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唐代 유가의 귀신
한대(漢代)에 성립된 것으로 보이는『禮記』「祭儀」편이나『周易』「繫辭傳」에 서는 인간이 죽은 후에 그 혼백이 무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귀신에 관한 글 이 보인다.
정기가 어리어 사물이 되고 혼이 유산하여 변화하니, 이로써 귀신의 정상을 알 수 있다.175
‘정기(精氣)가 어리어 사물이 된다’는 것은 무형에서 유형으로의 변화, 곧 사물의 형성 과정을 말하는 것이며, ‘혼이 유산하여 변화한다’는 것은 유형에서 무형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176
그리고 한대의 왕충(王充)은『논형(論衡)』「논사(論死)」에서 사람이 죽은 뒤에는 생시(生時)의 정신이 응취(凝聚)한 대로 전생(轉生)하는 것이 아니라, 음양일기(陰陽一氣)로 흩어져 버린다고 설명함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하여 과 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는 또「정귀(訂鬼)」에서 귀신은 인간의 사념의 산물이라고 하여 무귀론(無鬼論)을 전개하였다.
대체로 이 시대의 사상의 특징은 원초적인 생명 에너지로 간주되는 기(氣) 의 취산(聚散)으로 인간과 사물의 생멸을 논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중국 고대 부터 있어 온 사고로 단지 유교적 제의(祭儀)를 강화시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제사의 대상인 귀신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기에 죽음 의 문제와 관련된 제의를 논함에 있어 기론적(氣論的) 사생관이 자연스럽게 도입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기론적 사생관은『中庸』에서 이미 언급된 귀신의 실재성을 더욱 보강해 줌으로써 유교적 제의의 의미를 강화시 켰다고 할 수 있다.
출서:
175「繫辭傳」; 精氣爲物 游魂爲辯. 是故 知鬼神之情狀.
176 여기서 말하는 귀신론이 과연 공자가 가졌던 귀신에 대한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냐 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論語』에서 보인 공자의 입장과는 다르므 로 이를 두고 일반적으로 공자를 가탁한 후세의 논설로 간주한다. 한국 사상사 연 구회 ,『조선 유학의 개념들』,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