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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9일 (금) 17:0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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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2017, 서울 do it 2017, Seoul

  • 주최 : 국제독립큐레이터협회 (ICI, Independent curators International), 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 전시 기획 : «do it»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 Hans Ulrich Obrist, «do it 2017, 서울» 조주현 (일민미술관 수석큐레이터) - Juhyun Cho (Chief Curator, Ilmin Museum of Art)
  • 전시 기간 : 2017. 4. 28 — 7.9
  • 프로그램 설명

이 전시는 1993년 파리의 한 카페에서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아티스트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와 베르트랑 라비에와 함께 “만약에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전시가 더욱 유연하고 결말이 열린 형태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을 벌이다가 아이디어가 발전해 기획된 전시 플랫폼 «do it»의 2017년 서울 버전이다. 이 전시 플랫폼은 예술작품이 매번 전혀 다른 형태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작가들이 직접 쓴” 작업 매뉴얼, 지시문, 게임 또는 프로토콜에 기반한 것이다. 즉, 예술작품이 ‘악보’, 내지는 ‘시나리오’처럼 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한 «do it»은 처음에 12명의 국제적인 작가들의 지시문이 실린 도록을 9개 국어로 번역, 출간하며 출판물 형태의 전시로 시작된 이후, 20여 년 동안 전 세계 50여 곳 이상을 순회하며 각기 다른 형태로 재해석되었다. 현재까지 이 전시의 기반이 되는 지시문은 국제적인 시각예술가, 안무가, 철학자, 영화감독, 음악가 등 400여 명의 예술가들에 의해 추가되었고, 세계 각지의 미술관뿐 아니라 슈퍼마켓, 조각 공원 등 야외 공공장소, TV 채널, 일반 가정, e-flux와 같은 온라인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구현되며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확장 ·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종료되지 않고 지속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특별히 지역적 특색을 살린 차별성을 생산해내는 «do it»은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되고 가장 많은 장소에서 선보인 전시로 기록된다. 이번 서울 전시는 『do it 개요서』(2013년 ICI 발간)에 실린 250명의 작가 지시문 중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피에르 위그, 올라퍼 엘리아슨 등 일민미술관에서 선정한 44명의 작가 지시문을 국내 작가들의 협업으로 재창조하고, 대중들이 공공장소나 집, 또는 온라인 등 다양한 장소에서 게임, 퍼포먼스, 이벤트 등을 통해 오브제와 스토리 제작에 참여하도록 초대하여, 새롭게 번안 및 가공된 형태로 제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2017년 우리는 왜 오브리스트의 «do it»을 호출하는가? 관객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들, 예술 생산의 변화된 패러다임을 다루는 이러한 형태의 전시는 역사적으로 뒤샹과 다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시도 이후 플럭서스를 중심으로 한 20세기 아방가르드 역사에서 지속적으로 발전되고 업데이트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를 잇는 70년대 커뮤니티아트, 90년대 관계적 예술 등에서 목격했듯, 대중 또는 관객이 예술 생산의 주체가 되는 예술은 언제나 “정치적 전환기 내지는 봉기의 순간들”(C. Bishop, 2012)에 새로운 형태로 재구축되어 부각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민미술관 앞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들의 행진으로 시작한 2017년은 어떠한 형태로 재등장할지 모를/ 재등장하고 있는 참여적 예술의 새로운 형식, 예술가, 창조적 관중의 화려한 부활에 또 다시 주목해야 할 시점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전시를 통해 한국에서 토착화되고 재점유된 참여적 예술 형태의 특이성, SNS 등 변화된 매체환경과의 연관 관계 속에서 새롭게 고찰된 원본성, 저자성에 대한 사유들을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재검토해 보고자 한다.

«do it»을 구성하는 리스트들은 예술가들의 (일상적/ 정치적) 의제나 안건, 안무가들의 무보, 영화감독이나 이론가, 행동가들의 지시문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지시문들은 15명의 국내작가들이 2017년 한국의 일상적,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예술적 맥락에서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풀어낼 것이며, 온라인 및 오프라인 상의 수많은 대중들과 다양한 커뮤니티들의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참여로 재해석되고, 번역되고, 수정될 것이다. 결국 이번 서울 전시에서 이들에 의해 새롭게 개인화된 do it 지시문들은 오늘을 경험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즐기고, 대화하고, 행동하고,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로 활성화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또한 «do it 2017, 서울»은 이 프로젝트가 20여 년 간 국제적으로 진화되어 온 역사를 선보이는 아카이브 형태의 전시를 통해, 수많은 도시, 국가, 지역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특수성 등에 의해 다르게 해석된 관점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 전시는 근본적으로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의 혁신과 전복의 역사를 품으면서 동시에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지역성, 동시대성을 끌어들여 매개 가능한 미래적 잠재성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do it 2017, 서울»은 해석과 협상의 가능성들이 전개되고 증폭되는 상황을 펼쳐놓은 채 동시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대면하는 예술가들과 관중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변화하는 다층적 시공간을 횡단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모험을 시작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