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인문학과 선비문화 콘텐츠
김현, 「디지털 인문학과 선비문화 콘텐츠」, 『유학연구』 제33집, 2015.11, 충남대학교 유학연구소. pp.1-28
디지털 인문학과 선비문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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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문학과 선비문화 콘텐츠
김 현<A HREF="#FOOTNOTE1">1)</A>
디지털 인문학의 ‘교육’ 영역에서 바라보는 ‘디지털 콘텐츠’는 확정된 지식을 보급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지식 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학의 인문교육 현장에서 바라볼 때, 디지털 콘텐츠는 만들어진 결과물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 이 논문은 디지털 인문학 교육이 한국의 전통 문화에 관한 교육의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 것이다. 필자는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통해 대학 학부 과정의 학생들에게 조선시대의 유교 서원에 관한 디지털 콘텐츠 편찬 방법을 교육하였고, 이 교육을 통해 디지털 인문학 방법에 의한 인문 지식 교육이 학생들의 디지털 문식의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유교 서원’과 같은 인문학 분야의 지식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선비문화 콘텐츠는 아직 그 문화의 문외한인 우리 사회의 신세대들이 그 문화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호감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결국은 이해하고 좋아하게 할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이다. 기성세대가 만든 완제품을 그들에게 들이밀면서 읽으라고 요구하는 방법으로는 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학생들 스스로 자기들의 관심과 취향을 반영한 ‘선비문화 콘텐츠’를 만들게 하는 것이 낳은 방법이다. 학계와 공공기관에서 제작하는 지식 콘텐츠도 그 자체로 완결된 저작물이기를 바라기보다 디지털 인문학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콘텐츠 생산을 위한 부품으로 활용되는 것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키워드: 디지털 인문학,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문식, 선비, 서원 |
1. 왜 ‘콘텐츠’인가?
‘디지털’과 ‘인문학’, ‘선비문화’와 ‘콘텐츠’ .....전통적인 인문학 세계의 담론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어휘의 연접이 여전히 낯설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두 세계의 단어들을 하나의 개념 용어로 묶어낸 이러한 조어가 생소하게 여겨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인문학이 과거와는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활동 무대를 만들고 있음을 암시하는 말들이기에 그 함의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짚어 볼 단어는 ‘콘텐츠’이다. 왜 ‘콘텐츠’인가?
‘콘텐츠’(contents, content)라는 말이 ‘내용물’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물’이 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에나 이 말을 붙일 수 있다. ‘선비문화’뿐 아니라 ‘불교문화’, ‘대중문화’, ‘지역문화’, ‘여가문화’ 등등……. 중요한 것은 그 콘텐츠가 ‘무엇’의 내용물이냐는 것이다.
내용물이라는 말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든 ‘그릇’의 역할 하는 ‘무엇’에 담겨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 이야기라는 종류의 콘텐츠를 남아내는 그릇은 전통적으로 책, 신문, 잡지, 방송, 영상과 같은 매체였다. 하지만 이러한 매체들이 우리 사회에서 지식 정보 유통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때, 그 매체를 지목하는 ‘미디어’라는 말은 널리 쓰였어도 그 내용물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말이 별도로 쓰이지는 않았다. ‘콘텐츠’라는 말은 ‘디지털 미디어’가 지식 정보 유통의 새로운 환경으로 부상한 이후에, 그 속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게 된 내용물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용어이다.<A HREF="#FOOTNOTE2">2)</A>
우리의 관심이 ‘선비문화’ 그 자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굳이 그 말 뒤에 ‘콘텐츠’라는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콘텐츠라는 말을 뒤에 붙이든 안 붙이든 ‘선비문화’에 관한 우리의 논의에 달라지는 점이 없다면 ‘콘텐츠’라는 말을 달고 가는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선비문화 콘텐츠’는 우리의 가치 있는 문화적 유산이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바르게 이해되고 활용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를 담은 말로 이해될 수 있다.
2. ‘디지털 인문학’이란?
