을 연관지어 정리해 내는 그 작업이, 연구자 한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판단되었을 때 우리는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요청하게 된다. 나와 대화한 많은 이들이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컴퓨터의 도움’이라는 것을 나만을 위해 봉사하는 ‘개인 비서’의 조력 정도로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도움’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기 쉽다. 컴퓨터의 조력에 대한 기대는 다음과 같은 문맥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혼자 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하고, 여러 사람의 소통과 협업을 위해 컴퓨터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소통과 협업에 의한 인문학 지식 탐구의 방법을 알려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만일, 이런 것과는 무관하게, 그저 자신의 컴퓨터 속에 있는 자료를 기계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해서 어떤 결과를 얻는 것을 ‘디지털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고에 상응하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그 출발점을 찾는 것부터가 결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4]


Ⅲ.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 1: 디지털 교실의 개설

대학의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이 준비되어야 할까? 필자와 상담한 여러 분의 현직 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질문이면서, 필자의 답을 듣고는 대부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골치 아픈 문제이다. 필자가 드리는 답은 이것이다.

“디지털 교실로 활용할 수 있는 '서버(Server)'가 필요합니다.”

학생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개인용 PC가 아니라, 다수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컴퓨터인 서버(Server)가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필수 도구인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는 남이 만들어 놓은 지식과 정보를 수용하는 읽기(Reading)의 도구에 불과한 반면, 서버(Server)는 지식과 정보를 배포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쓰기(Writing)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인문지식을 수용할 뿐 아니라, 그 배움에서 얻은 것을 정리하고 새롭게 편성하여 자신의 이야기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 언어로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쓸’ 수 있는 능력, 즉 디지털 문식(디지털 文識, Digital Literacy)의 증진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목표가 학생들로 하여금 디지털 환경에서 기존의 지식을 획득할 뿐 아니라, 그 환경에서 창의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의 실재적인 활동 무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해법의 첫 단계가 바로 디지털 교실의 역할을 할 서버의 도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자들이 당황해 한 이유는 이 '서버(Server)'라고 하는 것을 자신의 연구나 교육의 도구, 또는 환경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월드와이드웹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탐색하고 읽는 것은 디지털 원어민인 오늘날의 학생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다. 대학의 교수나 학생들 모두 컴퓨터를 지식의 획득 도구로 쓰는 것은 당연한 일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 기초 지식을 응용하여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 콘텐츠를 컴퓨터를 통해 배포하거나, 그 새로운 저작의 과정을 컴퓨터상에서 공동으로 수행하는 일은 경험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어서라기보다, ‘읽기는 디지털 방식이어도, 쓰기는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어야’한다는 사고가 그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 원인일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위해 서버 이용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용 PC는 독립적인 기계를 구입해야 하지만, 서버 이용은 기존에 운용되고 있는 서버의 이용 권한만 획득하면 된다. 관료적인 대학 전산센터의 도움을 얻는 것이 피곤한 일이라면, 민간 사업체의 호스팅 서비스를 월 10,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이용하는 대안을 강구할 수 있다. 서버 이용 권한을 얻는다는 것은 좀 더 쉽게 표현하면, 교수를 비롯해서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서버의 하드 디스크에 자신이 만든 문서나 데이터를 게시하고, 남이 만든 데이터를 읽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것이 가능해지면, 이 서버 상에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으로 인문학 수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다.

대학의 인문학 교수들은 자신이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과 학생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잘 모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서버 이용이 어렵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해도, 그들에게 이것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 그들에게 익숙한 ‘가르치는 일’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들에게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가르치겠다고 하는 의지를 접어두고, 학생들과 협력한다는 자세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학 학부 수업의 경우, 30명 정도의 수강생 속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웹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한 명쯤 있을 수 있다. 그런 학생이 없는 경우라도, 교수가 방향만 알려 주면, 적어도 서너 명은 교수를 앞질러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고, 그 결과를 자랑스럽게 보고할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디지털 환경에서 인문학을 탐구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한 교육이다. 학생들이 일단 그 환경에 들어서게 되면, 그 때부터 무엇이 유의미한 ‘인문 지식’이고, 그 지식을 넓히는 학구적인 방법이 무엇일지 대해 가르칠 거리가 폭발적으로 열리게 된다. 나의 지식을 가르치겠다고 하는 의지는 그 때 발동시켜도 늦지 않다.[5]


Ⅳ.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 2: 디지털 환경에서의 협업

서버 이용 권한은 그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이용자 계정과 패스워드를 발급받는 형태로 획득된다. 이 권한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적으로 문서, 사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교재 배포, 과제물 취합 등의 일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이 생소한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이유는 기존에 해 오던 일을 좀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바로, 교육의 시작 단계부터 학생들 사이의 의사소통 기회를 최대한 증진시키는 협업적 학습이다. 기존의 아날로그 환경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공부를 한다고 해도, 학습 과정의 중간 산출물들이 서로에게 공유되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완성된 결과물이 만들진 후에야 그것을 ‘발표’의 형식으로 타인에게 전달하고, 평가를 받게 된다. 이 경우 평가나 토론에 의한 피드백을 다시 자신의 학습이나 연구에 반영하여 다시 수정된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은 그 수행 주기가 너무 길다. 한 한기에 한두 번 정도 가능할까? ‘서버’라고 하는 디지털 환경의 지식 공유 공간이 마련되면, 상황은 다르게 전개된다. 학습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순간순간에 만들어 가는 모든 것이 참여자 모두에게 공유되고 참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협업적 학습 공간을 가장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위키 소프트웨어’와 같이 다수의 이용자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편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6]

