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을 노래하다. 세시봉"의 두 판 사이의 차이

2021년 3월 11일 (목) 11:11 기준 최신판

세시봉

음악감상실 세시봉

1963년에 서울 무교동에 자리 잡은 음악감상실 '세시봉'은
이후 한국의 통기타 음악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음악 인프라였다.
상호인 세시봉은 프랑스어인 C'est Si Bon(영어로 it's so good)에서 따온 것인데
영어만 사용해도 문화적으로 앞서가는 분위기를 연출하던 당시
프랑스어를 상호로 사용한다는 자체가 한걸음 더 앞서는 문화를 향유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다른 음악감상실과 다를 수 있었던 것은 음악만 들려준 것이 아니라 당시 젊은이들이 갖고 있었던
음악 이외의 문화를 적극 이끌어내는 차별적인 프로그램들을 요일별로 신설했기 때문.

위의 글은 청년문화세대가 함께 모여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중요한 공동체의식과 문화적 정체성을 획득해 나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1]

세시봉의 OOO

세시봉의 사람들

세시봉에서 운영했던 많은 프로그램들은 현 대한민국 음악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 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상벽이 진행했던 대학생의 밤^[2]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각지의 대학생들이 모여 자신의 끼를 뽐내는 시간이었는데, 이 무대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조영남,윤형주,이장희,송창식,김세환 등이 데뷔하였고, 이 때 세시봉에서 이루어진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이상벽과 윤여정등이 활동 했다. 이 7명을 아울러 세시봉 7인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외에도 한대수,김민기, 전유성, 정강자 등 한국 문화의 각 분야에서 영향을 끼친 수많은 인물들이 세시봉을 거쳐갔다.

세시봉과 유신정권

세시봉이 활동하던 당시는 유신정권, 즉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기와 맞물리는데, 이러한 사회적인 영향이 그들의 음악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지곡. 당시에는 별의 별 이유를 다 붙여서 대중문화를 탄압하곤 했는데, 세시봉 인물들의 몇몇 노래도 같은 맥락에서 금지곡에 지정된 것들이 많았다. 또, 통행금지, 즉 12시가 넘으면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제도가 있던 시절이었기에 그들은 늦게까지 노래를 부르다 세시봉에서 자주 자기도 했다. 윤형주가 진행하던 라디오에 박정희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의 엽서가 오자 긴급대책회의가 열리고 청와대에 연락을 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당시 방송, 라디오 등에 대한 탄압이 매우 심해서, 각 방송사마다 중앙정보부에서 파견한 조정관이 있었다. 사무실에 앉아 방송을 듣다 위험한 멘트가 나오면 이를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하다 "제비가 박씨를 물고 갔다"는 표현만 해도 "왜 박씨냐. 무슨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번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개그맨 전유성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부부싸움을 뭐라 부를까요?" "육박전이죠!"라고 자문자답을 했고, 그 뒤 석 달간 그는 방송 출연을 정지당했다.^{[3] [4]}

세시봉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

문화적 시도

• 다양한 프로그램의 운영

월요일에는 '성점(星占) 감상실'로 수용자들이 신보를 듣고 곡에 별의 숫자로 등급을 매기는 수용자 비평 마당이었다.
수요일에는 '시인만세'라는 프로가 있었는데, 시인을 불러서 자작시를 낭송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요일에는 '대학생의 밤'이 마련되어 대학생들의 라이브 노래 마당이 펼쳐졌다.
이 무대에는 각 대학의 통기타 마니아들이 모여들어 첨단 유행인 통기타 음악을 들려줬는데 하나같이 기존 관행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지닌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 정강자의 누드 퍼포먼스

1968년 5월 30일 서울의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정강자라고 하는 홍익대 미대생의 '기행'^[6]이 벌어졌다.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여성의 옷을 남자들이 칼로 찢고, 상반신에 투명한 풍선을 붙여댄다. 그리고 풍선을 터뜨리자 여성의 상반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 풍선과 누드’였다.^[7]

문화적 선두

• 통기타음악의 문을 열다

송창식과 윤형주가 1968년 한국 최초의 통기타 듀엣 트윈폴리오를 결성하면서 세시봉은 한국 사회에서 통기타 음악의 문을 연 장소가 되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세시봉이란 업소명은 현재에 통기타 음악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아직 정치적인 색을 드러내지 못했던 십대들에게 꿈과 낭만의 대리자로 위임되었으며 대학에 들어간 고민 많은 청춘들에게는 90년대 후반의 힙합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의 허무와 절망,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등을 표출할 수 있었던 좋은 무기를 제공한 것이었다. 이들의 등장 이후 포크는 장족의 발전을 해, 뜨와에 무와, 라나에 로스포, 현경과 영애, 박인희 등의 서정성과김민기와 양희은, 한대수, 서유석, 이정선 등으로 이어지는 반골과 허무, 실험 등으로 절정의 창작력이 빛을 발하게 되고 주류에서도 은희, 어니언스, 4월과 5월, 김정호 등과 같은 인기스타를 배출하며 젊은 목소리가 힘을 얻는 시대를 연다.^[9]