디지털 인문학이란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인 저작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인문학의 주제를 계승하면서 연구 방법 면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 그리고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았지만 컴퓨터를 사용함으로써 시도할 수 있게 된 새로운 성격의 인문학 연구를 포함한다. 단순히 인문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자료를 디지털화 하거나, 연구 결과물을 디지털 형태로 간행하는 것보다는 정보 기술의 환경에서 보다 창조적인 인문학 활동을 전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소통시킴으로써 보다 혁신적으로 인문 지식의 재생산을 촉진하는 노력이다.<A HREF="#FOOTNOTE3">3)</A>
어떤 저작물이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네트워크상에서 유통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디지털 신호로 작성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처음 보급되고, 세상의 저작물은 대부분 아날로그 상태에 머물러 있을 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은 책과 같은 올드미디어에 담겨 있는 저작물의 내용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공공 저작물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 사업을 국가 시책으로 추진함으로써 이 분야에선 단연 세계적으로 앞선 나라가 되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조선시대에 국가에 편찬한 기록물뿐 아니라 이름난 선비들이 남긴 글을 그 후손들이 모아서 편찬한 수많은 개인 문집들, 그리고 그 집안에서 가전되어 온 다양한 고문서들……. 디지털화(Digitalization) 사업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된 방대한 규모의 지식 정보 콘텐츠는 인문학 연구자들, 특히 한국의 고문헌을 1차 자료로 삼는 연구자들에게 커다란 편의를 제공하였다. 디지털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한 편견 또는 오해와 함께…….
아날로그 환경에서 만들어진 저작물도 유통과 소비의 단계에서 디지털의 옷을 입으면 디지털 콘텐츠로 간주될 수 있다. 아날로그 세계가 디지털 기술을 처음 맞이하였을 때에는 이러한 현상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더 많은 자원이 디지털화되고 우리의 일상 더 많은 부분이 디지털 환경에 의존하게 되면서, 디지털은 완성된 저작물의 보급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탐구와 교육, 활용의 모든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디지털 인문학이란 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전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이다.
선비문화 콘텐츠를 논하는 자리에서 디지털 인문학을 언급하는 이유는, 그것을 ‘간행’(publishing)의 단계에서만 디지털 그릇에 담는 ‘콘텐츠’로 한정하는 사고를 넘어서기 위해서이다. 선비문화에 관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연구하고 서술하여 만들어낸 저작물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여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될 수 있도록 한 것도 선비문화 콘텐츠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디지털 인문학의 입장에서 선비문화 콘텐츠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디지털 환경에서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여 찾아낸 선비문화’ 또는 ‘디지털 원어민인 신세대 학생들에게 선비문화를 가르치는 디지털 환경의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3. 선비문화 콘텐츠와 디지털 문식(文識)
선비문화 콘텐츠가 ‘선비문화’라고 지목되는 옛 유산의 모습을 그대로 디지털 미디어 담아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굳이 이것과 ‘디지털 인문학’을 연관지을 필요가 없다. 반면, 그 문화의 유형적 자취와 내면의 가치를 디지털 시대의 연구, 교육 현장에서 더 깊이 있게 탐구하고 창조적으로 재생산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하는 바라면 ‘선비문화 콘텐츠’는 곧 디지털 한국문화학의 중요한 교육 연구 자원이자 방법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디지털 인문학은 일차적으로 디지털 기술 활용에 의한 인문학 연구 방법의 혁신을 지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바로 디지털 원어민인 우리의 차세대가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인문지식을 배우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고, 그 능력을 더욱 발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문학 연구와 인문 교육이 별개의 것이 아니었듯이, 디지털 인문학의 세계에서도 연구와 교육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자리한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나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예사롭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s)라고 부른다. 이것과 상대되는 개념인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은 성인이 된 이후에 디지털 기술을 접하고, 의지를 갖고 배워서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기성세대를 지칭한다.<A HREF="#FOOTNOTE4">4)</A> 디지털 이주민은 그가 아무리 디지털 기술에 가까이 다가갔다 하더라도 그는 필요할 때에만 디지털 세계를 출입하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이방인이다. 반면 디지털 원어민은 디지털 세계가 곧 생활의 무대이고 그곳에서의 삶이 편안한 존재이다.
디지털 원어민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수용할 뿐 아니라, 그것을 모방하고 응용하여 만들어낸 자신의 콘텐츠를 디지털 세상에서 표현하고, 그러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모방과 창조, 표현하기와 인정받기에 대한 욕구는 가장 강력한 학습의 동기이다. 디지털적인 방법으로 수용하고, 디지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 다시 말해 디지털 언어로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디지털 문식’(디지털 文識, Digital Literacy)이라고 한다.