개방형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대부분 이 사전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 자리에서에서 언급하는 ‘위키’는 그 백과사전이 아니라, 그와 같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이다. ‘위키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서버에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쉐어웨어’의 개념으로 배포된다. 이 소프트웨어를 우리의 서버에 설치하면, 이 때부터 우리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위키피디어 편찬’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위키 소프트웨어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탐구한 인문지식을 체계적인 디지털 콘텐츠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교육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더욱 의미있는 사실은 이 소프트웨의 활용을 통해 새로운 지식의 공유 방법 - 즉, 완성된 결과물의 배포가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과정의 공유를 통해 협업에 의한 인문지식 콘텐츠의 생산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7]


위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인문학 공부는 어떠한 것이 있을 수 있는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현장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 한문 워크샵’은 외국의 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한문(韓國漢文)’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매년 여름 방학 기간 (7월) 중 3주 과정으로 개최된다. 참가자들은 주로 미국, 유럽 등 외국 대학에서 한국학 또는 동아시아학을 수학하는 20여 명의 젊은 학생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자기 나라에서 기초 한문 수업을 이수한 이들이서 고급 한문 수학 능력이 있지만, 그들의 전공 분야가 꼭 한국학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한국어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3주간의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하고, 미주 대학에서 고전 한문 텍스트를 강의하고 있는 두 분의 교수를 특별히 초빙하여 교육 과정 전체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8] http://dh.aks.ac.kr/jsg/index.php?title=Summer_Hanmun_Workshop 수업은 수강생들의 한문 수학 능력에 따라 ‘중급반’과 ‘번역반’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번역반의 경우, 한국 한문학이나, 고문서학, 역사학 전공자의 연구 자료가 될 만큼 난이도가 높은 텍스트를 교재로 사용한다. 이 한문 워크샵은 처음부터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표방한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 사이의 협업을 원활하게 하게 하고, 교육 성과의 활용을 목적으로 ‘디지털 인문학적 교육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학생들은 이 워크샵의 첫 번째 교육 프로그램으로 ‘위키’(Wiki) 문서를 작성하고 편집하는 훈련을 받았다. 이 교육을 위해 할애한 강의 시수는 1회이며, 수업 시간도 3시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교육만으로도 이후의 워크샵 진행은 통상적인 한문 번역 수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해석할 대상 텍스트는 담당 교수와 장서각 연구진들이 사전에 협의하여 미리 정한다. 위키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알게 된 학생들은 번역 수업 시작과 더불어 가장 먼저 그 자료의 원문 이미지와 참고 자료를 위키에 등재한다. 이 워크샵의 수업 자료는 대부분 장서각의 한국학 자료 원문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별도의 이미지 스캐닝 과정 없이 ‘복사 & 붙이기’의 방법으로 대상 자료를 자신들의 위키에 등재할 수 있었다.[9]

택스트의 배경과 그 내용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수업 시간에 담당 교수 또는 장서각 연구원들의 강의로 진행된다. 그 다음 한문 텍스트의 문장 하나 하나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학생들에 의해 수행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학생들에 의한 한문 텍스트 번역이 1회적인 작업으로 완성을 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초역 -> 검토 -> 수정/보완, 그리고 다시 재검토, 보완 ...... ‘완성’은 아니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가질만큼 이 일을 반복하는 것이 고전 번역의 과정이며, 그것이 바로 고전 텍스트에서 지식을 얻는 학습의 과정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이 과정을 모두 ‘위키’에 기반한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하였다. 텍스트의 초역은 학생들이 분담하여 수행한다. 각각의 학생들이 하나의 한문 어휘에 대한 영문 대역어를 찾고, 하나의 한문 문장을 영어 문장으로 번역할 때마다, 그의 선택과 결정은 실시간으로 동료들에게 공유된다. 모든 학생이 위키 상에서 다른 사람의 번역 과정을 동시에 살필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서로 의논하면서 작업을 진행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것이다. 초역의 결과는 수업 시간의 리뷰를 거쳐 협동 번역 결과로 정리된다. 이 역시 위키 페이지에 기록하여, 보완할 점이 발견될 때마다 수정할 수 있게 한다. 학생들은 번역 작업을 진행하면서 부딪치는 문제점이나 의문사항 역시 위키 페이지에 ‘토론거리’로 제시하여, 다른 학생 및 지도교수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질의나 제안에 대한 토론의 결과 역시 위키 페이지에 기록하여 향후 더 발전된 연구의 자원이 되도록 하였다.