• 클럽문화의 시초

방송 관계자들은 '쓸 만한' 물건을 헌팅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로 이곳을 드나들었으며, 이들의 측면 지원에 의해 세시봉의 스타들은 이후 1970년대 새로 등장한 통기타 음악의 스타로 가요계를 석권한다. 1960년대 중반의 음악감상실은 한국의 클럽 문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으며, 이곳을 토양으로 통기타 음악은 새로운 음악 문화로 피어오르게 된다.^[10]

• 최초의 LA공연

(세시봉 폐점 이후 오비스캐빈에서 활동했던)세시봉 멤버들은 198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포크 페스티벌에 참가했다.미국 서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초특급 공연장인 LA 슈라인 오디토리움^[11]을 대관했다.^[12] 윤형주,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 양희은, 조동진, 이종용, 이장희 등이 참가했다.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몰려온 교포들 덕분에 6308석이 모두 매진됐다고. 25년후 같은 곳에서 세시봉 친구들이 공연을 하게 된다.^[13]

• 문화 2.0 라디오의 시초

세시봉의 실험적인 시도는 다방 문화를 바꿔놓기도 했다. DJ가 알아서 들려주던 방식은 축소되고, 손님들의 신청곡을 틀어주는 형식이 강화되었다.‘신청곡 접수 창’에 밀어 넣었고, 그러면 도끼빗으로 장발을 다듬으며 폼 잡고 있던 DJ는 신청곡을 보낸 사람(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쪽을 향해 눈길을 한번 휘리릭 보낸 후 잽싼 손놀림으로 레코드판을 꺼내어 틀어주며 황홀한 멘트를 날리는 풍경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세시봉에서 시작된 문화 2.0은 다방에서 끝난 게 아니다. 라디오 방송에서도 청취자의 신청곡과 사연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오의 다이얼’,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은 청취자들의 신청곡과 사연이 담긴 엽서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2011년 지금, 그런 형식의 프로그램들은 라디오 최고의 전성기를 오랜 세월 구가하고 있다. ^[14]

• 우리나라 그룹사운드에 세시봉이 끼친 영향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 기사를 덧붙인다.

세시봉의 쇠퇴, 그리고 오비스캐빈

• 자세한 내용은오비스캐빈으로.

• 

  간판 내리는 세시봉 ^[15]

• 

  오비스캐빈 광고 ^[16]

1969년, 통기타 문화는 서울 무교동에서 명동으로 옮겨갔다.끝없을 것만 같던 세시봉의 전성(全盛)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 국내에 생맥주가 도입되던 무렵이었고, 생맥주 홀이 명동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시봉 메인 MC였던 이상벽도 군(軍)에 입대했다. 자연히 관객들도 생맥주 홀로 몰리면서 세시봉의 명성은 점차 잊혀졌다. '오비스캐빈'을 비롯, '짝짜꿍' '오라오라' '쉘부르' '마이 하우스' '금수강산' '로즈 가든' '찬 살롱' '봉주르' 등
당시 개업한 생맥주 홀은 세시봉에서 활동했던 통기타 가수들을 무대에 세우기 시작했다. 통기타와 청바지로 대변되던 젊은 문화에 생맥주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게 된 시점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오비스 캐빈'이 있었다. 통기타 문화의 메카였다. 세시봉에서 싹을 틔운 통기타 문화는 오비스 캐빈에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세시봉은 1969년 5월 전세 계약 만료 이후 새집을 구하지 못하고 폐업한다. 자연히 세시봉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은 생맥주 홀들로 옮겨가고, 그 중에서도 오비스캐빈이라고 하는 맥주홀에서 주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이 곳에서 김민기, 양희은등을 만난다. 이미 스타가 된 세시봉멤버들과, 이제 시작하는 그들이었다.