디지털 원어민인 청소년들에게 ‘선비문화’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가정해 보자. 어떠한 방법을 써야 할까? 그들이 전통적인 서당식 교육의 장점에 눈을 뜨고 그 가르침에 감동을 받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디지털이라면 우리의 교육 콘텐츠가 디지털 언어로 써져야 할 것임은 당연하다. 그들이 디지털 언어로 선비문화에 대한 지식을 ‘읽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선비문화에 대해 그들이 이해하고 발견한 것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디지털 인문학의 교육적 목표에 봉사하는 ‘선비문화 콘텐츠’의 외연은 디지털 원어민인 우리의 학생들이 이 문화에 대해 읽고, 이해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세상을 향해 표현하는 일련의 교육 과정에서 활용되고 재창조되는 모든 디지털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4. 디지털 인문학 교육 사례: ‘한국의 서원’ 위키 백과 편찬
디지털 문식 교육에 관한 ‘선비문화 콘텐츠’의 활용 가치를 다음의 교육 사례를 통해 가늠해 보고자 한다.
필자는 2014년 1학기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로부터 1학년 전공 수업으로 개설된 ‘인문정보학입문’ 강의를 의뢰받았다. 수강신청학생은 42명, 이 가운데 22명이 1학년 신입생, 10명이 2학년 학생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웹 서핑과 e-mail을 일상적으로 사용했고, facebook, Youtube 등을 자주 접한 경험이 있었으나, HTML 문서 제작 경험이 있는 학생은 단 2명에 불과했다. 약 4개월 16주의 강의 시간 중 처음 8주는 문화콘텐츠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론 강의와 월드와이드웹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중간고사를 시행한 후 월드와이드웹 상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를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 보는 디지털 콘텐츠 편찬 프로젝트에 착수하였다. 학생들에게 ‘한국의 서원’이라는 전체 주제를 알리고, 12개 서원을 대상 자원으로 제시하였다.<A HREF="#FOOTNOTE5">5)</A>
1) 프로젝트 수행 팀 조직
프로젝트 수행은 5~6 명이 한 팀을 이루어 하나의 서원을 책임 맡는 것으로 하였다. 편찬 팀의 조직 방법은 다음과 같이 하였다.
- 프로젝트 수행 1주차: 대상 자원에 대한 담당 교수의 설명 - 서원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전통 사회에서의 서원의 역할, 서원에 관계된 주요 개념어, 12개 주요 서원의 위치, 역사, 제향 인물, 건축학적인 특징 등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각각의 서원에 대해 보다 상세한 조사 보고를 수행할 자원자를 모집 → 8명의 학생이 발표를 자원 → 자원자는 향후 프로젝트 수행 팀의 팀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팀장의 발표를 들은 후 어느 팀에 들어갈 것인지를 정하게 한다는 계획을 학생들에게 고지.
- 프로젝트 수행 2주차: 8명의 학생이 각각 한 곳의 서원을 선택하여<A HREF="#FOOTNOTE6">6)</A> 그 서원에 관계된 정보를 조사 정리. 이 결과를 수업 시간에 한 학생당 10분~15분 정도의 시간으로 발표. 발표자들은 모두 월드 와이드 웹상에서 획득할 수 있는 정보로 발표 내용을 구성. 발표자는 서원 자체에 대한 해설뿐 아니라, 그곳에서 수행되는 문화행사, 영화 또는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된 이력, 주변의 관광지 등을 함께 소개함으로써 다른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자기 팀에 들어올 것을 유도. 담당 교수는 학생들이 다음 주까지 자율적으로 팀 구성을 완료할 것을 지시.
- 프로젝트 수행 3주차: 담당교수는 팀 구성 결과를 보고 받은 후, 미가입 학생의 추가 배치, 인원수의 불균형 조정 등을 거쳐 팀 구성을 마무리. 각 팀에게 주제로 선택한 서원과 관계된 다양한 ‘지식 요소’를 100개 이상 발굴하는 과제를 부여.