<그림 1> 2018 장서각 한문 워크샵: 번역 과제 원문 및 번역문 위키 페이지


2016년 여름부터 지난 2018년 여름까지 3회의 워크샵을 거치는 동안 ‘위키 소프트웨’를 기반으로 하는 장서각 한문 워크샵은 방법적인 틀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처음부터 순조로왔던 것은 아니다. 2016년 워크샵의 출발과 함께 위키 기반의 수업 방법을 채택한 것은 담당 교수의 한 분이 그 전 해에 한국학중앙연구원 방문 교수로 와서 한 학기 동안 필자의 디지털 인문학 강의를 청강하고, 위키 기반 수업의 장점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자신의 수업을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해 본 경험이 없었고, 학생들도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선행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위키의 전면적인 이용을 주저하였다. 학생들이 위키 이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예상되어서가 아니었다. 모든 학생이 하루의 ‘위키’ 교육을 받은 후에는 그것을 쓰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 않음을 알았다. 망설임의 이유는 이유는 이런 것이었다. “미완의 저작을 남에게 보이는 것이 주저된다”, “내가 잘못 해석한 것이 동료에 의해 발견되고 수정되는 것이 꺼림직하다”, “내가 공들여 해석한 문장들이 공동 저작물 속에 뭍히게 되면 나의 노력은 어떻게 보상받는가?”..... 학생들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디지털 환경으로의 진입을 주저한 것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수행하게 될 한문 고전 번역의 세계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한 외국 학생들이 조선시대의 고문서를 읽는 것은 모르는 것을 배우고, 잘못된 해석을 바로잡는 과정을 일정 시간 거쳐야만 하는 일이다. 당장에 창의적인 자기만의 저작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닌 것이다. 하나의 문단 속에 10개의 낯선 용어가 발견된 경우, 자신이 여러 시간 조사해서 그 의미를 밝힐 수 있는 것은 한 두 개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 어려운 일을 끝까지 혼자 붙들고 가기보다는 처음부터 여러 사람의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학생들은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16년 첫 해의 위키 기반 위크샵의 운영은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겉보기에는 그럴 듯한 위키 콘텐츠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은 당초 의도했듯이 수업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워크삽이 끝난 후에 학생들 각각의 산출물을 가지로 편집한 것이다. 위키가 표현의 도구로 사용되기는 했어도, 협업의 도구로 쓰였다고는 할 수 없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경험이 되어서, 2017년 워크샵은 훨씬 발전적으로 운영되었다. 아무도 위키를 왜 쓰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미흡하지만 작년도의 수행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들은 이것을 보고 어떻게 하면 이 시스템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지에 논의를 집중했고, 다수의 의견과 기여를 모아서, 보다 의미있는 ‘공동 번역’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워크샵을 마친 후, 학생들은 자신의 한문 독해력이 증진되고, 한국의 전통 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자부심 외에도 디지털 환경에서 학술적인 저작물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협업의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만족해 했다. 참가자의 다수가 향후 대학에서 한국학이나 동아시아학을 가르치려는 진로 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워크샵에서 체험한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이 자신의 공부뿐 아니라, 앞으로 자기의 학생들을 가르칠 때 유용한 교육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적극적인 활용의 의지를 보였다.[10]

지난 여름에 개최되었던 2018년 워크샵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있었다. 2016년과 2017년 워크샵 기간 동안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인문정보학 전공 학생들이 워크샵 참가자들의 위키 교육을 담당하고, 콘텐츠 플랫폼 설계를 도와 주었다. 2018년에는 그런 일들까지도 워크샵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수행하였다. 금년 워크샵 참가자 중 몇 명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수업에 참여했는데, 이들이 작년의 경험을 가지고 신규 참가자들에게 위키 사용법을 교육하고, 협업의 노하우를 전수한 것이다.

장서각 워크샵은 3주의 짧은 기간 동안 시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디지털 기반 협업 프로젝트의 여러 가능성을 다각도로 실험해 볼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 경험만을 가지고도, 학생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가능한 더 발전적인 과제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보다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의 비전을 갖게 되었다. 공동 번역과 같은 협업적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환경이 획기적 기여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는 ‘용어 사전(Glossary)’의 편찬이다. 장문의 텍스트를 여러 사람이 번역할 때 흔히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번역자들이 하나의 개념을 제각각의 다른 용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문제를 교열이라는 후처리 과정에서 처리해 왔는데, 텍스트의 규모가 클 때, 이 일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 이상적인 방법은 번역에 들어가기 전에 용어 통일이 필요한 개념어를 모두 미리 추출하고 표준 대역어를 확정하는 것인데, 이것은 사실상 번역을 두 번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수의 번역자가 만들어내는 산출물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환경은 이 문제에 대해 유효한 해법을 제시한다. 새로운 개념어를 만날 때마다, 그것을 누가 어떠한 문맥에서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하고, 잠정적인 표준 대역어를 정할 수 있게 하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변경하거나 확장할 수 있게 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고도로 전문화된 번역 지원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키 소프트웨의의 응용만으로도 이러한 일의 수행이 가능하다. 장서각 워크샵에서는 ‘용어 사전(Glossary)’의 편찬까지 시도할 시간이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대학원 정규 수업에서는 이 과제를 다루고 있다. 이 대학원의 고전번역학 전공 과정 수업에서는 매 학기 우리나라의 한문 고전 텍스트를 현대적인 영문으로 번역하는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서는 번역 수업의 전 과정을 한문 워크샵 수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여기에 더하여 텍스트 속의 다양한 개념 용어들을 추출하여, 각각의 문맥에서 어떻게 상이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비교하고, 상세한 설명을 부가하는 용어 사전 편찬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용어사전의 용어들은 원문과 번역문 기사에서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상시 참조할 수 있고, 그 참조 결과에 따라 번역문과 용어 해설문을 갱신해 갈 수 있다.[11]