오비스 캐빈은 급속도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장안에서 음악을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다 이곳에 모였다. 모두 훗날 방송으로 진출해 팝 음악의 전령사로 이름을 날린 이들이다. 대표적으로 MBC '별이 빛나는 밤에' DJ 이종환 등이 있다. ^[17][18]

세시봉의 재발견

놀러와 출연

오비스캐빈에서의 활동도 잦아들고 솔로 활동 및 각자의 길을 오래간 걷고 있던 이들. 자칫하면 시절을 노래하고 사라지는 한 때의 음유시인들로 치부될 뻔 하였으나, 조영남이 진행하는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 "조영남과 친구들"이라는 제목으로 세시봉 멤버들이 출연하게 되고, 이로 인해 2010년 놀러와에 출연제의를 받게 된다. ^[19] 세시봉은 몰라도 조영남은 알던 세대. 조영남이든 누구든 아무도 몰라도 새우깡 노래 하나는 아는 세대. 세시봉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 그들과 동년배 등. 전 세대를 막론하고 그들의 등장은 환영받았고, 이제껏 듣지 못했던 아날로그의 아름다운 선율과 그 때 그 시절의 이야기는 모든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동하게 했다. 세시봉 붐이 일게 된 것. 이로 인해 놀러와측은 세시봉 스페셜을 다시 기획, 설특집으로 2부짜리 라이브 공연을 방송한다. 25년만에 LA교민을 대상으로 다시 공연을 하게 되고, 전국 각지로 공연을 다니게 된 것은 덤.^[20]

영화 쎄시봉제작

세시봉붐이 일고 놀러와에서 기획했던 설특집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익균이라고 하는 건설업자. 사실 그도 세시봉에서 활동을 했었고, 트윈폴리오멤버가 될 뻔 하였으나, 군입대로 인해 데뷔가 무산된 인물이었다. 처음보는 이, 그러나 너무도 매력적인 중저음에 사람들은 또 열광했고, 이익균도 세시봉친구들 콘서트에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된다. 이 인물을 비롯, 세시봉을 모티브로 쎄시봉이라는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한다. 영화 주인공인 오근태(정우 분)는 영화에 몇 없는 가상인물인데, 오근태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앞서 소개한 이익균이라고하는 이야기가 있다.

노드리스트

주요노드

기사 작성 여부와 상관 없이, 이야기 이해를 위해 선정되었던 노드리스트도 작성한다.

네트워크 그래프

주석

1. ↑ 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4> 음악과 함께 한 다방의 역사- 음악감상실 세시봉
2. ↑ 시작은 대학생 위주로 했지만, 점점 프로 연주자나 명사들의 참여가 많아졌다. 박목월 시인이 와서 좌담회도 열고, 패티김도 대담에 참여. MBC가 ‘대학가요제’ 만들 때, ‘대학생의 밤’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3. ↑ 이후 박정희 대통령 전용 비행기 승무원이 비행기에서 '육박전' 이야기를 꺼냈다. 박정희 대통령도, 육영수 여사도 박장대소했다고.
4. ↑ 윤형주 칼럼,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8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부부싸움 하면? 육박전(陸朴戰)이죠
5. ↑ 윤형주 칼럼,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3 한국 초유 누드 퍼포먼스 하던 날… 관객들 입이 떡, 박수도 잊어 : 청년문화 집결소 세시봉
6. ↑ 당시로서는 퍼포먼스가 예술이 아닌 기행으로 인식되었다
7. ↑ 서울신문 ‘벗은 몸’ 낙인 작가 여성 넘어 인간 해방 꿈꾸다(2018.02.05작성기사)
8. ↑ 윤형주 칼럼,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3 한국 초유 누드 퍼포먼스 하던 날… 관객들 입이 떡, 박수도 잊어 : 청년문화 집결소 세시봉
9. ↑ rainysunshine tistory blog '트윈폴리오 리사이틀'
10. ↑ 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4> 음악과 함께 한 다방의 역사- 음악감상실 세시봉
11. ↑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오페라, 뮤지컬, 그리고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열린 곳
12. ↑ 대관이 아주 까다롭지만 25년전 공연을 기획한 윤형주는 당시 극장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대관을 성사시켰다
13. ↑ 윤형주 칼럼,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1 나의 노래 공포증
14. ↑ 매일경제 세시봉을 아시나요?…TV시청률 & 콘서트 & 통기타 열풍 진원지
15. ↑ 출처
16. ↑ 출처
17. ↑ 윤형주 칼럼,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4 밴드 싱어 서수남에 환호하고, 대한민국 첫 MC 이상벽에 배꼽 잡고
18. ↑ 윤형주 칼럼,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 #15 대기업 신입사원 월급 10배 줄게, 여기서 노래해라
19. ↑ 이것이 신의 한수.
20. ↑ 개인적으로는 세시봉 영향으로 개인 기타를 사게 되었다.

참고문헌

• "세시봉, 우리들의 이야기"-윤형주 조선일보 칼럼
  
• 다음블로그
  
• 국제일보, 김형찬의 대중음악 이야기

이미지출처

• 세시봉 사진
• 정강자 사진
• 1986 공연 포스터