프로젝트 팀 구성을 이와 같이 3주에 걸쳐 다단계로 시행한 이유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 내기 위함이었다. 사실상 팀 구성 이후의 모든 과업이 자율적인 팀워크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니만큼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 일을 한다는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2) 콘텐츠 제작 교육
수행 조직이 구성된 3주차부터 학생들로 하여금 본격적인 콘텐츠 편찬에 돌입하게 했다. 대상 자원에 대한 학습은 주중에 학생들의 조별 활동으로 진행하게 하는 한편, 수업 시간에는 디지털 콘텐츠 편찬을 위한 디지털 기술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인문계 학생들이 인문지식 탐구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편찬 기술 중 필자가 우선시하는 것은 첫째, 온톨로지,<A HREF="#FOOTNOTE7">7)</A> 설계 기술, 둘째 전자 텍스트 편찬 기술, 셋째, 전자지도를 활용한 지리정보의 시각화 기술 등이다. 교육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이번 학기에는 전자지도 활용 교육을 제외하고 온톨로지 설계 기술과 전자 텍스트 편찬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가. 서원 온톨로지 설계 교육
온톨로지 설계 교육은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할 대상 자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균형적으로 조직화하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다. 온톨로지 설계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톨로지로 표현할 대상 세계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원’이라고 하는, 요즈음의 대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는 상당히 생소한 이 대상 콘텐츠의 복잡도를 어느 정도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고, 그것을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 프로젝트 수행 4주차 (Ontology): 학생들에게 지식의 정보화 방법으로서의 온톨로지(Ontology)에 대해 설명하고, 서원 관련 지식에 관한 6개 범주를 제시: ⓵ 서원 내 또는 인근에서 국가지정 또는 시도지정 문화재로 등록된 문화유산(Heritage), ⓶ 서원에서 제향하는 인물 또는 서원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인물(Actor). ⓷ 서원 주변의 자연유산, 의미 있는 장소 시설 등 공간적인 것(Place). ⓸ 서원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 현재 시행되는 축제, 행사 등 시간적인 것(Event). ⓹ 서원의 역사 또는 유관한 지식을 전하는 문헌, 기록물(Record), ⓺ 성리학, 유교적 제례, 서원 건축 등을 이해하는 필요한 개념, 용어(Concept) 등. 아울러 학생들에게 ‘내가 그곳을 찾아간다면, 무엇을 보고, 알고, 즐기려 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대상 자원을 조사하도록 주문. 학생들은 해당 ‘서원’과 그 주변의 ‘문화’에 관련이 있는 다양한 지식 정보를 검색하고 학습하여, 팀별로 100개 ~ 200개 사이의 지식 정보 요소를 도출하고, 각 요소 사이의 관련성 또는 그에 대한 생각의 파생 관계를 그림(아이디어 맵)으로 표현.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자율적인 협의로 기존의 8개 팀이 7개 팀으로 조정됨.<A HREF="#FOOTNOTE8">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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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도산서원 아이디어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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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병산서원 아이디어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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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필암서원 아이디어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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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자운서원 아이디어 맵
- 프로젝트 수행 5주차 (ProtégéTM<A HREF="#FOOTNOTE9">9)</A>): 7개 팀이 각자 조사한 지식 요소 리스트와 아이디어 맵을 가지고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과 이를 통해 학습한 서원 관련 지식에 대해 발표. 담당교수는 조사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보완 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온톨로지 설계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설명. 온톨로지 설계 도구 ProtégéTM Software의 다운로드, 설치 및 구동 방법을 알려 주고,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Class(범주), Individual(개체), Relation(관계)을 정의하고, 그 구조를 그래프로 표현하는 방법을 교육. 학생들은 온톨로지 설계를 통해 대상 자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것, 온톨로지 설계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온톨로지 설계를 내용을 용이하게 변경하고 보완해 갈 수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편찬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됨. 학생들에게 각 서원별로 관련 지식의 온톨로지를 완성하고, 백과사전 기사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하게 될 지식 개체의 목록 및 개체 사이의 관련성을 정리할 것과 개체별 콘텐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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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ProtégéTM을 활용한 서원 온톨로지 설계
나. 위키 콘텐츠 편찬 교육
온톨로지 설계 기법을 활용하여 서원에 관계된 지식 요소를 발굴하고 체계화는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한편, 학생들이 조사하고 학습한 서원 관련 지식들을 전자 텍스트로 편찬하여 인터넷 상에서 모든 사람이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지식 공유의 기술을 교육하였다. 전자 텍스트 발전의 역사와 지향점, 미래 비전 등에 대한 이론과 HTML, XML에 대한 입문적인 교육은 중간고사 이전에 시행하였고, 팀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는 위키 소프트웨어(Wiki Software)를<A HREF="#FOOTNOTE10">10)</A> 사용하여 다수의 팀원들이 공동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편찬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교육하였다.