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 3: 지식의 데이터화

서버를 중심으로 다수의 컴퓨터를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가 인문학 교육에 도입되었을 때 갖는 의미는 각각 개인적 관심사를 추구하던 인문학도들이 소통과 협업의 공간에 모이게 된다는 것이다. 앞 장에서는 이 공간에서 실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협업적 학습의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 사례에서 협업의 대상으로 다루어진 한문 고전 텍스트와 그 번역문은 인간이 사용하는 문자언어이다. 인간의 언어를 그대로 담아낸 디지털 콘텐츠를 컴퓨터에 수록하고, 위키 같은 환경에서 이 것을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 인문학의 기초 영역에서 수행하는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의 과제는 인문지식 콘텐츠를 인간뿐 아니라 컴퓨터도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하여 더욱 의미있는 활용 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그것이 인문지식이라는 콘텐츠를 갖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보학 또는 정보기술과 차별화 된다. 그러면 그것이 똑같이 인문지식을 다루는 전통적인 인문학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컴퓨터를 쓰는 것. 좀 더 부연하면, 인문지식을 담고 있는 언어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전환하여 프로그램을 통해 분석하고, 종합하며, 확장해 가는 일이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여기 조선시대의 어느 가문에서 남긴 수백 건의 재산상속 문서와 토지 거래문서가 있다고 하자. 그 문서상에 한문과 이두로 쓰인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서 오늘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현대어로 번역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여 조선시대 양반가의 재산 운용 실태를 밝히는 것이 종래의 역사학 또는 고문서학 연구에서 해 온 일이라고 한다면, 같은 자료의 내용을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기술(記述)하여, 컴퓨터로 하여금 그 내용을 분석하여, 우리의 호기심에 답하는 결과를 보여 주게 하는 것이 디지털 인문학적인 고문서학이다. 연구 주제가 무엇이든 디지털 인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통의 방법적 요소는 ‘지식을 담고 있는 인간의 언어’를 ‘데이터’로 기술하는 일이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지식을 데이터로 기술’한다고 하는 것은 그 과정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기성 인문학도들에게 디지털 인문학이 낯설고 어렵게 보이는 이유도 이런 데 있을 듯하다. 다음의 사례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 여름 강화도의 여자고등학교로부터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강연을 의뢰받았다. 대학원 대학 교수로서 학부생과의 접촉 기회도 많지 않은 필자가 고등학생들을 위한 강연을 준비하는 것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학생들이 과연 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디지털 인문학은 인문학 지식을 데이터로 기술하고, 그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해석을 얻는 학문입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의 표정을 마주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실습 과제를 제시하였다.

[과제] 아래의 문장을 데이터화 하고 네트워크 그래프로 표현하시오.

'2018 글로벌 고려 강화 역사 포럼'은 강화여자고등학교에서 '미래형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글로벌 이슈 포럼'의 2018년 행사이다. 2018년 7월 25일, 강화여자고등학교 창의융합실에서 포럼 개최를 기념하는 강연회가 열렸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성호 교수의 포럼 소개에 이어, 김현 교수는 기조 강연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인문학 공부'를 소개하였다. 나(정영은)는 친구 한예은, 오서연과 함께 이 강연회에 참석하였다.


과제로 제시한 이 문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고 읽는 형식의 ‘사실에 대한 설명’이다. 이 내용을 ‘글’이 아닌 ‘데이터’로 기술하라는 요구가 학생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 예시를 통한 설명을 들은 후, 학생들은 이 글 속의 정보 두 세 가지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일을 큰 무리 없이 수행하였다. 그 단편적인 데이터를 하나로 종합하고 그것이 자동적으로 그래프로 표현되게 하자, 학생들은 ‘글’의 내용이 ‘데이터’로 기술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였다.



<그림 2> 2018 글로벌 고려 강화 역사 포럼 소개 글의 시각화[12]


강의에 이어서 시행된 주제별 분반 수업에서 학생들은 글로 표현해 오던 사실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웠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방법이다.

1) 데이터 기술하고자 하는 대상 세계 속에 어떠한 ‘요소’(Node)들이 있는지 파악한다. 2) 파악된 요소들을 성격에 따라 일정한 범주(Class)로 묶고, 범주별로 그래프 상에 표현할 형태 (도형의 모양의 색깔)를 정한다. 3) 각 범주에 속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Relation)를 파악하고, 그 관계를 설명할 용어를 정한다. 4) 요소의 목록(Node List)과 요소 사이의 존재하는 관계의 목록(Link List)을 만든다.

※ 2018 글로벌 고려 강화 역사 포럼 소개 글 데이터

① 범주 정의: 대상 세계에 존재하는 요소들의 범주 ..... Class
*--------------------------------
범주 이름	표현 형태
*--------------------------------
행사		red circle
프로그램	pink ellipse
기관		purple box
장소		blue box
시간		grey box
인물		green circle
개념		olive star


② 관계 정의: 대상 세계에 존재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 .... Relation
*--------------------------------
관계 이름
*--------------------------------
~를_시행하다
~를_주제로_하다
~를_포함하다
~에서_열리다(장소)
~에_위치하다
~에_열리다(시간)
~를_하다
~에_참석하다   
~_소속이다
서로_친구이다 


