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암은 송대 임제종 양기파 승려로, 간화선 계열이다. 법명은 사원(師遠)이며, 정주(鼎州) 양산(梁山)에 상주했다고 한다. 대수 원정(1065~1135)의 법맥을 받았다. 법맥을 간단히 살펴보면 임제 의현의 8세인 양기 방회 - 백운 수단 - 오조 법연(?~1104) - 대수 원정 - 곽암에 이른다. 청거 호승(淸居皓昇)의 목우도를 참조하여 지은 10장의 곽암의 십우도송이다. 이 십우도는 각 단계마다 서(序)ㆍ송(頌)ㆍ화(和)ㆍ우(又)의 네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즉 먼저 자원이 지은 서, 10장의 그림[圖], 곽암의 게송(偈頌), 각각의 그림 해설, 화송(和頌)[곽암의 송에 대응해 취지를 드러내는 석고이(石鼓夷, 스님)의 송] 및 우(又)[壞衲璉 지음]로 구성되어 있다. 자원이 총서에서 인간이 본래 구족되어 있어 찾을 것도 없는데, 소를 찾는 과정으로 깨달음을 표현한 것은 어리석지만 중생을 위해 방편을 시설한 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십우도
1. 심우(尋牛) 목동이 소를 찾는 모습이다. 자신의 참 본성의 의의를 잊고 밖을 향해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본 성품의 참됨을 알지 못하므로 번뇌에 빠지고 마음이 산만해지는 것이다. 자원은 첫째 그림 序에서 “지금까지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무엇을 찾을 필요가 있는가? 다만 어리석기 때문에 대상을 밖으로 향하다 길을 잃어버렸다.”라고 하였다.
2. 견적(見跡) 두 번째 그림 견적(見跡)은 목동이 소를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소 발자국을 발견하고, 소를 찾기 시작한다. 선자는 참된 본성이 밖이 아니라 자신에게 내재된 것임을 의식하고, 수행한다는 뜻이다. 자원은 둘째 그림의 序에서“경전의 진리를 통해 그 자취를 발견하여 알았다. 많은 그림들이 금(金)인 줄 알고, 우주 만물의 이치를 체득했다.”라고 하였다.
3. 견우(見牛) 견우(見牛)는 목동이 소의 모습이나 일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선자가 정각의 근원이 자신의 본성을 자각하고, 깨달음에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원은 세 번째 그림의 序에서 “소리를 쫓아 들어가니 각 견처에서 근원을 만난다. 각각의 6근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고, 움직이는 작용마다 바탕이 드러난다.”고 하였다.
4. 득우(得牛) 목동이 소를 발견하고, 소고삐를 잡아당기는 등 소와의 극심한 싸움이 계속 일어나는 모습이다. 선자가 자신의 본 성품에서 본각임을 알고 본 자성을 깊이 보고 점점 깨달아 들어가는 단계이다. 이 득우의 경지가 완전한 깨달음이 아니다. 차츰 본성품의 깨침에 들어가는 단계이다.
5. 목우(牧友) 목동이 소의 거친 습성을 잘 길들여 온순하게 만드는 과정의 모습이다. 네 번째 그림까지 목동이 소에 이끌려 다녔던 반면, 이 단계에서는 목동에 의해 소가 길들여지는 단계로 피동과 사역이 뒤바뀐다. 함부로 자성을 물들이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듯이 소가 함부로 남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일화와 같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보조 지눌은 이런 마음[牛] 길들인다는 호를 인용해 ‘목우자’라고 하였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목동이 소를 타고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곧 목동과 소[마음]가 하나가 된 모습이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집에 도착해서 목동이 소를 잊고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이다. 번뇌를 굳이 다스려야 할 필요성이 없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이때의 마음은 바로 無心의 경지이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원상만이 그려져 있어 목동도, 소도 모두 잊은 모습이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본 근원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묘사한다. 본래의 본 모습, 본래 자리고 돌아가는 것이다. 모든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실상의 경지이다.
10. 입전수수(入廛垂手) 동자가 저자거리로 들어가 세상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이다.
곽암의 십우도를 개괄적으로 분석해보면, 1~5 단계는 수도의 과정이고, 6~8 단계는 오도의 과정이며, 9~10단계는 깨달음 이후의 효용성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