- 프로젝트 수행 6주차 (Wiki 문법 교육 및 개인 페이지 제작): ‘한국의 서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위키로 제작한다는 것과 위키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수행 초기부터 언급. 학생들이 서원백과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위키 플랫폼은 담당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인문정보학 전공과정 실습 서버에 개설. (위키 엔진: MediaWiki) 수업 시간에 기본적인 위키 문법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학생들이 새로운 위키 페이지 생성, 본문 안에서 계층적 표제 등 스타일 부여, 하이퍼링크 만들기, 각주와 참고문헌 표시, 이미지 표시 등을 할 수 있게 함. ‘한국의 서원’이라는 제목의 홈 페이지와 편찬자 명단 페이지 (조별 조원 명단)를 만들고 모든 학생이 자신의 위키 페이지를 만들어 이곳에 링크시키도록 지시.
- 프로젝트 수행 7주차 (한국의 서원 위키 콘텐츠 편찬): 서원 온톨로지 설계를 통해 편성된 하나하나의 개체에 대응하는 위키 페이지를 제작하는 방법을 지도. 각각의 개체에 대해 독립적인 성격의 기사를 작성하기보다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다른 개체와 연관을 맺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 하이퍼링크, 이미지 업로드, 틀(frame) 사용 등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경험한 문제점과 해결 방법 질의응답.
- 프로젝트 수행 8주차 (조별 편찬 결과 발표 및 최종평가 기준 공지. 종강.): 학생들이 편찬한 한국의 서원 위키 백과 프리젠테이션. 팀별로 제작한 콘텐츠 소개와 함께 향후 보완 계획 발표. 담당교수는 팀 프로젝트의 결과물 평가 기준과 개인별 평가를 위한 데이터 보완(편찬된 콘텐츠에 대해 자신의 기여 사항을 표시하고, 자기 개인 페이지에 연결) 지시. 종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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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학생들이 제작한 「한국의 서원」 Wiki 페이지<A HREF="#FOOTNOTE11">11)</A>
3) 콘텐츠 편찬 교육의 성과
일반적인 대학 학부 수업에 비하면 학생들의 부담이 매우 컸던 수업이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의 전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했고, 그만큼 성취도도 높았다고 판단된다. 학생들은 기말 과제의 일환으로 자신의 프로젝트 수행 내용을 기여도를 기술한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보고서를 통해 학생들은 이와 같은 수업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지 살필 수 있었다.
※ 자운서원조 조원(문화콘텐츠학과 1학년)의 보고(발췌)
1. 우리끼리 서원백과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막막했다. 할 일이 많아 보였고, 어려울 것 같았다. 서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중·고등학교 때 국사시간에 배운 것이 다였고, 잘 기억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서원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위키도 들어보기만 했지 내가 직접 이용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번이라도 들어봤었던 도산서원과는 다르게 들어보지도 못했던 자운서원을 맡았고, 조원 모두 자운서원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나온 결과는 처음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2. 조별 과제를 시작하면서 조원들은 자운서원에 관한 키워드를 조사하였고 그것을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우리가 나눈 큰 그룹은 ‘이이’, ‘성리학’, ‘자운서원(그 자체)’, ‘여행지’, ‘맛집 및 숙박시설’, ‘축제’였다. 단계별로 분류한 키워드 목록을 전지에 적어서 조별 과제물로 제출했다. 조원들이 모두 자신이 정리했던 키워드를 같이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성하는 데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다. 또한 전지로 만들어서 교수님께 제출하기 전까지 보관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종이로 되어있어 찢어지거나 물에 젖기 쉬웠고 크기도 커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보관하기도 힘들었다.
3.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고 키워드의 그룹을 인물, 개념, 장소, 사건, 문화유산, 문헌 등 6개 범주로 조정하고, 마인드 맵으로 정리했던 키워드들을 이 틀에 맞추어 다시 정리하였다.