③ 요소 목록: 개별 요소들의 목록 ..... Nodes
*---------------------------------------------------------------------------
식별자	범주		라벨(요소 이름)
*---------------------------------------------------------------------------
글로벌이슈포럼	행사 	글로벌_이슈_포럼
2018포럼	행사 	2018_글로벌_고려_강화_역사_포럼
강연회 	행사 	기념_강연회
포럼소개 	프로그램 	포럼_소개
기조강연 	프로그램 	기조_강연
강화여고 	기관 	강화여자고등학교
한중연 	기관 	한국학중앙연구원
창의융합실	장소 	강화여고_창의융합실
20180725 	시간 	2018년_7월_25일
전성호		인물	전성호
김현		인물 	김현 
나		인물	정영은
학생1		인물	한예은
학생2		인물 	오서연
주제1 	개념 		미래형_글로벌_인재_양성
주제2 	개념 		디지털_환경에서의_인문학_공부


④ 관계 목록: 개별 요소들 사이의 관계 목록 ..... Links
*---------------------------------------------------------------------------
식별자1(FROM)	시별자2(TO)	관계
*---------------------------------------------------------------------------
강화여고 	글로벌이슈포럼	~를_시행하다
글로벌이슈포럼 	주제1		~를_주제로_하다
글로벌이슈포럼	2018포럼		~를_포함하다
2018포럼	강연회 		~를_포함하다
강연회 	포럼소개 		~를_포함하다
강연회 	기조강연		~를_포함하다
기조강연 	주제2		~를_주제로_하다
강연회 	창의융합실	~에서_열리다(장소)
창의융합실 	강화여고 		~에_위치하다
강연회  	20180725 		~에_열리다(시간)
전성호		포럼소개		~를_하다
김현		기조강연		~를_하다
전성호		한중연		~_소속이다
김현		한중연		~_소속이다
나		강연회		~에_참석하다
학생1		강연회		~에_참석하다
학생2		강연회		~에_참석하다
나		강화여고		~_소속이다
학생1		강화여고		~_소속이다
학생2		강화여고 		~_소속이다
나 		학생1		서로_친구이다
나 		학생2		서로_친구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문장 속의 내용을 담아내는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을 위키 소프트웨어에 입력하여 네트워크 그래프를 그려내는 방법을 학습하였다.[13]

학생들은 자신이 문장으로 읽고 이해하던 사실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신기해 했다. 글로 표현할 때와 그래프로 표현할 때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여러 학생이 이런 대답을 했다. “전체를 한꺼번에 볼 수 있고, 내용을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글의 내용이 시각적 그래프로 표현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데이터화 되었기 때문이다. ‘글’과 ‘데이터’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자는 인간들만의 언어이고, 후자는 컴퓨터도 읽을 수 있는 언어이다. 인간의 언어로 기술되던 지식을 컴퓨터도 읽을 수 있게 하려는 이유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그 지식의 데이터를 더 유용하게 활용하고 새롭게 해석하려 함이다. 지식을 데이터화 한다고 하면, 흔히 어떤 일이 몇 번 있었고, 어느 곳에 몇 사람이 모였는가 하는 통계적, 수치적 데이터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데이터는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일상적으로 취급해 오던 데이터이다. 인문 지식은 숫자가 아닌 언어로 표현되어 왔다. 디지털 인문학에서 관심을 갖는 데이터는 바로 언어로 표현되어 온 다양한 지식의 데이터이다. 이른 바, 고전 번역도 자동화한다는 인공지능은 인간이 쌓아온 특정 분야의 지식을 데이터로 전환하여 학습한 후에 그 학습의 내용을 응용하여 학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해석과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Ⅵ.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 4: 데이터 기반 인문콘텐츠 편찬

인문지식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은 여러 층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 가운데 디지털 인문학 교육에 적용하기에 적합한 것은 '시맨틱 웹(Semantic Web)' 문법으로 채용된 RDF(Resource Descrition Framework)일 것이다. RDF는 세상의 다양한 사실들을 '주어-관계술어-목적어'의 형태로 기술하는 형식이다. 이 단순한 문법으로 유용한 데이터를 만들려면 주어, 목적어, 관계술어의 성격을 명확하게 - 컴퓨터가 일관성 있게 인식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 정의하는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이른 바, ‘온톨로지(Ontology) 설계’라고 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온톨로지(Ontology)란 정보화의 대상이 되는 세계를 전자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한 데이터 기술 체계를 말한다.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 세계의 개체들을 클래스로 범주화 하고, 각각의 클래스에 속하는 개체들이 공통의 속성을 갖도록 하고, 그 개체들이 다른 개체들이 다른 개체들과 맺는 관계를 명시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온톨로지 설계 방법이다.[14] ‘튜토리얼: 온톨로지의 이해’, 인문정보학 위키,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dh.aks.ac.kr/Edu/wiki/index.php/온톨로지의_이해

강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한 ‘지식의 데이터화’ 실습은 짧은 시간 안에 이론적인 설명 없이 진행한 일이었지만, 그것은 사실상 온톨로지 설계에 입각한 RDF 문 제작이었다. 이런 형식의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그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일은 인터넷 상에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시각화 도구로 구현할 수 있다.[15]

예시에서 보인 것 같은 짧은 글 하나를 데이터화 한다고 해서 많은 것을 새롭게 얻게 되지는 않는다. 데이터화 하는 노력에 비하면 득이 없는 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식의 데이화 작업이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에서 이루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백 명의 사람이 쓴 백 개의 글을 하나의 글로 묶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각기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만 개의 데이터는 하나의 데이터 세트로 묶는 것이 가능하다. 각각의 데이터가 정밀한 온톨로지 설계에 입각하여 만들어졌을 경우 그것을 종합한 데이터 세트는 개별 데이터에서 볼 수 없었던 의미있는 정보를 우리에게 드러내 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필자가 시행하는 디지털 인문학 입문 교육은 ‘온톨로지 설계’를 기본적인 과제로 다룬다. 온톨로지 설계 교육은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할 대상 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균형적으로 조직화하는 능력을 배양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톨로지로 표현할 대상 세계를 깊이있게 탐구하는 ‘인문지식의 학습’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그 지식이 없으면, 대상 세계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 개체이고, 무엇이 의미있는 개체 사이의 관계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래의 그래프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 프로젝트와 병행한 대학원 인문정보학 수업[16] 한국 기록유산 Encyves,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dh.aks.ac.kr/Encyves/ 산출물의 일부이다. 신라 말기-고려 초기의 시대를 살았던 한문 문장가 최언위(崔彦撝, 868-944)가 그의 시대에 건립된 역대 고승들의 승탑비 제작에 참여한 사실을 중심으로, 연관된 다양한 역사 인물과 불교 유적지를 네트워크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이 관계망의 외연은 지면에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컴퓨터 상에서 하나의 개체를 클릭하면, 그것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데이터 관계망이 표현될 수 있도록 하였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불교 문화 유산의 이곳 저곳을 항행하며 그와 관련된 한국 불교사의 지식 세계를 탐색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림 3> 최언위(崔彦撝, 868-944)를 중심으로 한 지식 관계망[17]


<그림 4> 최언위가 제작에 참여한 승탑비의 소재지 전자지도[18]


이러한 류의 지식 데이터 편찬은 연구자 한 사람의 단독의 노력으로 이루어내기 힘들다. 이 데이터의 경우 20여 명의 학생들이 큰 주제 범위 ( 이 경우 ‘한국의 기록문화 유산’ ) 안에서 각자의 관심 영역의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이 하나의 온톨로지 안에서 서로 열결되게 함으로써 수 천개의 지식 요소들이 서로에 대한 의미적 연관 관계를 보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네트워크 상에서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학생이나 연구자가 무엇에 더 깊은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특정 지역의 불교 문화사를 탐구할 수도 있고 드라마의 소재가 될 법한 스토리텔링을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19]


Ⅶ. 맺음말

‘서버’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그들의 저작물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는 것, ‘위키’와 같은 디지털 환경에서 협업 가능한 데이터를 만드는 교육을 하는 것, 처음에는 그 데이터가 인간이 읽는 글의 형식을 취하겠지만, 그 다음 단계에서는 컴퓨터도 읽을 수 있는 명시적 데이터가 되게 하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컴퓨터가 우리 지식의 외연을 넓히고 엄밀성을 강화하는 협업의 동반자가 될 수 있게 하는 훈련.....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기본적인 교육 과제이다.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인문지식의 소통 매체로 사용해 온 ‘글’과 디지털 인문학에서 중요시 하는 ‘데이터’는 사실상 별개의 것이 아니다. ‘글’은 ‘인간의 두뇌’라고 하는 고도의 능력을 가진 생물학적 컴퓨터가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이다. 우리가 그 글의 내용을 RDF 문으로 기술하려는 이유는 그렇게 단순화된 형식으로 전환해야만 인간의 두뇌에 한참 못미치는 우리의 기계적 컴퓨터가 그것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적 컴퓨터의 해석적 사고 능력은 인간의 두뇌에 못미치지만 그것은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해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 십만 건의 데이터를 단 몇 초만에 읽을 수도, 순서대로 정리할 수도, 같고 다른 것을 찾을 수도 있다. 우리가 인문지식을 데이터화 하려는 이유는 컴퓨터의 그 같은 능력이 인간적 사유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게 하려 함이지, 그것으로 우리의 인문적 사고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디지털 인문학의 관심 영역을 ‘연구’, ‘교육’, ‘사회적 기여’의 세 가지 분야로 소개하고, ‘연구’ 영역에서의 특징은 ‘소통’과 ‘협업’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혼자 하는 연구에서 공동으로 하는 연구로, 나아가 모든 개별적인 연구가 공동의 성과로 결집되도록 하는 연구가 디지털 인문학이 추구하는 ‘연구’ 영역에서의 목표이다.[20] 그러나, 이러한 소통과 협업의 공동 연구는 지금 당장, 우리나라 인문학계의 풍토와 환경 속에서 적극적으로 권장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연구자들이 중요시하는 ‘연구 실적’의 평가가 ‘학술지 게재 논문’과 같은 개인 저작물 위주인 점, 협력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인 ‘데이터 공유’에 대한 인식과 여건이 미비한 점 등 우리의 연구 현실이 ‘디지털 인문학 연구의 이상’에 다가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 편으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문학적 연구가 반드시 ‘협업적 공동 연구’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의 다수가 부인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나아간 소통과 협업의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생활할 것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생산과 소비의 방법 면에서 ‘현재의 인문학’과는 많이 다른 ‘미래의 인문학’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해 오던 기왕의 연구에 디지털의 옷을 입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이미 디지털에 친숙한 다음 세대들에게 미래 인문학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일 수 있다.[21]