4. 키워드에 내용을 채워넣어서 자운서원 위키피디아를 만드는 일을 시작하였다. 조장이 위키의 자운서원 페이지에 우리가 조사한 키워드를 범주별로 나열해 놓았고, 우리는 그 하나의 범주를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맡아서 내용을 채워 넣기로 하였다. 내가 맡은 ‘개념’ 파트는 키워드 양도 양이지만 내용이 어려울 것 같아 다른 학생과 함께 맡았다. 내가 자료 조사를 하여 먼저 내용을 쭉 채워 넣고, 동료는 그 내용 중에 또 키워드만 찾아 링크를 만드는 역할을 하였다. 중간에 막히거나 기술적으로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서로 SNS를 통해 연락하면서 서로 알려주기도 하고, 틀을 통일하여 맞췄다. 이 과정이 일일이 손으로 하나하나 해야 하는 작업이라 힘들었다. 하지만 조원 모두 다 같이 주말을 몽땅 바쳐 자료를 입력하고 나니 훌륭한 키워드 모음집이 되었다. 다들 완성했다고 했을 때 너무 뿌듯했다. 네이버에 나오는 백과사전처럼 우리가 일일이 손으로 만든 서원 백과사전이라 애착이 갔고 다른 조원이 만든 페이지도 하나하나 들어가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의 노고가 보였다. 세어보니 189개나 되는 키워드가 자운서원 페이지를 이루고 있었다. 확실히 온라인의 장점은 간편하고 보관하기 쉬운데다가 무한히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5. 수업 시간에 우리 조의 작업에 대해 조장이 발표하였다. 위키 페이지에 키워드를 나열하기보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텍스트를 만들고 그 속에 키워드가 포함되도록 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뒤, 자운서원 페이지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파트별로 키워드를 나눠서 쭉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적는데, 우리가 조사했던 키워드가 그 안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각 키워드별로 링크를 만들고, 또 그 링크된 텍스트 안에서 다른 키워드를 찾아 새로운 링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즉, 1차로 사전 내용을 만들 때에는 넓고 얕게 조사했었다면 2차 때는 좁고 깊게 진행하는 것이다.
6. 나는 ‘경기도기념물’과 ‘숙종’이라는 키워드에서 출발해 보았다. 내용도 채워넣고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고유명사가 나올 때에는 새로운 링크를 만들고 내용을 채웠다. 내용 중의 키워드를 찾아서 링크를 만들고 다시 내용을 채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깊이가 엄청나게 깊어졌다. 심지어는 조선시대부터 시작해서 어느새 춘추전국시대까지 조사하고 있었다. 키워드 하나하나 Meta Data도 정리해야 해서 생각보다 진행속도가 빠르지 않고 오래 걸렸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고생해서 만든 페이지가 점점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채워져 나가는 모습을 보니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사실 신기했던 것은 키워드에 대한 설명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다 보니 다른 조가 조사한 키워드로도 링크를 걸 수 있고 내가 쓰려는 키워드에 대한 설명문을 다른 조가 먼저 써 놓았을 때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창 서원 키워드에 대한 페이지를 만드느라 지쳐 있을 때에는 다른 조원이 미리 만들어 놓았음에 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조원의 페이지에 오류가 보여서 내가 수정하기도 했다.
위키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장점은 특징은 하이퍼텍스트 링크의 용이성이라고 할 수 있다. 텍스트 안에 쓰인 김장생, 박세채 같은 키워드의 앞뒤로 ‘’, ‘’ 기호만 넣어 주면, 그것은 그 키워드를 표제로 하는 기사로의 하이퍼링크 노드가 만들어진다. 학생들은 이 기능을 최대한 이용하여, 한 기사의 본문 안에 설명이 필요한 용어가 있으면 그 단어의 앞뒤에 기호를 넣어 하이퍼링크 노드로 만들어 둔다. 해당 키워드를 설명하는 페이지가 이미 만들어져 있으면 이 노드는 처음부터 파란색으로 표시되는데, 없을 경우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학생들의 과업 완성도는 붉은색 노드가 얼마나 많이 파란색 노드로 바뀌었느냐로 측정될 수 있었다.
학생들의 의욕과 열정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한국의 서원’ 위키 백과 편찬 프로젝트는 적지 않은 ‘붉은색 키워드’를 남긴 채 종료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세계의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크게 만족하였고 작지 않은 성취감을 느꼈다고 보인다.
학생들의 성취감은 표면적으로 디지털 콘텐츠 생산 능력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능력은 특정 소프트웨어를 다룰 줄 알게 데어서 얻어진 것이라기보다 그것을 도구로 삼아 지식과 정보를 담은 데이터에 다가가서 그것과 씨름하여 자신의 틀 안에서 재구성해 내는 경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원이 무엇인지, 그곳에 어떠한 건물이 있고 선비들은 거기에서 무엇을 했는지, 한국의 대표적인 유학자가 누구이고, 그들은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의미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와 분석, 이해가 필수적임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강좌 이외에도 한국의 역사 또는 유교문화를 소재로 하는 디지털인문학 수업을 매학기 1 과목 이상씩 개설하고 있다. 교과의 목표, 수강생의 전공에 따라 교육 효과도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공통된 성과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인문지식에 대한 이해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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