우리가 가르치는 젊은이들이 장차 미래 인문학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 소통과 협업의 환경에서 인문지식을 탐구할 뿐 아니라, 그 소통의 연장선상에서 인문 지식의 사회적 응용을 촉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인문콘텐츠학의 관심사이자,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목표이다. 그 교육의 출발점과 확장 과정은 다각적으로 강구될 수 있을 것이고, 필자가 이 글에서 제안한 것과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 다만,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용어 속의 ‘디지털’이 추상적인 세계가 아니고,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서버와 그것을 연결하는 전산망, 그 위에서 오고가는 데이터의 세계임을 인식한다면, 우리의 ‘인문학 교육’이 그 실재하는 세계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의 이 글이 새롭게 디지털 인문학 교육 과정을 설계하시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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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주영(2017), 「1970년대 소극장 연극 시맨틱 아카이브 구축에 관한 연구: 1975년 에저또창고극장, 1976-1979년 삼일로 창고 극장을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ABSTRACT

Practical Methods for Digital Humanities Education

Kim, Hyeon

The world of digital humanities is not something to explain and understand in theory. The right approach to the world can only be achieved when practical efforts are made to find useful knowledge in creating and processing the humanities data. It may also be a more important task to ensure that our future generations have the research capabilities that future humanities require rather than we are trying to pursue the interest of contemporary researchers. From this point of view, I have discussed what questions the college's digital humanities education should begin with and what specific ways to take its first step. I have established the view that digital humanities education for future generations should start with teaching them how to explore humanities knowledge through communication and collaboration, and proposed the following stepwise implementation process. The first step is to set up 'online server systems' where the students can publish their own digital contents and communicate with each other with their contributions. The second is to educate them to create collaborative data in digital environments such as Wiki. At first, the data will take the form of human reading, but the next step is to be able to create explicit data that can also be read by a computer. By doing so, computers should be our collaborators investigating meaningful humanities knowledge. This series of tasks is the basic educational challenge that should be pursued at the practical site of digital humanities education.

Key Words: Digital Humanities Education, Collaborative Study, Data Compilation, Data Visualization, Future Humanities


  1.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정보학 교수, 한국인문콘텐츠학회 평의원,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 회장
  2. 김현(2013),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과 문화콘텐츠의 상생 구도에 관한 구상」, 『인문콘텐츠』 19. 9~26 쪽
  3. 한국연구재단의 디지털 인문학 사업과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의 출범 배경에 대해서는 「디지털 인문학의 한국적 전개」 (김현·임영상·김바로(2018), 『디지털 인문학 입문』 (HueBooks, 2018. 초판2쇄) 330~338 쪽) 참조.
  4. 이미 전문성 있는 연구에 종사하고 있는 기성 연구자들은 협업이나 소통의 문제보다는 당장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과업의 현안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적 솔루션을 시급하게 여길 것이다. 그 현안을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도 물론 디지털 인문학의 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그 연구 당사자에게 필요하고 유효한 일이 다음 세대의 인문학도들에게도 여전히 의미가 있을지는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나만의 데이터를 조작하여 나만의 독점적인 연구 결과를 생산해 내는 것. 그 결과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저작물로 발행되고, 연구에 활용된 데이터는 더 이상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는 것. 이러한 성격의 연구는, 그 수행 과정이 상당 부분 전산 처리에 의존했고, 그래서 ‘디지털 인문학’의 일환으로 간주된다고 해도, 필자가 이 지면에서 논의하자 하는 ‘미래 인문학도를 위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과는 다른 영역의 일이다.
  5. 인문교육을 위한 디지털 환경 조성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공동의 과업이라 해도, 교수가 그 방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시작’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돕기 위해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http://www.kadh.org)와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 인문학 연구소(http://dh.aks.ac.kr)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 워크샵’과 ‘디지털 인문학 교육 START UP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 START UP 상담’은 강의 개설 계획이 있는 교육자의 요청에 의해 수시로 제공한다.
  6. 대학의 인문학 또는 문화콘텐츠학 수업에서 위키 소프트웨어를 인문 지식 콘텐츠 제작 환경으로 활용한 여러 가지 사례를 다음의 연구에서 살필 수 있다.
    • 김현(2015), 「디지털 인문학과 선비문화 콘텐츠」, 『儒學硏究』 33. 1~28 쪽
    • 이수진(2016), 「위키(Wiki)를 활용한대학 인문학 수업의 디지털 글쓰기 교육」, 『문화와 융합』 38(4). 353~377 쪽
    • 주동완·임영상(2017), 「코리아타운의 활성화와 위키 콘텐츠: 뉴욕 플러싱 K-Town 위키백과 구축」, 『인문콘텐츠』 44. 37~58 쪽
    • 정막래·주동완(2017), 「광주고려인마을의 발전을 위한 위키백과 구축 연구」, 『슬라브학보』 32(3). 149~172 쪽
    • 김석원·임영상(2017), 「‘우크라이나 속의 한국’ 위키백과 제작 수업」, 『슬라브硏究』 33(4). 103~126 쪽
    • 박순(2017), 「디지털 인문학의 개념에 입각한 대학 수업 사례-위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한자 수업을 중심으로-」, 『어문학』 138. 269~297 쪽
    • 한동현(2018), 「경산시 문화자원 활용을 위한 교육콘텐츠 구축 방안」, 『역사문화연구』 65. 351~374 쪽
  7. ‘튜토리얼: 위키 콘텐츠 제작 방법’, 인문정보학 위키,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dh.aks.ac.kr/Edu/wiki/index.php/위키_콘텐츠_제작_방법
  8. ‘여름 한문 워크샵’, 장서각 위키, 한국학중앙연구원.
  9. 이 과정은 장서각 원문 데이터베이스 담당자의 협조와 기술적 지원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워크샵 참가자들의 디지털 협업 환경 구축에 큰 도움을 주신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김하영 선생께 감사드린다.
  10. 김현(2018), 「디지털 시대의 漢文學: 데이터로 소통하는 고전 인문 지식」, 『한문학논집』 49. 25 쪽
  11.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의 고전번역학 수업 위키: ‘디지털 시대의 고전 번역 I’, 고전번역학 위키,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dh.aks.ac.kr/~classics/wiki/index.php/디지털_시대의_고전_번역_I
  12. http://dh.aks.ac.kr/Edu/wiki/index.php/2018_글로벌_강화_포럼
  13. 위키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텍스트와 이미지 파일을 게시할 수 있지만, 플러그인 설치 또는 외부 프로그램 연결을 통해 전자 지도, 네트워크 그래프를 만들어 내는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 표현할 수 있다. 다음의 예시 사이트에서 위키 소프트웨어를 다양한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표현 수단으로 활용한 사례를 볼수 있다: 한국 기록유산 Encyves,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dh.aks.ac.kr/Encyves/wiki/
  14. 인문학 교육을 위한 온톨로지 설계 참고 자료: ‘온톨로지’, 『디지털 인문학 입문』 (김현·임영상·김바로(2018), HueBooks, 2018. 초판2쇄) pp. 167~187
  15. ‘튜토리얼: Network Graph in Wiki’, 인문정보학 위키, 한국학중앙연구원. http://dh.aks.ac.kr/Edu/wiki/index.php/Network_Graph_in_Wiki
  16. 한국중앙연구원 연구 과제(과제명: 한국 기록유산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자원 개발, 연구기간: 2016.8.~ 2017.11.)와 대학원 수업(과목명: 인문정보 편찬 연구 I, II, 2016년 1학기~2017년 2학기)을 병행한 교육·연구 연계 프로그램. 한국의 기록문화 유산 중에서 스토리텔링 자원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은 분야를 선정하고, 그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기록물들을 찾아서 다양한 수준의 한국학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기록물의 내용뿐 아니라, 역사적 배경, 지리적 배경, 관련 인물, 관련 일화, 다른 문화유산과의 관계 등의 데이터를 백과사전적 아카이브(Encyclopedic Archives)로 구축하였다. 이 과제의 산출물은 ‘한국 기록유산 Encyves’라는 이름의 개방형 위키 사이트에서 제공되고 있다.
  17. http://dh.aks.ac.kr/~tutor/cgi-bin/bhStory02.py?최언위
  18. http://dh.aks.ac.kr/Encyves/Google/GoogleMapsKML.htm?kml=http://dh.aks.ac.kr/Encyves/Map/D100/Choieonwi.kml
  19.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인문정보학 전공 과정에서는 전문적인 학술 자료의 데이터화 모델 개발 및 이를 통한 데이터 기반 인문학 연구 방법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아래의 연구는 이 분야의 몇 가지 연구 성과들이다.
    • 김하영(2015), 『門中古文書 디지털 아카이브 구현 연구』, 한국학대학원 석사학위논문.
    • 강혜원(2016), 「문화유산 해설문 영문 번역 용례 분석 및 데이터베이스 설계 연구: 국가지정문화재 및 등록문화재를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류인태(2016), 「디지털 환경에서의 인문 지식 연구에 관한 小考 - 修信使 자료 DB 편찬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열상고전연구』 50. 101~139 쪽
    • 김현(2017), 「다산 저작 텍스트의 전자정보화를 위한 온톨로지 설계」, 『세계사 속의 다산학』: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자료의 현대화연구과제 (AKSR2016-J08), 한국학중앙연구원
    • 트와이닝, 린지(2017), 「Data-based Heritage Interpretation : An Ontology Design for Interpretive Information of Korean Cultural Heritages」,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윤종웅(2017), 「역사 자료 텍스트의 전자적 기술에 의한 지식 관계망 구현 연구: 『통감절요』와 『역주 통감절요』를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이재옥(2017),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의 디지털 아카이브 편찬과 인적 관계망 구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김바로(2017), 「제도와 인사의 관계성 데이터 아카이브 구축과 활용: 근대 학교 자료(1895~1910)를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김지명(2017), 「기록문화유산의 디지털 큐레이션 모델 연구: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이재열(2017), 「서사 이론 기반 구비설화 스토리 데이터베이스 연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정주영(2017), 「1970년대 소극장 연극 시맨틱 아카이브 구축에 관한 연구: 1975년 에저또창고극장, 1976-1979년 삼일로 창고 극장을 중심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 김현·안승준·류인태(2018), 「데이터 기반 인문학 연구방법의 모색」, 『횡단인문학』 창간호. 1~45 쪽
  20. 김현·임영상·김바로(2018), 『디지털 인문학 입문』 (HueBooks, 2018. 초판2쇄) 48 쪽
  21. “디지털 인문학이 교육의 영역에서 주목하는 사실은 현대의 교육 수요자들이 이른바 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s)이라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나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예사롭게 생각하는 우리의 차세대가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인문지식을 배우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고 그 능력을 더욱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영역에서 디지털 인문학이 기여하고자 하는 일이다.” (같은 책. 49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